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님─염불이란 지금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염불이란 지금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현장스님-

케네디 대통령이 이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인류가 전쟁을 끝장내지 않는다면 전쟁이 인류를 끝장내고 말 것이다.” 60년대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한 말인데 그런 말들이 아직도 우리에게 깊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몇몇 사람들의 무지와 집착 욕망이 지구 전체를 파멸로 몰아가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와같이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 그 힘이 뭐냐하면 바로 탐·진·치입니다.

바로 무지와 욕심과 분노예요.

그런데 이 세 가지 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탐진치를 변화시켜서 우리들 자신이 행복해지는 힘으로 새롭게 만들어 낼 수가 있는데 오늘 그 힘을 광주에서 배울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또 세상을 변화시키는 참된 지혜와 자비의 힘을 이끌어 내는 선승 틱낫한, 베트남의 선지식이 20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데 오늘 광주에 오십니다.

틱낫한이란 말은 베트남 말인데 한국말로 바꾸어 말하면 석일행釋一行이란 뜻이 됩니다.

석일행이란 말이 무슨 뜻이겠어요? 석일행할 때 석이란 말은 불성이란 뜻입니다.

석가의 후손이란 뜻이에요.

중국의 도안 법사 때부터 속가의 성을 버리고 석가의 후손이란 뜻으로 석자를 성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일행이란 말은 어디서 전해지냐면 정토삼부경의 하나인 관무량수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관무량수경을 중국 당나라의 선도대사가 주석을 했는데 거기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천가지 장애를 없애고 만가지 소원을 이루는 오직 유일한 한가지 행이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염불입니다.

인간의 모든 업장을 소멸하고 만가지 소원을 이루는 유일한 가르침 그것을 염불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염念은 무엇이고 불佛은 뭐냐 이것을 자세히 알아야 합니다.

念자를 나누어서 보면 지금 일어나는 마음今心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생각하면 우리는 망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각의 본래 뜻은 지금 마음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이 염을 인도말로 하면 ‘싸티’라고 합니다.

불교 수행에서는 이 싸티라는 말이 가장 중요한 말인데 화두라는 말도 싸티라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틱낫한 스님이 가르치는 수행법을 삼마싸티라고 하는데 이것을 한문으로 하면 정념수행이라고 합니다.

이 정념수행은 팔정도 수행의 여덟 가지 바른 길에서 일곱 번째 소개된 것입니다.

틱낫한 스님이 공동체에서 기본 주제로 가르치는 수행이 바로 이것입니다.

팔정도나 삼학은 서로 나누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 속에 이 여덟 가지를 다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스님의 가르침은 정념수행으로 우리의 의식을 깨어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손을 한번 들어 보세요.

주먹을 쥐어 보세요.

주먹을 펴야겠다는 생각 없이 주먹을 한번 펴 보세요.

내가 주먹을 펴려고 하면 펴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요.

펴지 않아야겠다 하면 주먹은 결코 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우리 안에서 흐르는 미세한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는 반드시 내 안에서 일어난 미세한 흐름을 읽고 그 느낌을 손으로 옮겨서 내 손안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가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건강하지만 동작 하나하나를 할 때 마치 중환자처럼 행동하라고 해요.

중환자처럼 몸을 움직일 때에 손이 내려오고 올라가면서 그 느낌을 관찰할 수가 있습니다.

이와같이 지금 이 순간에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읽을 수 있는 것을 정념수행이라고 합니다.

정념수행이 자리잡힌 사람은 수행을 하기 위해서 산 속으로 들어갈 필요없이 차 마실 때에는 차 마시는 것이, 밥 먹을 때에는 밥 먹는 것이 수행이 됩니다.

설거지 끝내고 나서 공부해야겠다 밥 먹고 나서 수행해야겠다가 아니라 걸어갈 때는 걸어가는 일이, 앉아 있을 때에는 호흡을 보는 일이, 내 안에서 화가 일어날 때에는 화를 보는 일이 수행이 되고 이렇게 보는 일을 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염불이라고 하는 것은 지금 내 마음이 어떤 번뇌에 빠져있는가를 살펴서 그 순간에 부처에게로 향하게 하고 부처에게로 바치는 것을 말합니다.

불佛은 뭐냐 바로 깨어 있음, 비어 있음, 우리들 내면의 깨달음의 빛을 부처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념수행의 훈련을 통해서 관의 힘을 키워나갈 수 있으면 지혜가 자라난다고 합니다.

이 정념수행을 보조국사는 수심결에서 염기즉각念起卽覺 각지즉실覺之卽失로 표현했습니다.

염기 – 생각이 일어나면, 즉각 – 알아차린다.

각지즉실 – 알아차리면 사라지느니라.

이것을 도둑에 비유합니다.

방안의 주인이 불을 끄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담을 넘어서 들어오는 도둑의 소리를 들어요.

주인이 불을 켜고 인기척을 하면 도둑은 즉각 달아나겠지요.

이렇게 번뇌를 도둑에 비유를 합니다.

서산대사 같은 경우는 홍로일점설紅爐一點雪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관이 깊어지면 난로에 불이 달구어진 것과 같은 상태가 되어서 번뇌의 눈발이 날리더라도 눈송이가 난로에 닿는 순간 즉시 사라지듯이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지만 일어나는 즉시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 지켜보는 힘에 의해서 정념수행은 번뇌에 끌려가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모신 장경각에는 이런 주련이 걸려 있습니다.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 부처님의 깨달음이 어느 곳에 있는가? 지금 이 순간, 생각 일어나는 그 자리를 살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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