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청상과부 이야기
-법철스님-
부처님을 모신 사찰에는 반드시 영단(靈壇)이 있기 마련이다.
고해중생이 천명을 다했거나 아니면 비명횡사를 하였거나 불문하고 고인을 추모하며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뜻에서 유족및 친지들이 사찰의 영단에 영혼을 모시는 곳이 영단이다.
영단에는 입적한 승려도 모셔져 있다.
영단에는 고인의 위패와 사진을 모실 수 있다.
나는 영단에서 잘알고 지내는 승려가 한 장의 사진으로 화하여 영단에 모셔져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제행무상의 슬픔에 젖기도 하지만 초조한 마음이 된다.
죽기전에 부처님의 법교법을 널리 포교하고 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나도 조만간 한 장의 사진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개 위패와 사진은 고인의 49제를 지내고 난 후 유족및 친지들의 뜻에 의해 영단에 모셔지는데 해마다 기일이 되면 제사를 지내는게 상례이다.
사찰에 영단에 영혼을 모시면 조석으로 승려들이 예불독경과 함께 부처님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축원을 받게 된다.
또한 매년 불교의 명절 때가 되면 승려들이 합동으로 염불독경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를 받게 하게 되니 영혼인들 얼마나 복된 일인가.
해마다 모든 영혼들을 합동으로 극락왕생을 위한 제(祭)를 지내는 날이 음력 7월 ‘백중날’이다.
이날은 영혼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날이므로 불교신도들은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부처님전에 나아가 기원을 드리고, 영단에 모신 인연있는 영혼들을 준비해간 공양물을 차려놓으며 촛불을 밝히우고 향을 사루며 지성껏 왕생극락을 위해 기원한다.
이 날은 법당안에서 애도하는 호곡(號哭)소리도 들려온다.
그런데 영단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위패나 사진이 있기 마련이다.
유족이 기독교로 개종하였거나 아니면 유족이 없는 영혼이다.
영단에는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빛바랜 고인의 사진처럼 슬픈것은 없을 것 같다.
나는 강진 무위사 영단의 구석에 아무도 찾지 않는 빛 바랜 사진 한 장을 발견하였다.
슬프게 웃는 백발의 노보살님의 얼굴이었다.
윤곽으로 보아 젊은 시절에는 미인었을 얼굴이었다.
나는 사찰에 오래 다니는 다른 노보살님에게 사진속의 인물에 대해 진지히 물어보았다.
노보살은 사진을 향해 합장하여 세 번 큰절을 올리더니 촉촉히 젖어오는 눈가를 주름진 손으로 훔치며 말했다.
“박보살님은 휼륭한 불도인이지요.” “어떻게 사셨는데요?” “그 이야기는 또 해야겠구먼.
나도 박보살한테 들었지요.
내가 죽고나면 누가 그 이야기를 할꼬?” “이야기를 들어보고 제가 세상에 알려드리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