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경(藥師經) _ 중생 질병 고쳐주는 부처님이 ‘약사여래’

불교의 부처님은 곧잘 병을 치료해 주는 의사에 비유된다. 부처님을 법왕法王이라 부르는 것처럼 때로는 의왕醫王이라 부르기도 한다. <약사경(藥師經)>의 약사라는 말도 중생들의 질병을 고쳐 주는 부처님의 명호이다.

이 경의 본래 이름은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인데 줄여서 <약사경>이라 한다. 이 경에 의해서 약사신앙이 생겨났다. 관음신앙이나 지장신앙과 마찬가지로 약사신앙도 온갖 재난과 병고를 이겨내고 수명을 연장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욕구를 가지고 약사여래를 섬기는 신앙이 민간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사찰에 약사전이라는 법당이 있는데 이 법당에는 약사삼존불을 모시고, 약사삼존불은 약사여래와 좌우에 일광보살과 원광보살을 모신다.

이 경의 한역본이 5역이 있으나 대표적인 것으로 3본이 있다. 수나라 때 달마급다(達磨多)가 번역한 <불설약사본원경> 1권과 당나라 때 현장(玄裝)이 번역한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1권과 또 뒤에 당의 의정(義淨)이 번역한 <약사유리광칠불공덕경> 두 권이다. 부처님이 광엄성의 악음수 밑에서 문수보살을 상대로 설해준 경으로, 약사유리광여래가 보살도를 닦을 때 세운 열 두 가지의 대원을 설하고 있다. 다만 <약사유리광칠불본원공덕경>에는 12대원이 아닌 8대원이 설해져 있다.

동쪽으로 무수한 불국토를 지나가면 약사유리광여래가 교주로 있는 동방만월세계가 있다. 이 세계에 있는 약사여래가 보살로 있을 때 중생들을 질병과 재난의 고통에서 구제하고 누구나 부처가 되도록 하겠다는 열 두 12가지 대원을 세워 불도를 닦아 부처가 되었다 하였다.

이는 마치 법장비구가 48대원을 세워 극락세계를 장엄한 이야기와 유사한 이야기이다.

약사여래의 세계는 극락세계와 비슷하게 묘사되고 있다. 땅에는 유리보석이 깔려 있고 궁전과 누각들은 모두 보배로 꾸며져 있다. 이러한 부처님의 세계에 누구든지 태어나기를 발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약사여래를 믿는 믿음의 공덕에 대하여도 설해 놓았다.

특히 약사유리광여래의 명호를 외면서 염불할 것을 권하고 사람이 악업을 지어 지옥의 고통을 받는 원인은 약사여래의 명호를 듣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한 대목도 있다. 때문에 살아서 온갖 화를 모면하고 죽어서 부처님 세계에 가려면 누구든지 약사여래를 염불하라 하였다.

또 약사여래의 불상을 모셔 놓고 이 경을 읽으면 어떤 소원이든지 다 이루어져 장수를 누릴 수도 있고 부자가 될 수도 있고 원하는 아들, 딸을 낳을 수도 있다 하였다. 이러한 중생들의 현실이익을 설해 놓기도 하였지만 <약사경>의 중요한 사상은 보살도 실천을 통한 정토구현이다. 유리광(琉璃光)이라는 명호 속에 들어 있는 말처럼 유리가 투명하여 속이 보이는 것처럼 마음의 본체를 밝혀 만덕을 갖춘 부처님의 덕을 성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을 보배유리에 비유하여 말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경은 약사여래의 본원에 의하여 성불할 수 있다는 정토사상의 기본인 타력신앙과 밀교적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다. 12대원 가운데 상호구족원과 광명변조원이 들어 있는데 이는 자신이 성불했을 때 그 나라에 태어나는 중생들이 자기와 같은 상호를 갖추게 되고 몸이 유리처럼 투명하고 일월처럼 장엄되어 중생의 어두운 세계를 모두 밝혀 준다는 것이다.

지안스님, 월간반야 2010년 10월 제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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