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경스님─어디에 있든지 바른 행을 하라

어디에 있든지 바른 행을 하라

-보경스님-

값진 세속의 삶이란 부처님이 라자가하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앵무라는 바라문이 볼 일이 있어 어느 거사 집에 머물고 있었다.

바라문은 그 거사에게 ‘때때로 찾아뵙고 존경하며 가르침을 받을만한 스승’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했다.

거사는 서슴없이 부처님을 뵈라했다.

앵무 바라문은 죽림정사로 부처님을 찾아가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여쭈었다.

“도를 닦으려면 집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까, 집을 떠나서 하는 것이 좋습니까?”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도를 닦는 사람이 집에 있느냐, 집을 나오느냐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보다는 삿된 행을 하면 나는 그를 칭찬하지 않는다.

삿된 행은 바른 지혜를 얻지 못하고 법답게 살도록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 있거나 나오거나에 관계없이 바른 행을 하면 나는 그를 칭찬한다.

왜냐하면 바른 행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바른 지혜를 얻으며 법다움을 알기 때문이다.” 바라문이 물었다.

“그렇다면 큰 공덕과 이익을 얻으려면 집에 있는 것이 좋습니까, 집을 나와서 하는 것이 좋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단한 자기부정의 터널 지나면 눈부신 ‘대긍정의 세계’ 펼쳐져 “그것은 일정하지 않다.

집에 있는 사람으로서 큰 재앙이 있고 다툼이 있으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하면 큰 결과를 얻지 못하고 공덕이 없다.

또 집을 나온 사람이라 해도 작은 재앙이 있고 다툼이 있으며 원망과 미움이 있어서 삿된 행을 하면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집에 있는 사람으로서 큰 재앙이 있고 다툼이 있으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실천하면 큰 과보와 공덕이 있다.

또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는 사람이 작은 재앙이 있고 다툼이 있으며 원망과 미움이 있더라도 바른 행을 실천 하면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진실하며 허망한 말이 아니다.” (중아함 앵무경) 요즘 우리절의 경전강좌로 (치문(緇門))을 시작했다.

이 책은 북송(北宋) 택현온제선사가 (치림보훈(緇林寶訓)) 1권을 찬술한 이래로 여러 차례 증보한 것을 고려 태고보우국사가 원나라 유학시절 (환주지현 본)을 가지고 온 이래 출가자를 위한 지침서가 되었다.

출가자들의 삶이지만 재가자들에게도 유용한 것이 없지 않으리란 생각에 교재로 택했다.

수강자들이 얼마나 흥미를 가지고 따라올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잘 해볼 것이다.

부처님은 출가와 재가의 구분보다는 각자의 환경에서 바른 삶의 자세와 그렇지 않는 삶의 비교를 통해 큰 공덕의 성취를 말씀하셨다.

황금이 일차적이라면, 황금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물건과 그에 따른 가치는 이차적이다.

삶도 마찬가지여서, 외형이 이차적이라면 그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자세가 일차적이다.

최선의 상태에서는 모든 이차적인 것이 꽃가루처럼 떨어 져버린다.

최근 스티븐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특히 그가 젊어서부터 선불교에 심취하였고, 여기에서 얻은 직관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한다.

“stay hungry stay foolish-항상 갈망하고 우직하게 살라.”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그가 했던 유명한 말이다.

어느 늦은 오후에 (방거사어록)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편의를 얻으면 편의에 떨어진다(得便宜是落便宜)”는 말이 여기에 겹치면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부단한 자기부정의 터널을 지나면 눈부신 대긍정의 세계가 펼쳐 진다.

이것이 선의 정신이며 진실되고 허망하지 않는 보배로운 길이다.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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