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광스님─인연의 세계서 벗어나 공으로 돌아가라

인연의 세계서 벗어나 공으로 돌아가라

-지광스님-

우울증(melancholia)이란 병이 있다.

자칫하면 파멸에 이르는 대단히 부정적인 심리질환이다.

우울증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부처님 말씀이 참으로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

우울한 생각을 하면 두뇌와 몸 안에 부정적 물질이 가득 쌓이게 되고 종래에는 그 물질이 우울한 생각을 유도해 우울증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가르침대로 생각이 곧 물질이요, 물질이 곧 생각을 유발한다는 가르침과 맥을 같이하는 얘기다.

생각이 물질을 만들고 결국 인간은 그 물질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버릇 습관이 업(業)이 되면 녹여 내리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가르침과 같은 맥락이다.

남자의 업이 쌓이면 남자로 여자의 업이 쌓이면 여자로 성별이 갈라지게 되고, 남자는 치마를 입은 여자를 보기만 해도 좋아하고 여자는 바지를 입은 남자를 보기만 해도 좋아하게 되는 원리가 모두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남자다워야 해’, ‘여자다워야 해’하는 사회적 통념까지 가세해 남자를 남자답게 여자를 여자답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에 찌든 남자는 주눅이 들어 여성화되기도 하고, 반대로 여성들은 점차 남성화되면서 성호르몬의 역전현상이 일기도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생각이 물질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을 설명해주는 예들이다.

오온론의 색수상행식의 예에서와 같이 모든 물질은 의식이 있다.

생각이 물질이고 물질이 생각을 지배한다.

된다고 생각하면 일이 되게 하는 물질이 생겨나고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게 하는 물질이 생겨난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논리와 같다.

열심히 기도하면 되는 것이고,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열심히 기도하면, 염불하면 부처님과 하나 되는 물질이 생겨나게 되고 부처님의 가피가 발동한다.

인간의 생명현상도 의식의 전개다.

남녀의 강한 전기적 만남에서와 같이 생명은 의식의 불꽃이다.

번개다.

언젠가는 사라진다.

생각의 만남이 일으킨 불꽃이 영혼이다.

식(識)이다.

식인 영혼은 번개를 일으키는 구름속의 전하들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생명의 근원이다.

식인 영혼은 인연 따라 생명으로써 시공간에 모습을 드러낸다.

인연 따라 업력에 의해 만난 영혼들은 업의 바다에 소용돌이치는 구름과도 같다.

물질의 시작이 공(空)인 것처럼 영혼의 시작도 공이다.

인연의 세계에서 벗어나 공으로 돌아가면 윤회도 끝나고 성불하게 된다.

스스로 끝내지 못하면 억겁의 세월을 우주와 함께 윤회하는 것이 의식이다.

우리가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닦아 인연을 점차 승화시켜 윤회의 여행이 덜 피곤하고, 덜 고통스러운 길이 되게 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축적된 기술과 사상을 바탕으로 윈도우 등 소프트웨어들을 계속 업그레이드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삶과 성격들이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기에 이생을 최상의 버전으로 만들어나가야만 한다.

영혼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는 소프트웨어이다.

무량겁을 통해 되풀이되는 생애에서 지금의 생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만 한다.

끝없는 변화 속의 윤회 가운데 고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계속 변화해 나가는 것이다.

불변의 존재로서의 자기는 없다.

아무 것도 자기의 것이 아니며 오직 자기가 쌓은 업만이 다음 생을 위한 밑천이다.

선업을 쌓은 사람은 태어나는 곳마다 카드만 넣으면 현금이 쏟아지는 현금인출기가 늘어서 있을 것이요, 악업을 쌓은 사람은 가는 곳곳마다 빚쟁이를 만나고 강도를 만날 것이다.

이생이 고달프거든 지난날 노자를 준비하지 않았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생각이 물질이고 재물이다.

베푸는 생각이 나를 부유하게 만들고 그 반대의 생각이 나를 고통 속에 몰아넣는다.

올바른 원을 세우고 남을 위해 기도하고 남에게 해 될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에게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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