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에 담긴 물이 정이 없다하지 말게나

休言潭水本無情(휴언담수본무정) 못에 담긴 물이 정이 없다하지 말게나.

厥性由來得一淸(궐성유래득일청) 그 본성은 원래 하나의 맑음뿐이라네.

最愛寥寥明月夜(최애요요명월야) 고요한 달밤이 가장 좋나니

隔窓時送洗心聲(격창시송세심성) 창 너머 때로 마음 씻기는 소리 들려온다네.

달밤의 못물을 두고 지은 멋진 시이다. 고요한 산방의 창 너머로 계곡의 웅덩이에 달빛이 교교하다. 물은 본래 맑은 것으로 모든 것을 씻어주는 청정이 그 이미지다. 때로는 물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씻어지는 깨끗함을 느낀다. 더구나 고요한 달밤에 호수나 연못의 물을 보면 은은한 정서가 가슴 속에 물이 되어 흐를 것이다. 달빛 젖은 명상에 아련히 떠오르는 물과 같은 정이 고요 속에 그림자처럼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정중(靜中)의 동(動)이 되어 고요를 깨뜨리면서 고요에 가라앉는 돌멩이가 되기도 할 것이다.

무용수연(無用秀演1651~1719) 스님이 남긴 이 시는 당시 스님과 교류하던 사대부 김창흡에게 화답한 시로 그 제목이 나와 있다. 유자에게 은연중 불법의 참 이치를 물에 비유 설해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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