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약사경(藥師經) – 병든 이를 구제하다

질병과 재앙 벗어나는 지혜 담아

어느 정신과 의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어떠한 식으로든 한번이라도 시련과 위기를 경험했던 사람들의 85%는 그 위기를 겪음으로써 그 이전의 나쁜 상황, 예를 들면 위태롭던 부부관계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곤란과 위기를 잘 참아 넘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보다도 ‘병’이라는 고통은 보다 더 큰 시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질병이란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도 본의는 아니지만 고통을 안겨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 병이라는 고통은 당사자로 하여금 신앙생활을 하게 하거나, 또는 신심을 더욱 돈독하게 해서 삶을 새롭고 생기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이든 가족이든 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약사여래 부처님께 귀의해보십시오. 중생들을 모든 질병에서 구해내고자 12대원을 세우신 부처님이 바로 약사여래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무명(無明)이라는 고질병의 치료법을 알고 싶다면 이 《약사경》을 독송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경전의 정식 명칭은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藥師瑠璃光如來本願功德經)》인데 줄여서 《약사여래본원경》 또는 《약사경》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약사경》은 다른 대승경전과는 달리 범본(梵本)의 원전이 전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역본만도 네 가지나 현존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현장법사의 번역본이 가장 잘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사여래에 대한 신앙은 중생들의 만병을 치유한다는 현세 이익적인 입장에서 일찍부터 뿌리를 내려왔는데, 그것은 초기경전에 해당하는 《출요경(出曜經)》에서 이미 약왕보살의 명호가 보이는 데서 미루어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사경》의 성립연대는 동방정토와 서방정토를 함께 서술하여 현세의 안락과 내세의 왕생을 동시에 설하는 신앙의 형태로 보아 《법화경》이나 《무량수경》 보다는 후대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약사여래는 동방정유리(東方淨瑠璃)세계의 교주로서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재앙을 소멸해주시는 부처님입니다. 그리고 이 부처님의 모습은 큰 연화대 위에 앉아 왼 손에 약병을 들고, 오른 손으로는 시무외인(施無畏印)을 맺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사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서분(序分)의 내용은 세존께서 광엄성(廣嚴城)의 낙음수(樂音樹) 아래서 설법하시는 광경의 서술로 시작됩니다. 이 부분은 문수보살의 질문에 세존께서 답하시는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는데 바로 약사여래의 12대원도 이러한 대담 속에 설해지고 있습니다.

약사여래는 과거세에 약왕보살로 수행할 때에 중생들의 아픔과 슬픔을 소멸하기 위해 12가지 대원을 세웠는데, 그 12대원 가운데 특히 제6대원의 ‘일체 불구자로 하여금 신체를 완전하게 갖추도록 하며 온 몸이 곪거나 미치거나 하는 온갖 병고가 없게 하는 원’이라든지, 또 7대원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나의 명호를 한번만이라도 들은 사람은 온갖 질병이 다 없어지고 신심이 안락하여지며 권속과 재물이 풍족하고 나아가서는 위없는 깨달음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원”과 같은 서원은 약사여래의 특징을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약사여래께서는 단순히 중생들을 병고에서 구제하는 데 그치지를 않고, 외도·파계자 · 범법자들에게도 구원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데, 이처럼 구병(救病), 부귀, 복락, 고난으로부터 해탈함과 같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대중심리에 부합하는 내용이 폭넓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 대의를 설명하는 정종분(正宗分)에서는 이 경전의 수지독송으로 인한 공덕과 위력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온갖 재앙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중생, 외적의 침입과 내란으로 국가가 큰 재난에 처했을 때, 질병이 유행할 때, 약사여래의 본원력을 통하여 모든 중생들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론에 해당하는 유통분(流通分)에서는 이 경전을 수지 독송하는 이들은 반드시 옹호할 것을 서원한 약사여래의 권속들, 즉 12신장과 야차신 등이 삼보에 귀의하여 견성개오(見性開悟)하였음을 설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적, 물질적 혹은 육체적인 수많은 질병에서 건져주고자 하는 약사여래의 서원은, 요즘과 같이 병명조차 알 수 없는 희귀(稀貴)한 질병들이 만연하고 있는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한 서원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비가 오는 날 누군가를 돕고자 할 때 단순히 우산만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으며 걸어가 주는 것이 진정 그 사람을 이해해 주는 일이 되듯이 중생의 병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려는 입장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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