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 성불의 근거제시한 대승경전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텍쥐베리가 “어린왕자”에서 말하고 있듯이, 우리에게도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성불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가 성불이라면 우리는 무엇보다 성불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만 할 것입니다. 바로 우리들에게 성불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 주는 경전이 있는데 그것은 《여래장경》입니다.
대승불교 중기에 성립된 것으로 여겨지는 이 《여래장경》은 모든 중생들이 깨달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또한 그러한 근기(根機)를 지니고 있다고 역설하고 있는 경전입니다.
그러나 아뢰야식(阿賴耶識)과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지 않은 걸로 보아 여래장계통의 경전이나 논서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성립한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이 경전의 범본은 산실 되어버리고, 5세기 초에 불타발타라가 번역한 《대방등여래장경(大方等如來藏經)》과 8세기에 불공(不空)이 번역한 《대방광여래장경(大方廣如來藏經)》 그리고 티베트본이 현존하고 있으며, 이 모두를 똑같이 《여래장경》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먼저 경명(經名)에 보이는 ‘여래장’이라는 산스크리트어는 ‘타탸가타 가르바(tathagata garbha)’인데 전자는 ‘여래’를 의미하고 후자는 ‘태아’나 ‘모태(母胎)’를 말합니다. 그리하여 이를 합치면 ‘여래가 될 씨앗’ 또는 ‘여래의 태아’ ‘여래를 감추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다시 말하면 여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의미인데, 한편에서는 ‘불성(佛性)’과 동의어(同義語)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전에서는 ‘여래장’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아홉 가지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 째 “시든 연꽃 속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
둘 째 “꿀벌 무리 속에 감추어져 있는 꿀”
셋 째 “곡식의 껍질에 둘러싸여 있는 곡물 씨앗”
넷 째 “더러운 곳에 떨어져 숨어있는 순금”
다섯째 “가난한 집의 땅속에 묻혀있는 보물”
여섯째 “암라나무 열매 속에 들어있는 씨앗”
일곱째 “더러운 누더기에 싸여있는 순금상”
여덟째 “빈천한 여인이 회임한 고귀한 왕의 아들”
아홉째 “진흙에 묻힌 황금상” 등이 그것입니다.
이 가운데서 몇가지만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시든 연꽃 속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의 비유’는 연꽃이 필 때는 아름다워도 시든 것은 보기가 좋지 않듯이 탐욕의 번뇌도 처음엔 즐거운 듯 하지만 나중에는 괴로움으로 변해 버림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생들은 번뇌 속에 살고 있지만 여래장은 결코 거기에 물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꿀벌 무리 속에 감추어져 있는 꿀의 비유’는 꿀이 벼랑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고 그 주위를 무수한 꿀벌들이 지키고 있는데 지혜로운 사람이 벌을 물리치고 감추어진 꿀을 먹고서 그 혜택을 모든 사람들에게 베푼다는 내용입니다. 즉 번뇌(꿀벌의 무리)를 제거하고 여래장(꿀)을 드러낸다는 뜻입니다.
또한 ‘더러운 곳에 떨어져 숨어있는 순금의 비유’는 비록 오물 속에 덮여 있지만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순금(여래장)은 변질되지 않고, 지혜의 눈을 가진 이가 순금의 위치를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 주어 그 가치를 발휘하게끔 해준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같이 다른 비유도 한결같이 외형상으로는 비록 쓸모 없고 더럽거나 오염된 것이지만 그 속의 알맹이는 열매, 보물, 씨앗, 황금 등 고귀하고 진실한 것임을 표현하고 이것은 중생의 마음이 여러 가지 번뇌로 들끓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결코 오염될 수 없는 진실하고 부동한 여래의 마음, 즉 여래장을 갖추고 있음을 나타낸 비유들입니다.
다시 말하면 어리석은 중생들에게도 실은 여래와 같은 지혜의 눈과 마음이 있기 때문에 본래는 여래와 동일하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중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부처님의 입장이기 때문에 비로소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유컨대 《화엄경》에서 “마음과 부처 그리고 중생은 차별이 없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라고 한 것도 역시 어디까지나 부처님 쪽에서 바라보았을 때 그렇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도 이를 잘못 해석하여 현재의 자신이 이미 부처가 된 것인 양 행동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일입니다.
이와 같이 《여래장경》은 대승불교의 궁극적 목표를 적은 분량에 담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래장경》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극대화시키면서, 또 한편으로는 바로 내 자신이 성불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줌으로써 수행 정진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경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