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스님─사람 사는 도리

사람 사는 도리

-성수스님-

할아버지가 손자를 나무랄 때 ‘네 이놈의 새끼’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누구의 이야기입니까? ‘네 이놈’은 할아버지 자신이고, ‘새끼’는 자기 손자를 가리킵니다.

곧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욕을 하고도, 손자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천치 같은 어른이 대부분입니다.

자식에게 흉을 안 잡히고 살 수 있는 부모 되기가 참으로 어렵고, 자기 밥 먹고 남에게 욕을 먹으며 사는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이처럼 사람 되기가 우선 어렵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살면서 ‘사람 인(人)’자의 의미를 모르는 이들이 아들딸을 낳아 키우게 되면 집안이 망하고 나라가 망하게 됩니다.

‘사람 인(人)’자를 자세히 살펴보십시오.

두 사람이 기대고 서 있는 모습입니다.

이 글자 속에는 의리와 도덕이 숨어 있습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잘 받들 고 위할 줄 아는 것이 의리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혼낼 줄도 알고 용서할 줄도 아는 것이 도덕입니다.

이렇게 의리와 도덕을 함께 지켜나가는 것이 사람 사는 도리입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부모들은 허물을 많이 지었으면 서도 자식에게만은 ‘잘 하라’고 강요합니다.

스스로 는 잘하지 못하면서 자식에게는 잘할 것을 강요하면 잔소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식에게 보여줄 것은 실천입니다.

부모가 허물없이 살면 자식은 그대로 따라옵니다.

자식을 낳은 자랑 하기보다는 키운 자랑을 해야 하고, 키운 자랑 보다 는 솔선수범하며 가르친 자랑을 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 무엇입니까? 금은보화 입니까? 아닙니다.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위대한 사람이 되고 위대한 사람을 만드는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럼 누가 사람다운 위대한 사람을 키우는가? 남자 보다는 덕과 지혜를 갖춘 여자들입니다.

가문을 살 리고 훌륭한 인물을 길러내는 데는 여자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마음가짐으로는 안 됩니다.

네 가지 덕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관대해야 하고 둘째, 후덕해야 하고 셋째, 착해야 하고 넷째, 상냥해야 합니다.

이러한 덕목을 갖추어야 매사에 민첩한 여성군자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여자가 시집을 오면 지아비 보다 훌륭한 아들을 만들고, 아들보다 훌륭한 손자를 키워 가문을 살리고 나라를 살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를 지도할 수 있는 영웅호걸이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식을 잘 키우는 교육법인가?’를 가르쳐야 합니 다.

옛 말씀에, “아무리 좋은 가문일지라도 여자 한 사람 잘못 들어오면 그 가문은 당대에 망하고, 아무리 비렁뱅이 가문일지라도 여자 한 사람 잘 들어오면 가문 살고 나라까지 살린다” 고 하였습니다.

훌륭한 여성으로 키우기! 이것을 온 나라가 함께 행 하여 여성들에게 큰 자부심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가시나’라는 용어를 통하여 옛날 사람들의 여성관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이 ‘가시나’라는 단어는 신라 선덕여왕 때 생겨났습 니다.

자장율사를 비롯한 신라의 큰스님들이 모여 이 단어를 만든 것입니다.

시집 가(嫁), 믿을 신(信)! 시집에 대한 믿음이 딱 서고 중심이 딱 잡히는 여성을 ‘가신아(嫁信兒)’라 하였으며 그것이 발음의 흐름 따라 ‘가시나’로 바뀐 것입니다.

현대에 와서는 가시나를 욕으로 알고 있지만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시할아버지 되는 분은 진짜 가시나를 찾아 청혼을 하고, 좋은 후손을 얻기 위해 며느리의 방문에 대인, 군자, 영웅의 그림을 붙여놓고 그 방문 앞에서 절을 하며 빌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신라시대에는 가시나를 귀하게 여겨 험한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고려에 와서 차츰 힘든 일을 시켜나갔고, 조선시대에는 아들이 열 살쯤 될 때 장가를 보내 남의 집 다 큰 딸을 데려다가 종처럼 부려먹었습니다.

과연 원망과 화가 가득 쌓인 며느리가 어떤 자식을 낳았겠습니까? 그 결과 나라가 약해져서 왜놈들에게 나라를 넘겨주게 되었습니다.

이런 역사도 한번쯤은 생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계사 주지를 할 때 나는 혼인주례 부탁을 많이 받 았습니다.

그때마다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신랑신부 에게 다음과 같은 주례사를 들려주며 당부했습니다.

“오늘 시집가는 신부는 신랑에게 ‘금가락지 해달라, 비단옷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생각지도 말고 말하지도 마시오.

건강한 자식을 낳아서 도인 하나 기르고, 영웅 하나 기르고, 관대하고 후덕하고 착하고 상냥한 여성군자 하나 기를 희망을 부처님께 맹세하 시오.

맹세하겠는가?” 신부가 ‘예’라고 대답하면 신랑에게 이야기합니다.

“오늘 장가가는 신랑은 이런 좋은 세 자녀를 길러서 가문을 살리고 나라를 살릴 복을 가지고 있는 신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신랑은 이와 같은 신부의 속을 절대 썩이지 마시오.

신랑이 신부의 속을 푹푹 썩이면 신부의 마음에 구정물이 가득 쌓이게 되고, 그 구정물 단지 안에서 무엇이 나오겠는가? 시커먼 도둑놈새끼가 자식으로 태어나, 결국은 집안 망하고 나라 망하게 되는 것이 정해진 이치입니다.

절대로 아내의 속을 썩 이지 않을 것을 맹세하는가?” “예.” 이렇게 여러 차례 주례를 본 것이 장안에 소문이 났던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요청해 왔습니다.

‘안 간다’고 하였더니 하루는 총장이 직접 와서 절을 하며 부탁을 했습니다.

“종교를 떠나 참된 여성의 길에 대해 일러주십시오.” 사정을 하기에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41세의 노총각 이었던 나는 3천 명의 여대생 앞에 서서 물었습니다.

“최고학부를 다니는 사내대장부들은 남의 나라를 훌쩍 집어먹을 욕망과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는데, 여성 최고 대학을 다니는 여러분은 무슨 포부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무 대답이 없이 침묵만이 흘렀습니다.

“역대 영웅호걸 중에 아버지가 훌륭해서 영웅호걸이 되었다는 말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어머니가 대범하고 원만하고 현명해서 아들을 영웅호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최고 학부를 나와 도인 하나, 영웅 하나 기르고, 관대하고 후덕하고 착하고 상냥한 여성군자 하나 기를 다짐을 하시오.

만약 방법을 모르겠거든 나에게 물으러 오시 오.” 이렇게 말하고 3분 만에 나왔는데, 이튿날 총장이 두툼한 봉투를 들고 와서 “비록 짧았지만 학생들이 너무 감명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면서 절을 하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알다시피 기독교대학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들은 종교에 상관없이 바르게 알아듣고 이해를 하였습니다.

-월간 [법공양]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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