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를 가슴에 품은 사람에게선 향기가 난다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 신행-지계-겸비해야 진정한 불자 사회단체 가입해 봉사활동도 적극
7월 3일 범어사에서 열린 제2회 범어사 지장 100일 기도 및 고승초청대법회 법문에서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은 ‘향기나는 불자’라는 주제로 법문했다.
월운 스님은 이 자리에서 “진정한 불자는 한 가지의 계율만이라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원력을 가져야 한다”며 “사회봉사 활동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월운 스님의 법문을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주-여러분 절에 나오실 때 가족들이 “절에 열심히 다니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시면 어떻게 답하고 있습니까? 또 “절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십니까?
“부처임을 알게 하리라” 우리가 청법가를 할 때 “사자후를 하옵소서”라고 하는데 ‘사자후’가 무엇인지는 대략 아시지요? 사자가 아침에 일어날 때 “잘 잤다”며 기지개를 펴면서 ‘어흥’ 하기만 해도 다른 짐승이나 새들이 자다가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린다고 합니다.
왜 정신을 차릴까요? 잡혀 먹을까봐 그러는 거겠지요? 부처님 법문 역시 중생의 정신을 딱 차리게 만들어 주신다고 해서 사자후라고 하는데, 맨 처음 상당하셔서 중생들을 향해 옳은 말을 쏟아놓으셨다고 해서 화엄경 여래출현품에서는 ‘제1 사자후’라 이릅니다.
부처님의 ‘제1 사자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모든 중생은 나와 똑같은 부처이건만 망상 집착 때문에 스스로가 부처 아닌 길로 가니 딱하도다.
내가 이제 방편을 써서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가 부처임을 알게 하리라.”
이것만 가지고도 불교 얘기는 다 되었습니다.
첫째, 중생은 누구나 부처다.
둘째, 그런데 스스로의 망상 때문에 부처를 놓쳤다.
셋째, 그 망상에서 건져내는 방법을 부처님이 방편으로 일러주시겠다.
넷째, 스스로가 부처임을 알게 하리라.
이 네 가지뿐입니다.
그래서 첫째와 둘째를 ‘미혹의 길’이라 하고 세 번째와 네 번째 구절을 ‘깨달음의 길’이라 합니다.
불교를 믿는 사람은 부처님 말씀에 믿음을 꽉 찍어놓고 부처님 말씀 안에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이것 하나도 쉽게 지켜지지 않습니다.
기독교 방송에도 나오는데 ‘나는 왜 승복을 벗고 목사가 되었나’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손주 입시기도를 했는데 세 번이나 떨어졌다’며 교회 나갔다는 말도 합니다.
애초에 아예 다른 곳으로 갈 사람들이 불문에 들어온 것입니다.
참된 불자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소원 들어주면 불자되겠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내가 이 문중에 왜 들어왔는가?’하는 자문을 해 보아야 합니다.
절을 떠나기 전에 내가 진정 불자인가를 되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불교의 특징은 누구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내 업으로 윤회에 들었으니 내 힘으로 윤회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매일 고기를 한 상자씩 갖다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 했습니다.
부처님은 고기 잡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 주신 겁니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나의 행복을 내가 찾아내 내가 누리는 것입니다.
우리 불제자들은 이 길을 택한 사람들입니다.
한 생각만 정신 바짝 차리면 천년, 만년이 필요 없습니다.
아들 하나만 주시면 불교를 믿겠다, 내 소원 하나만 들어주면 불교 믿겠다 하는데 사실 한 가지 이뤄지면 또 하나 달라 하고, 또 하나 이뤄지면 다시 또 하나 달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부처님의 본질로 들어가서 내가 본래 부처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 우주만물이 모두 내 것이니 더 이상 구할 것이 없구나! 우주를 한 아름에 품을 수 있는 가슴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가슴을 가진 사람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기에 내 삶은 물론 타인의 삶도 품에 안습니다.
이런 불자에게는 향기가 납니다.
구경각을 이룬 사람이 되라는 말 대신에 저는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향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신도님들이 부처님께 좋은 향을 올린다며 일본에서 만든 향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마음이야 갸륵하지만 사실 일본제 향과 부처님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일제 쓰지 말고 국산 향을 써서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과학 원칙에 맞습니다.
우리는 절을 하면서 몸뚱이를 바치고 향과 같은 물질을 바치지만 실제 부처님께 바쳐야 할 것은 몸뚱이와 향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욕심내는 마음을 접고 욕심을 안내면 향기가 나는 것입니다.
마음 바쳐야 최고 공양 그런데 그 욕심 안 내는 마음 하나 내는 게 솔직히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향기 나는 사람이 되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 5계는 다 못 지킨다 해도 평생 이 계 하나만이라도 지켜야겠다는 원력을 세워보십시오.
우리는 자유분방함을 좋아하지만 기본을 깨서는 안 됩니다.
바로 그 기본이 계입니다.
5계가 아니면 불자가 지켜야 할 도리 단 하나만이라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신행 생활에 철저해야 합니다.
행주좌와의 화두는 들지 않는다 해도 하루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관세음 정진이라도 반드시 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힘이 나옵니다.
정례적인 신행생활을 하지 않으면 언제 불교를 자신도 모르게 떠나게 될지 모릅니다.
물론 인연이 없다 하면 그만이라 하지만 실상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승가도 이 문제에 나서겠지만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을 점검해 보려는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지계정신과 신행생활을 말씀 드렸는데 여기에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습니다.
바로 협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참여에 적극으로 나서라는 말입니다.
이 사회에는 참 어려운 일들이 많은데 우리 불교계는 거의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도님 조직이 앞장서고 절에서 지원만 해주면 기독교 못지않은 활동을 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탄탄한 신도조직에 힘써야승가와 재가가 모두 한결같이 사회를 너무 모릅니다.
여러분들은 사회단체 중 하나를 택해서 사회 발전에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도 복전을 세 가지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모님께 예배하고, 세 번째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복전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하다못해 아파트 단지 내 주민 중 고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상담이라도 해야 합니다.
더 좋은 것은 불자 공동체 속에서 사회에 이바지 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불교 단체도 좋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실천하는 방법도 좋습니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에 어렵게 올랐으니 저도 부탁 하나 드리겠습니다.
불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역경을 갈망했는데 아직도 여의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일일이 모금하러 다닐 여력도 없습니다.
오늘 법문 들으신 불자님들만이라도 우체국에 가셔서 한 달에 천원만 입금될 수 있게 들어가게 해주세요.
천원이 적으면 이 천 원도 괜찮습니다.
부산지사=주영미 기자 [법보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