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옥야경(玉耶經) – 현명한 아내의 자세

아내가 지켜야 할 도리 일깨운 경전

부자집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고 그 오만함과 방자함에 놀라서 어찌할 줄 모르고 당황해하는 분을 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아니면 부유한 집안에서 공주처럼 자랐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까 너무나도 가난하여서 자신이 속았다고 원망하고 있는 사람을 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그 어느 쪽에 해당하는 경우이든 간에 한번쯤 《옥야경》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옥야경》은 현재 범본으로 된 원전은 남아 있지 않지만 한역본은 4종류나 현존하고 있습니다. 먼저 동진시대 담무란(曇無蘭)이 번역한 《옥야경》과, 같은시대 승가제바(僧伽提婆)가 번역한 《옥야여경(玉耶女經)》 그리고 유송시대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번역한 《아속달경(阿速達經)》과 서진시대의 번역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번역자를 알 수 없는 《옥야여경》이 있는데, 이 가운데서 두 번째 것은 팔리어 경전의 증지부(增支部)에 해당하는 경전입니다.

원래 부처님의 설법은 언제나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서 설법하는 대기설법(對機說法)으로 알려져 있지만 《옥야경》의 내용을 보면 대기설법의 묘미가 어떠한 것인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결코 어려운 교리라든가 형이상학적인 교설을 설한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우리들이 깨우쳐 알아야 할 삶의 방향을 바로 당사자에게 가장 적절하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 경전을 설하시게 된 배경부터 말씀드리겠습지다.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지어서 부처님께 기증한 사람으로 유명한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는 아들을 결혼시켰는데, 그 며느리 옥야는 뛰어난 미모로 평판이 높았을 뿐 아니라 친정이 또한 부자였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성정이 교만하여 남편을 업신여기고 시부모에게도 불손하게 대하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타고난 성격이 게으른 탓으로 집안살림을 거두어 보살필 줄도 모르고 놀기를 좋아하여 때로는 탁발을 나온 수행승을 놀려대기까지 할 정도로 방자한 행동도 서슴치 않았는데, 이를 보다 못한 시아버지 급고독장자는 부처님을 찾아 뵙고 고민을 말씀드리게 되었지요.

그는 며느리에 대한 험구를 함으로써 불평불만을 해소하려 한 것도 아닐뿐더러 이혼장에 도장을 찍게 하여 결말을 내고자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시아버지는 다만 며느리가 스스로 자신의 본성과 본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부처님께 교화를 간청드렸던 것입니다.

하긴 이러한 일들이 그 시대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지금 이사회에서도 있을 법한 얘기입니다. 다만 그 대처방법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부처님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옥야를 향해 “너는 나쁜 며느리로구나, 교만한 여자로구나”라고 나무라신 게 아니라, 자비로운 눈길로 바라보시며 “참 잘 왔구나”하고 웃으시면서 조용하게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상에는 나쁜 아내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는 남편이 열심히 벌어온 돈을 탕진해버리는 도둑과 같은 아내, 남편 이외의 남자와 사귀면서 남편을 죽이려고 하는 살인마와 같은 아내 그리고 남편을 제압하려 드는 지배자와 같은 아내 등이 있다. 이러한 아내들은 앞날에 무서운 과보를 받게 되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면 자식을 사랑하듯이 정성껏 보살펴 주는 어머니와 같은 아내, 오빠를 존경하듯이 다소곳이 순종하는 동생과 같은 아내, 제자가 잘못했을 때 그것을 지적하고 올바르게 충고해주는 스승과 같은 아내, 남편이 하는 일에 협력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아내다운 아내, 이와 같이 남편을 보필하는 아내는 반드시 행복한 생활을 누릴 사람들이다. 그대는 앞으로 어떤 아내가 되고 싶은지 물어봐도 되겠느냐?”

뛰어난 지도자는 부하에게 “가라”고 명령하지 않고, “가자”라고 권한다고 하듯이 부처님은 한마디도 야단을 치거나 타이르지 않으시고 그저 옥야의 자유의지에 맡겨 두었지만 그녀의 콧대 높은 교만심은 이슬처럼 사라지고 오히려 그동안 오만하고 자만심을 부리던 자신을 참회하고 부끄러워했습니다.

《옥야경》은 이와 같이 7종류의 아내 이외에도 아내가 지켜야 할 5가지 착한 행동(五善)과 해서는 안 되는 3가지 악한 행동(三惡)도 아울러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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