曉風飄磬遠(효풍표경원) 새벽바람에 풍경 소리 멀리 날아가고
暮雪入廓深(모설입곽심) 저녁 눈발 창틈으로 날아드는데
念在禪房宿(염재선방숙) 자나 깨나 선방을 떠나지 않고
慇懃自洗心(은근자세심) 은근히 마음 씻으며 살고 있다네.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세월이 깊어져 연말이 가고 연시가 왔다. 만류가 무상 속에 생멸하는 것인데 때에 따라 생각이 일어나면 감회도 생긴다. 공간이 있어야 시간이 흐르고 시간이 있어야 공간이 있는 법. 언제 어디라는 말에서 역사의 자취가 만들어지고 중생이 업을 짓는 무대가 등장한다.
일생을 도를 닦는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엄청난 일이지만 쓸쓸한 일이다. 생존의 근본 뿌리를 뽑는 일이며, 모든 현상을 공화(空化)시키는 일이다.
매계수상(梅溪守常) 선사는 생몰 연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 원나라 때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위의 시는 참선을 하면서 산다는 선거(禪居)라는 제목의 시이다. 마음 씻는 선공부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자기 길을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잘 산다는 것은 자기 길을 잘 가고 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