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신고수앵류명 淸晨高樹鶯留鳴 맑은 새벽 나뭇가지 높이 꾀꼬리 울음
문이하심아이경 問爾何心我耳驚 묻노니, 네 무슨 마음으로 내 귀를 놀라게 하냐?
원득원통무애력 願得圓通無碍力 원컨대, 막힘없는 원통의 힘을 얻어
보문진성불문성 普聞眞性不聞聲 널리 진여의 본성을 듣고 소리는 듣지 말자.
오암(鰲巖 1710~1792)대사는 이조 중엽의 스님이다. 시를 잘 썼던 스님으로 유명하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문단에 데뷔한 승려시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문집 『오암집』은 시집이라 할 수 있는 문집이다. 시가 270여 수 수록되어 있고 문은 14편에 불과하다.
오암 대사는 어려서부터 재주가 비상하여 학문의 길에 들어섰다가 21살 때 모친의 상을 당해 인생무상을 느끼고 출가하여 청하 보경사(寶鏡寺)에서 스님이 되었다. 그때의 법명은 의민(毅旻)이었다. 청하의 오두촌(鰲頭村)에서 태어나 이 인연으로 자호를 오암이라 하였다.
새벽 꾀꼬리(曉鶯)라고 제목을 붙인 이 시는 꾀꼬리 울음을 듣고 듣는 성품인 문성(聞聲)을 듣는다는 오도(悟道)의 경지가 피력되어 있다. 이는 『능엄경』의 이근원통(耳根圓通)에 나오는 말로 성진(聲塵)인 소리를 들을 때 소리를 듣지 말고 듣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알라는 말이다. 이를 반문문성(反聞聞性)이라 한다. “꽃을 보고 색이 공함을 깨닫고 새소리 듣고 듣는 성품을 밝힌다”는 시구(看花悟色空 聽鳥明聞性)처럼 보고 듣는 경계에서 진여본성을 찾는 것이 수행자의 본분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