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20/64

능엄경… 20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항상, 화합과 인연을 말씀하시기를 ‘일체 세간에
갖가지 변화가 모두 네 가지의 화합으로 인하여 드러난다’고 하셨는데,
어찌하여, 여래께서 인연과 자연, 두 가지 다 아니라고 배척하셨습니까?
제가 지금 그 뜻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바라옵건데, 가엾게 여기시어, 중생들에게 중도의 확실한 이치를 보이시와
잘 못된 논리에서 벗어나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 세존이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앞에서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의 모든 소승법(小乘法)이 싫어서,
발심하여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성실하게 탐구하므로, 내가 지금 너에게
제일 의제(第一義諦)를 열어 보였거늘, 어찌하여 또다시 세간의 잘 못된
논리인 망상의 인연에 스스로 얽매이느냐?
네가 비록 많이 들었다고는 하나, 마치 약을 말하는 하는 사람이 참다운
약이 앞에 놓고서 이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여래가 너를 가련하다고 하신 것이니라.”
너는 지금 자세히 들어라.
내 너를 위해, 분별해서 설법하며, 미래에 대승을 닦을 자들로 하여
실상을 통달하게 하겠노라.

아난이 잠자코 부처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받들었다.
아난아! 네 말과 같아서 ‘사대[四大]가 화합하여 세간의 갖가지 변화를
일으킨다’고 하니,
아난아!
만약, 사대의 성품 자체가 화합이 아니라면, 모든 원소와 섞일 수 없음은
마치 허공의 모든 물질이 화합할 수 없는 것과 같고,
만약, 화합할 수 있다면, 변화함과 같아서 처음과 끝이 서로 이루어지며,
나고 없어짐이 서로 이어져서 낫다 죽고, 죽었다가 나며, 나고 나고,
죽고 죽음이 마치 화륜(火輪)이 도는 것과 같아서 쉼이 없으리라.
아난아! 마치 물이 얼음이 되었다가 얼음이 다시 물이 되는 것과 같나니라.
네가 땅의 성품을 살펴 보아라.
큰 것은 큰 땅이 되고, 작은 것은 미세한 먼지가 되나니, 인허진(隣虛塵)에
이르러서 지극히 작은 색변제상(色邊際相)을 일곱 등분으로 쪼개어 이루어진
것이니, 인허진을 쪼갠다고 한들 어찌 참다운 허공의 성품이야 되겠느냐?
아난아!
만약, 지극히 작은 먼지를 쪼개어 허공이 된다면, 허공도 물질의 모양을
생겨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니라.
네가 지금 ‘화합으로 세간의 모든 변화하는 현상이 생기지 않느냐’고
물었으니, 너는 먼저 지극히 작은 먼지를 보아라.
몇 개의 허공이 합해져서 이루어진 것이냐?
당연히, 지극히 작은 먼지가 합해져서 지극히 작은 먼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극히 작은 먼지를 쪼개어 허공이 된다면, 얼마나 되는 물질이
합해서 허공이 되었겠느냐?
만약, 물질이 합해졌을 경우 물질이 합해진 것이니, 허공은 아니며,
만약, 허공이 합해졌을 경우 허공이 합해진 것이지 물질은 아니니,
물질은 오히려 쪼갤 수가 있지만 허공이야 어떻게 합할 수 있겠느냐?
너는 근원을 알지 못하는구나.
여래장 중에 성품이 물질인 참다운 허공과 성품이 허공인 참다운 물질이
청정하고 본래의 자연이여서, 우주에 두루하여 중생의 마음을 따라 아는 것의
정도에 반응하여 업보대로 나타나는 것임을 세간 사람들은 지식이 없어
인연과 자연의 성품이라 유혹하고 있으니, 이는 모두 식심(識心)으로 분별하고
헤아리는 것이니,
오직, 말이 있을 뿐이며, 실제 이치와는 전연 관련이 없는 것이니라.
아난아!
불[火大]의 성품은 실체가 없어, 모든 인연이 모여 일어나는 것이니,
너는 이성안에서 밥을 먹지 아니한 집을 보아라.
밥을 지으려고 할 때, 손에 양수(陽燧)를 들고 햇빛에서 불을 구하나니,
아난아! 화합이라고 이름한다면, 마치 내가 일천이백오십 비구들과 지금 무리가
된 것과 같으니, 무리는 비록 하나이나, 근본을 따지면, 각각 몸이 다르며,
태어난 씨족과 이름이 따로 있으니, 사리불은 바라문 종족이며, 우루빈나는
가섭바(迦葉波)종족이며, 아난은 구담(瞿曇)의 종성인 것과 같나니라.
아난아!
만약, 불의 성품이 화합하여 있는 것이라면, 손이 거울을 잡고 햇빛에서 불을
구할 때, 불은 거울에서 나오는 것이냐? 쑥에서 나오는 것이냐?
해에서 나오는 것이냐?
아난아!
만약, 해에서 나왔다면, 자연 네 손에 있는 쑥을 태울 때는 거쳐오는 곳의 숲과
나무가 모두 타야 할 것이며,
만약, 거울에서 나온 것이라면, 거울에서 나와 쑥을 태울 수 있는 것이니,
거울은 어찌하여 녹지 않느냐?
네 손에 들려 있으면서 뜨겁지도 아니하니 어떻게 녹겠느냐?
만약, 쑥에서 생긴 것이라면, 어째서 해와 거울의 빛이 서로 닿은 다음에
불이 생기느냐?
너는 자세히 보아라.
거울은 손에 들려 있고, 해는 하늘에 있으며, 쑥은 땅에서 난 것인데,
불은 어느 곳에서 여기에 온 것이냐?
해와 거울이 거리가 멀어서 화합한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불꽃이 나는 곳이
없이 저절로 생긴 것도 아니니라.
너는 알지 못하는구나!
여래장 속에 성품이 불인 참다운 허공과 성품이 허공인 참다운 불이 청정하고,
본래 자연이여서 우주에 두루 퍼져 있으며, 중생의 마음을 따라 아는 것의
정도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다.
아난아! 당연히 알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거울을 들면 한 곳에 불이 생기고, 온 누리에서
들고 있으면 온 세상에 가득하게 일어날 것이다.
온 세상에 골고루 생기는 것이니, 어찌 장소가 따로 있겠느냐?
업보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니 세상 사람들은 지혜가 없어 인연과 자연의
성품으로 유혹하고 있으니,
이는 모두 의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고, 생각하여 헤아리는 것이다.
오직, 말만 있을 뿐이며, 실제 의미는 전연 없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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