桃紅復含宿雨 도홍부함숙우 복사꽃 연분홍 간밤 비에 젖어 있고
柳綠更帶春煙 유록갱대춘연 푸른 버들가지에 봄 안개 어리네.
花落家童未掃 화락가동미소 꽃잎은 시나브로 떨어지고 있는데
鶯啼山客猶眠 앵제산객유면 꾀꼬리 울음 속에 나그네는 졸고 있네.
춘경을 담고 있는 한 폭의 동양화다. 비온 뒷날 날이 개자 복사꽃 붉은 꽃잎 아직 물기를 머금고 버들가지 사이로 봄 안개가 어린다. 마당에는 떨어진 꽃잎이 쓸지 않은채로 남아 있고, 꾀꼬리 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데 누군가 봄에 취해 졸고 있는 것일까?
이 시의 작자 왕유(王維 699~759)는 당나라 전성기의 대시인이요 화가였던 사람이다. 이백 두보와 더불어 당시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인물로 불교에 심취하여 많은 시를 썼기 때문에 시불(詩佛)이라고 불려지기도 했다. 그의 많은 시에는 선미(禪味)가 베여있다. 또한 자연시의 제1인자로 꼽히었으며 그의 시를 좋아했던 대종(代宗)으로부터 “천하의 문종(文宗)”이라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
그림에도 뛰어나 장안의 절 자은사에 그린 벽화 백묘화(白描畵)와 금벽청록(金碧靑綠)의 산수화가 절찬을 받기도 하였다. 벼슬이 상서우승(尙書右丞) 때 죽었으므로 왕우승이라고도 불리며 <왕우승문집> 10권이 있다. 당시의 고승들과 교유가 넓었으며 특히 하택신회(荷澤神會)선사를 의지해 참선을 하기도 했다. 불교 경전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초서에도 능했다.
지안스님 해설. 월간반야 2004년 4월. 제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