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님이 조주스님께 물었습니다 (僧問趙州).
“만법(萬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萬法歸一), 그 하나는 어느 곳으로 돌아갑니까?(一歸何處)”
조주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州云). “내가 청주에 있을 때(我在靑州), 베 적삼 한 벌을 만들었는데(作一領布杉), 그 무게가 일곱 근 이더라(重七斤)”
여기에서 만법귀일(萬法歸一)은 승조의 저서『보장론(寶藏論)』에서 처음으로 쓰인 말로, 그 내용은 만법(萬法)은 온갖 존재의 뜻으로 차별이요, 일(一)은 그런 차별이 감춰진 평등의 세계를 이르는 것으로 우주의 모든 것은 궁극에 있어서 근원적으로 하나로 귀착된다는 뜻입니다. 또한『유마경』에서도 만법즉진여(萬法卽眞如)라 하여 비슷한 용례가 있습니다.
승의 물음에 조주스님께서는 “내가 청주에 있을 때 적삼 한 벌을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 근 이더라”라고 말하셨습니다. 이는 승의 물음이 알음알이의 개념적인 물음에 관계없는 조주스님의 선의 절대 경지를 무심한 말로 표출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즉 차별과 평등을 여읜 절대 중도를 일상사에서 나타내고 계신 것입니다.
인해스님 (동화사강사) 글. 월간반야 2005년 2월 제5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