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현관 앞 초코허브
눈빛 향기롭다
고마워서,
숱이 많은 머리를 어루만지며
귓불을 살짝 건들었을 뿐인데
그 아이,
가진 향기를 몽땅, 내 손에 건네준다.
그 손으로 먹는 늦은 저녁이 달다
그래그래, 오늘은 네가
고단한 내 하루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말랑말랑한 스펀지다
칠흑의 어둠을 뚫고 나온 협궤열차의 기적소리다
정성껏 등피를 닦고 심지를 갈아 끼운 램프 불빛이다
달다. 혼자 먹는 늦은 저녁밥.
文殊華 하 영(시인, 반야불교학당)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