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19/64

능엄경…19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하시기를,
“세존이시여, 제가 옛날에 보았는데, 부처님께서 대목련, 수보리,
부루나, 사리불의 네분 제자들과 함께 전법륜(轉法輪)하실 때,
항상, 말씀하시기를 ‘알고 느끼고 분별하는 마음이 이미 안에 있는
것도 아니요,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곳에도 있는 데가 없어서 일체의 집착이 없는 것을 마음이라고
한다’고 하셨으니, 지금 저의 집착이 없는 것을 마음이라고 하면
되겠는지요?”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알고, 느끼고, 분별하는 마음이 어느 곳에도 있는 곳이 없다고
하는 것은 세상과 허공, 물속 또는, 뭍에서 날아다니거나, 걸어다니는
모든 형체(形體) 이름하여 ‘일체(一切)’라고 하니, 네가 집착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모든 것들이 있다는 것이냐, 없다는 것이냐?
없다면, 거북의 털이나 토끼의 뿔과 같나니, 어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느냐?
모든 것이 있음에도 집착하지 않는다면 없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며,
형상이 없으면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아니면, 형상이 있는 것이다.
형상이 있으면 존재하는 것이니, 어찌 집착이 없다고 하겠느냐?
당연히 알아야 한다.
일체의 집착이 없는 것은 깨닫고, 알고 하는 마음이라 할 수 없느니라.”
이때, 아난이 대중 가운데서, 일어나 오른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합장하여 공경으로 예를 드리고, 부처님께 아뢰기를,
“저는 여래의 가장 어린 아우로, 부처님의 사랑을 받자와, 비록 출가하게
되었으나, 귀여워 해주시는 것만 믿어, 많이 듣기만 하였으니,
세는 것이 없는 보리도를 이루지 못하였기에, 사비가라의 주문을 꺽어
항복시키지 못하고, 저들에게 끌려 음실에 빠지게 되었으니,
참다운 마음자리를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바라옵건데, 세존께서는 큰 자비를 베푸시고, 가엾게 여기시어 저희들에게
사마타의 길을 열어 보이시어, 천제(闡提)로 하여 악한 소견을 깨뜨리게
하소서.”
이렇게 말하고, 온 몸을 땅에 던지듯 엎드려, 대중들과 함께, 목마를 때
물 찾듯, 정성을 다해 가르침을 기다렸다.
이때, 세존께서 얼굴에서 갖가지의 광명을 발하시니, 빛의 광명이 백천의
태양과 같아, 넓은 부처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사방의 티끌 같이 많은 국토가 일시에 나타나고,
부처님의 위신(威神)이 모든 세계를 한 세계가 되게 하시니,
그 세계의 여러 큰 보살들이 모두 제 나라에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들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