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

하루만 행복해지려거든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일주일 행복해지려거든 결혼을 하라. 일 개월 정도라면 말을 사고, 일 년이라면 새집을 지어라. 그러나 일생 동안 행복해지고 싶거든 정직한 사람이 되라.라는 어느 나라의 격언이 있다.

격언이란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을 이어 내려오면서 얻은 경험의 산물이고 보면, 이말은 정직한 삶이 곧 평생의 행복이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이다. 정직이란 사람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양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사람으로서 위대한 점은 바로 이러한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분들을 자주 만나다보니 자연 그분들에게서 듣게 되는 이야기 중에 이 양심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다음은 부산에서 회사택시 영업을 하는 어느 기사분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날은 왠지 좀처럼 손님이 없어 한가한 날이었다.

시내를 몇 바퀴 돌았지만 손님은 고작 서너 사람뿐. 아직 교대 시간은 꽤 남아 있었지만 입금액을 채우려면 한참 모자라는 액수라 조금씩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8월의 대낮은 뜨거운 폭염이 사정없이 내리쬐고 있어 에어컨을 틀고 앉아 있어도 더운 바람만 푹푹 나오는 차 안은 마치 찜통에 들어앉은 기분이었다.

무슨 놈의 더위가 이리 징그럽노? 이건 차라리 한증막이다, 한증막. 혼잣말로 투덜거리고 있던 중 문뜩 저 앞에서 누군가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대충 스물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원피스 차림의 아가씨가 자신의 차를 향해 서 있는 것이었다.

“기사 아저씨, 저 짐이 좀 있는데예, 쪼매만 기다리이소.”하더니,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 꽤 값이 나가보이는 짐을 실어 달라는 것이었다. 사과 궤짝만한 무거운 짐을 트렁크에 싣고는, “어디로 가십니까?” 하고 물으니, “저 조금 먼 거리인데… 대구 XX동까지 가실 수 있으십니꺼? 요금은 후하게 드릴 테니 걱정마시고예.”하고 시원스레 말하는 것이었다.

그쪽 방향이면 돌아올 때 빈 차로 와야 한다는 부담도 적고 기왕에 요금도 더 얹어 준다니 장거리라도 갈 만하다 싶었다.

에라 모르겠다. 시내에서 한참을 돌아도 허텅만 치는데 막힘 없이 뚫린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보는 맛도 괜찮겠다 싶어 기사는 모처럼 기분까지 좋아지고 있었다.

“저 짐은 뭐가 들었길래 그리 무겁습니까? 귀중한 거 아닙니까, 아가씨?”

“맞아예. 지가 결혼 날짜가 얼마 안 남았는데예, 신랑 될 남자가 지한테 선물로 준 아주 비싼 물건 아입니꺼?”

그년는 활짝 웃으며 자랑스럽게 떠벌였다. 자신과 결혼하기로 한 남자가 상당한 부잣집 아들인데다 학벌도 좋고 게다가 얼굴도 잘 생겼다는 등… 기사 아저씨도 젊었을 적엔 제법 잘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겠다, 하며 공연히 추켜세우는 그녀의 수다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 아가씨도 꽤 있는 집 규수 같아 보이는 게, 말이 좀 많기는 해도 붙임성이 있어서 시집을 가면 귀여움을 바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택시는 대구 시내로 접어들고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자 다 왔습니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아가씨.”

미터기의 요금은 5만 원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조금 망설이는 태도로, “기사 아저씨, 지가예 깜빡 잊고 지갑을 두고왔나 보네예. 쪼매만 여기 게이시소. 빨리 집에 가서 가져다 드릴 테니께.”라며 자신의 집이 저쪽이라고 가리키는 것이었다.

짐도 뒤 트렁크에 있겠다. 잠시만 기다리면 요금을 가져오겠지, 하고 당연하게 생각한 그는 그러마.하고 선선히 대답했다.

부리나케 앞을 가로질러 그녀가 뛰어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잠깐만 기다리라던 그녀는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30분이 되어서야 아차! 그는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았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하늘이 노랗게 보인 것은 그깟 돈 몇 만원 보다는 어리디 어린 여자한테 자신이 당했다는 허탈감 때문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트렁크의 문을 열어본 그는 또 한번 기가 차서 입을 벌린 채 꼼짝을 하지 못했다. 화려하게 포장된, 그 아가씨가 버리고 간 짐속에는 커다란 돌 두 개가 그를 향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개인택시 기사분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그날도 여느때처럼 손님을 기다리는데 저만치서 어린 여자 아이가 차를 세우는 것이 보였다.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아저씨, XX아파트까지 데려다 주세요.”

무심히 백미러로 바라보니, 열서너 살 정도로 보이는 중학생 같았다. 어느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자 그 아이는 앞쪽을 가리키면서, “아저씨, 저기가 우리 집이에요. 그런데 잠깐만 기다려 주실래요? 엄마한테서 돈을 타가지고 나올게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차비가 없는 모양이구나. 그럼 내 여기 있을 테니 빨리 갔다 오렴.”

그러자 아이는 재빠르게 아파트 현관문을 향해 뛰어간 디 이내 사라졌다. 그는 잠시 쉴 겸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었다. 그런데 집으로 뛰어간 아이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서야 아이만 믿고 아파트 호수를 물어보지 않은 채 내리게 한 자신의 어리석음이 후회가 됐다. 요금은 3천원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이에게 속았다는 괘씸함이 가슴을 끓어오르게 했다.

할 수 없지. 잊어버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그는 차를 돌려 그 곳을 나왔다. 그러나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저 아기가 자라 어떤 사람이 될지 무척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옛말에도 세 살 적 버릇이 여든 간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기 자신도 자식을 키우고 있는 입장이었다. 만나서 따끔하게 혼을 내고선 다음부터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잘 타일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다음날 아침, 등교 시간에 맞춰 그 아파트 앞에 차를 대고 아이를 기다렸다. 그런데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사과 상자에 넣은 돌멩이를 귀한 물건이라고 속인 뒤 택시 요금을 내지 않고 달아난 젊은 여자는 돈 5만 원에, 집 앞에서 달아난 어린 여중생은 3천 원의 돈 때문에 자신의 양심을 버리고 남의 마음까지 아프게 한 셈이다. 돈이 없으면 버스를 타면 될 일이다. 조금 편하자고 거짓을 행하며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 진정 편한 것일까? 뿌린 대로 거두는 법. 순간의 안위를 추구하는 것이 언젠가는 마음의 짐으로 남아 평생을 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남을 속인다는 것은 죄이며 더구나 자신의 양심까지 속인다는 것은 더 무서운 죄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듯이 한번 나쁜 일을 하게 되면 두 번째, 세 번째 죄를 짓는 것은 더 쉬워지는 법이다. 위에서 당한 택시 기사들도 이제는 점차 남을 믿는다는 것이 어려워지고 우선 의심부터 하게 될 것이다.

비단 택시 요금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영업용 택시 안에 함부로 휴지를 버리는 사람, 심지어 자신의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봉투를 슬쩍 버리고 내리는 어느 아주머니… 이 모두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이자 자신의 양심을 버리는 행동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 정치, 경제 현실의 부도덕 비양심을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받아서는 안 될 검은돈을 받은 비양심적인 정치인들이 속속 구속되고 심지어 대통령의 아들마저 검찰에 구속되는 현실이다.

얼마 전, 어느 30대 가장이 대낮에 도심 한복판에서 돈을 밝히는 정치인들, 내 돈이나 주워가라!라고 외치며 3백 7십여만 원의 돈을 뿌린 충격적인 일이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는 단칸 셋방에서 처자식을 거느리고 사는 중소 건설업체 노동자였다. 경찰에 구속된 그는, “노동자는 단돈 몇 푼을 벌기 위해 피땀을 흘리는데 정치인들은 부정하게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뜯어가고 있는 세상이 아니가. 국회로 보내 주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심부름꾼이 되겠다던 정치인들이, 당선되고 나면 양심도 없이 사기꾼, 도둑놈이 되어 이 나라를 망쳐 놓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개탄스러워 어쩔 수 없이 이같은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소.”라며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그의 행동에 대해 시민들은 오히려 공감한다는 격려 전화가 빗발치듯 몰렸다는 후문이 들렸다. 이 사회의 도덕성과 정의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이다.

부처님은, 만약 사람의 마음이 정직하면 금과 같이 귀중하다.라고 “제법집요경”에서 말씀하였다. 모든 것이 순환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불신하게 되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챙기는 데는 속임수가 이길 수도 있지만 그것은 그리 길게 가지 못한다. 하루하루의 삶이 우리의 긴 인생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정직하게 살다보면,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도 후회없고 행복한 인생이라는 기쁜 바다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三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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