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 한 마지기 노는 밭이여

산전일편한전지 山前一片閑田地 산비탈 한 마지기 노는 밭이여

차수정녕문조옹 叉手정녕問祖翁 손 모아 어르신께 여쭈나이다.

기도매래환자매 幾度賣來還自買 몇 번이나 팔았다가 다시 샀지요?

위린송죽인청풍 爲隣松竹引淸風 솔바람 댓잎소리 못내 그리웠습니다.

산비탈에 묵혀진 밭 한 마지기가 있다. 대대로 이를 가꾸며 살아왔던 그리운 시절이 생각나서 먼 조상 할아버지에게 넌지시 여쭈고 싶다. 이 밭의 임자가 누구누구였는지. 밭 근처에는 소나무 대밭이 있어 언제나 맑은 바람을 불러오고 있었다. 비록 가난했지만 자연 그대로 살던 시절이라 고향의 소식이 묻혀 있어 언제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이 시는 중국 송나라 때 오조법연(五祖法演)선사가 지었다. 백운수단(白雲守端)의 법을 이었고 원오(圓悟克勤)의 스승이다. 만년에 오조산에서 선풍을 드날려 일세를 풍미케 하였다. 오조법연의 오도송으로 알려질 만큼 유명한 시이다. 산비탈 노는 밭이란 우리의 본성 곧 마음자리를 상징한 것이다. 아무런 가식이 없고 소박한, 부도 없고 명예도 없던 내 자성의 참모습을 우리는 잃어버렸다. 공연히 환영에 도취되어 미로를 헤매다가 고향 가는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조옹(할아버지)은 자기 진심을 의인화 시킨 말로 볼 수 있다. 고향 가는 길을 찾은 후 헤매던 시절을 회상하며 본성을 등졌던 것을 고향 밭을 팔았다고 비유하였다.

지안스님 해설. 월간반야 2003년 4월 (제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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