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
-월호스님-
어떤 분이 찾아와 물었습니다.
“스님께 꼭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예, 말씀해보시지요.”
“저는 이런 저런 인생의 경험도 할 만큼 해보았지만
아직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가 무엇일까요?”
“그걸 아직 모르십니까?”
“예”
“공부하러 왔습니다.”
인생은 체험학습의 장입니다.
마음공부를 위한 체험학습.
예컨대 어학을 공부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냥 책만 보고 공부하는 것보다는 오디오를
들어가며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거기다 비디오까지 갖추어진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나아가 현지에서 직접 현지인들과 몸으로 부딪쳐 생활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면 최상일 것입니다.
이 세상에 몸 받아 나온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몸뚱이가 있어야 하는 일마다 실감이 나는 법입니다.
밥을 먹는 것도, 잠을자는 것도,
사랑을 하는 것도, 수행을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실감나게 공부해서 지속적으로 영혼을 순화시켜
마침내 더 이상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경지{無學},
할 일을 다한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우리는 이 세상에 몸 받아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몸을 받음과 더불어 몸뚱이에 대한
애착(愛着)이 생겨나, 우리는 어느덧 세상에
온 의미를 잊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몸뚱이에 대한 애착을 만족시켜주느라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제대로 된 공부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죽음에 다다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세상에 오는 데는 순서가 있지만 가는 데는 순서가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당신에게 세상과 이별하라는
메시지가 날아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처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