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돌아가는 에코 다잉

며칠전 이승을 떠난 전직대통령이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화장되어 고향마을의 한 사찰에 임시 안치되었다. 화장은 원래 불교식의 장례방식이다. 죽음의 문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전반적 변화를 겪게 되듯 한국의 전통적인 장묘문화 또한 시대적으로 변천되어 왔다. 석기시대에는 토장과 지석묘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 까지는 토분 및 화장이,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억불숭유정책으로 화장을 금하고 매장제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등 유교적 장묘문화가 극을 이루었다. 지금은 국토이용의 효율성을 내세워 매장을 억제하고 화장을 통한 납골 및 자연장 제도를 장려하고 있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을 용기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강이나 산, 바다 등에 뿌리는 산골장과 유골을 지정된 나무 아래 묻거나 땅에 묻은 후 나무를 심는 수목장과 같이 인간의 주검을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환경 친화적 장례를 뜻한다. 그래서 자연장을 에코 다잉(eco-dying)형 장례라고도 한다. 지금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자연장이 새로운 장법으로 유행하고 있다.

자연 그 자체가 하나의 장례방식이 되는 자연장에는 풍장, 조장, 수장 등이 있다. 풍장風葬은 사체를 매장하지 않고 공기 중에 놓아두는 방법으로 도서지방을 중심으로 치러진 장례절차이다. 사체를 놓는 방식에 따라서 동굴에 안치하는 동굴장, 나무에 걸어두는 수장樹葬, 벼랑이나 산기슭에 두는 애장崖葬 등으로 나뉜다. 조장鳥葬은 사체의 처리를 새들에게 맡기는 자연장법이다. 이 장례법은 하늘을 신성시하고 육체는 새에 의해서 하늘로 운반된다는 티베트인의 생각에 근거를 둔 것이다. 수장水葬은 시신 혹은 분골을 물에 떠나보내는 방식으로 전례되고 있으며, 강이나 물에 종교적 의미를 담는 지역, 특히 인도에서는 4대 장례법의 하나로 꼽히는 장법이다.

그 밖에도 현대에 와서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개발된 장법으로는 냉동장이 있다. 시신을 냉동시킨 후 진동기계로 1분만에 가루로 만든다. 이 가루를 땅에 묻는 방식이다. 장례방식이 화장과 달리 유해가스를 발생하지 않아 훨씬 환경친화적이며 분해과정도 빠르다. 또 화장한 유골을 비행기로 공중에 뿌리는 스카이장도 있다. 중국의 등소평 등이 이런 장법으로 바다에 흩뿌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장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현재 널리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풍장이나 조장은 사체를 유기한다는 의식에서 유교정신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기 어려운 장법이다. 그리고 화장한 유골을 강이나 바다에 뿌리는 수장은 경제적인 비용이 들지 않고 방법의 간편성으로 인해 지금까지 많이 이용되어 왔으나 오늘날은 환경오염의 우려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유교적인 의례에 따라 추모의 기회를 가질 상징물이 없다는 점에서도 선호하지 않는 장법이다.

냉동장은 화장과 달리 유해가스가 발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친환경적이나 최신기술이라 그 시설의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변우혁, ‘수목장’) 스카이장 역시 비행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서민들에게는 경제적인 부담이 될 것이므로 일반적인 장법으로 보급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수장과 마찬가지로 추모의 상징물이 없다는 점도 유교적 정서를 지닌 우리 국민 대부분의 호응을 받을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이다.

자연장도 환경문제, 경제적 부담, 종교적 정서에 맞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있지만 근년에 들어와 수목장이 새로운 대안적 장묘방법으로 주목되고 있다.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수목장이 상당히 일반적인 장례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특히 독일에서는 유골의 40%가 나무에 뿌려지고 있으며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유골 위에 장미꽃을 심는 장미묘원과 같은 정원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5월부터 수목장에 관한 법이 발효된 후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수목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목장은 묘지라기보다 숲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인들은 그 어떤 편리한 시설보다도 자연 그대로의 숲이 주는 혜택들에 공감하고 있다. 즉,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묘시설보다는 자연스러운 산림 속에서 영원한 휴식을 취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인에게 숲은 친숙함의 대상이다. 산과 들에 둘러싸여 살아온 우리에게 숲은 농경문화에 대한 향수를 담은 대상이자 휴식의 공간이다.

장례법의 선택은 반드시 철학적 판단에 기초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장자는 인간의 삶과 죽음은 기氣의 취산聚散이라고 했다. 죽음이란 기氣가 흩어져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나무의 거름이 되어 물화物化하는 수목장은 한국인의 의식 속에 흐르고 있는 도가적 자연주의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자연장과는 달리 추모의 상징물이 자연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에서 유교적 계세繼世사상에 따른 효孝의례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장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서는 수목장 시행상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먼저 추모목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고가高價의 추모목이 거래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과시욕구를 부추기는 사설업자들에 의해 어떤 추모목은 수천 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고가로 분양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수목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하므로 수목장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수목장은 화장된 유골을 수목의 뿌리 주위에 묻어주는 방법 외에도 땅을 파서 유골을 먼저 땅에 묻고 그 위에 수목이나 장미와 같은 화목을 심는 방법도 있다. 그러므로 꼭 수십년된 고가의 나무를 선택할 필요가 없고 작은 묘목으로도 가능하다는 수목장의 다양성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풍수지리설에 따라 나무뿌리가 시체를 감싸고 있을 경우 자손들에게 화가 미친다는 생각에서 나무뿌리가 유골과 접촉되는 것을 꺼리는 비합리적인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묘지의 부족, 죽음관의 변화 등으로 인해 화장률이 부산시의 경우는 80%에 달하고 전국적으로 60% 가까이 된다. 매장과는 달리 화장인 경우 그 유골을 처리하는 방법이 다양하다. 이제 우리 모두가 각자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처리해야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mozi@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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