晨風暮雨雪飄園(신풍모우설표원) 새벽바람 저문 비 눈 날리는 동산에
寂寂香銷未返魂(적적향소미반혼) 쓸쓸히 사라지는 향기, 돌아오지 못하는 넋이여!
佇立驚呼留不得(저립경호류부득) 발 구르며 불러 봐도 붙잡지 못하는데
萬山孤月又黃昏(만산고월우황혼) 온 산의 외로운 달마저 저물어 가네.
매화를 소재로 한 아름다운 시이다. 반발했던 꽃잎이 다 떨어져갈 무렵 그윽했던 향기가 사라지는 것을 돌아오지 못하는 넋이라 했다. 꽃이 피고 지는 것도 인연 따라 일어나는 하나의 자연현상이지만 왔던 것은 가야하고 생겨났던 것은 없어져야 한다는 이치에서 보면 천지 안의 모든 것은 스스로 운명殞命의 종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는 매화를 보고 살던 한 선비의 고독한 정신이 매화 향기처럼 묻어 있는 시이다. 꽃이 지는 낙화의 슬픔 속에 인생 황혼의 우수를 느낀 것 같기도 하다. 이 시의 작자는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 1560)이다.
시문에 능했던 그는 10여 권의 시문집을 남기기도 했지만 성리학의 대가로도 알려져 있다. 산수를 노래한 시조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절로 수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그 속에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절로 하리라.”은 시조가 많이 애송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