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花千片萬片(낙화천편만편) 꽃잎은 떨어져 천 조각 만 조각으로 날리고
垂柳長條短條(수유장조단조) 긴 가닥 짧은 가닥 버들가지는 휘늘어졌는데
悄悵天涯獨客(초창천애독객) 슬프구나. 하늘 끝 외로운 나그네
不堪對此魂消(불감대차혼소) 이를 보고 있으니 혼이 녹아내리는 것 같구나.
행각 길에 올라 길을 가다가 저무는 봄의 서정에 울컥 슬픔이 서려와 지은 시이다. 때로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뿐인 것 같은 처절한 고독이 느껴질 때가 있다. 모든 존재가 개체적으로 분리될 때는 하나뿐이 듯이 아무리 연기의 관계 속에 있다 하여도 하나는 어디까지나 하나인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자신과 똑같은 것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천부의 고독을 느끼면서 자신을 전달할 곳을 찾는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나를 100% 전달할 곳은 없는 것이다.
이 시는 조선조 중엽의 백암성총(栢庵性聰:1631~1700) 스님이 지은 시이다. 길을 가다가 저무는 봄의 서정을 느끼고 지은 시로 제목이 ‘도중춘모(途中春暮)’로 되어 있다. 취미수초(翠微守初)에게 참학하여 법을 전해 받은 성총은 임자도에서 경전을 싣고 표류해 온 배를 발견 화엄경 소초와 회현기(會玄記), 기신론필삭기(起信論筆削記) 등을 발견하여 이를 간행해 유포하여 교학 부흥에 큰 공을 남기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