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어집] 제4편 1장 오매일여(寤寐一如) 04. 불등 순(佛燈詢) 선사

불등 순(佛燈詢)스님이 있었습니다.

그는 오조 법연 선사의 손제자(孫弟子)되는 분으로, 대혜 선사와는 사촌간이었습니다. 불감 근(佛鑑
懃) 선사 밑에서 약 삼년 동안 공부하였는데 불감 근 스님께서 가만히 살펴보니, 이 스님이 근기는 괜찮은데 게을러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불감 근 스님이 한번은 불등 순 스님을 조용히 불러 “네가 내 밑에서 얼마나 있었느냐?”라고 물으니, “삼년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삼년 동안 공부한 것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불동 순 스님은 큰일이 났습니다. 삼년 동안 밥이나 얻어 먹고 낮잠이나 자고 공부는 안 했으니 내놓을 것이 없었습니다. 드디어 불감 근 스님께서 공부에 대해 한 마디 물어 보았으나 도무지 캄캄하여 대답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불감 근스님은 “이 도둑놈, 밥도둑놈아. 삼년 동안 내 밥만 축냈구나. 삼년을 공부했다면 어찌 이것을 대답 못 해? 밥만 축낸 밥도둑놈, 이런 놈은 하루 만 명을 때려 죽여도 인과도 없어” 하고는 마구 패는 것이었습니다.

불등 순 선사는 가만 있다가는 아주 맞아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안 맞아 죽으려고 도망을 쳤습니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도망가다가 처마 밑에 서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코도 입도 몸뚱이도
불감 근 선사와 똑같은데 왜 저 스님은 두들겨 패고, 나는 맞아야 하는가? 어째서 저 스님은 도를 성취했는데 나는 이루지 못하는가?’

이렇게 반성하며 다시 절로 들어가서는 자신이 스님에게 한마디 대답도 못하고 밥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쫓겨났으니 바로 깨치게 될 때까지라도 자지 않고 눕지도 않고 오직 서서만 지내겠다고 대중에게 선언했습니다. 정진은 계속 되었습니다. 밤이 되었는지 낮이 되었는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잊은 채 계속 정진하였습니다. 불감 근스님이 이를 보고는 용맹심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불등 순스님은 화두 하나만 갖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루는 불감 근스님이 그를 불렀습니다. 불등 순스님은 겁은 났지만 부르는데 안 갈 수가 없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스님앞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불감 근스님이 무슨 법문을 해 주시는데, 그 법문을 듣는 순간 불등 순스님은 무슨 법문을 해 주시는데, 그 법문을 듣는 순간 불등 순스님은 그만 확철히 깨쳤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인가를 받았습니다. 정진을 시작해서 도를 성취하기까지의 기간을 헤아려 보니 사십구일 동안이었습니다. 사십구일 동안을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입는 것, 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오직 서서 공부만 했던 것입니다. 불등 순스님은 실제로 용맹정진을 했고, 그리하여 깨쳐서 인가를 받은 것입니다.

불감 근스님의 사형되는 분에 원오 극근 선사가 있었는데 이 소문을 듣고는 찾아왔습니다.

“그까짓 며칠 동안 공부한 것 가지고 뭘 안다고 인가를 해줘. 사람을 죽여도 푼수가 있지. 내가 봐야겠으니 그놈 오라고 해.”

이렇게 불등 순스님을 불러서는 산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산모퉁이를 도니 절벽이 나오는데, 절벽 밑에는 폭포가 있고 폭포 밑에는 깊은 소(沼)가 있었습니다. 그 옆을 지나가는데 원오스님이 그를 절벽 밑의 폭포 속으로 확 밀어넣더니 공부한 것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물길이 깊어 발이 땅에 닿지도 않고, 입으로 코로 마구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데다가 폭포소리가 요란하여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정신을 잃게 해 놓고는 법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불등 순스님은 마치 방안에 앉아서 대답하듯 묻는 말에 척척 대답을 했습니다. 이것을 본 원오스님은 “그놈 죽이기는 아깝구나. 끄집어 내줘라”라고 말했습니다.

性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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