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온갖 경계를 따라 굽이치나니

심수만경전 心隨萬境轉 마음이 온갖 경계를 따라 굽이치나니

전처실능유 轉處實能幽 굽이치는 그 자리가 실로 그윽하다네

수류인득성 隨流認得性 이 흐름을 따라 본성을 알아버리면

무희역무우 無喜亦無憂 기쁠 것도 없고 또한 슬플 것도 없다네

마음은 언제나 경계에 부딪혀서 가지가지 감정을 일으킨다. 소위 희로애락이란 사람의 감정이 마음의 경계에 부딪혀서 일어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식이 흐르는 마음의 작용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일 찰라에 900번의 생멸이 있다고 하였다. 1초가 75 찰라이니까 1초동안에 67,500번(75×900)이나 마음의 진동이 있다는 말이다. 마음에 진동이 일어나는 것이 경계를 따라 굽이치는 물줄기와 같은 의식의 흐름이 된다. 이 이치가 참으로 미묘하여 알 수 없는 불가사의이다. 그러나 이 의식이 시작되는 근원인 본성, 굽이치는 성질을 갖고 있는 본성 자체를 알아버리면 기뻐도 기쁠 것이 없고 슬퍼도 슬플 것이 없는 무심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원래 이 게송은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이어받은 22대 조사인 마나라(摩拏羅)존자가 그의 제자 학늑나(鶴勒那)존자에게 설해 주었다는 게송이다. 혹 어떤 이는 『경덕전등록』에 양기방회(楊岐方會)가 이 게송을 읊은 것이 있다하여 양기스님의 작품으로 보는 이도 있다.

사람은 감정에 북받쳐 울고 웃는다. 그러나 슬픔도 기쁨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파동일 뿐 정체가 없다. 그런데도 감정을 주체못하여 본성을 잃고 행동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지안스님 해설. 월간반야 2003년 9월 (제22호)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