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9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여 부처님에게 예를 올리고,
꿇어앉아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만일, 보고 듣는 것이 나고 죽음이 없는 것이라면,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저희들에게 참 성품을 잃어버리고 뒤바뀐
행동을 한다고 하셨습니까?
원컨대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희들의 찌든 때를 씻어 주시옵소서.”
그때, 여래께서 금빛의 팔을 드리우시고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켜 아난에게 보이시고, 말씀하시기를,
“네가 지금 나의 모타라(母陀羅)손을 보아라. 바로 되었느냐,
꺼꾸로 되었느냐?”
아난이 대답하기를,
“세상의 중생들은 이것을 꺼꾸로라고 하겠지만, 저는 어느 것이
바로이고, 어느 것이 거꾸로인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르시기를,
“만일 세상 사람들이 이것을 거꾸로라고 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어떤 것을 바로라고 하느냐?”
아난이 대답하기를,
“여래께서 팔을 세우시고, 도라면 같은 손이 위로 허공을 가르키시며
바로라고 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곧 팔을 세우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뒤바뀜은 머리와 꼬리가 서로 바뀌었을 뿐인데, 세상 사람들은
한 배(倍)나 더 거꾸로 보는구나.
“그러나 알아야 한다.
너의 몸을 모든 여래의 청정한 법신과 비슷한 종류로 비교해서 밝혀
본다면, 여래의 몸은 ‘바르게 두루 앎[正偏知]’이라 이름하고,
너희들의 몸은 ‘성품이 뒤바뀜[性顚倒]’이라 부른다.
너는 자세히 살펴 보아라. 네 몸을 부처님의 몸에 비하여 뒤바뀌었다
고 하는 것은 어느 곳을 이름하여 ‘뒤바뀌었다’고 하겠느냐?”
그때, 아난은 대중들과 더불어, 눈을 크게 뜨고 부처님을 보며,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몸과 마음의 뒤바뀐 곳을 알지 못하였다.
부처님께서 자비하신 마음으로 대중들을 가엾게 여기시어, 파도와 같은
음성[海潮音]을 내시어, 법회장에 모인 대중들에게 널리 이르시기를,
“선남자들이여! 내가 항상 말하기를 ‘마음의 인연, 물질, 대상, 마음에
끌려 다니는 것,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모든 현상들이 오직 마음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하였다. 너의 몸과 마음이 모두 오묘하고, 참되고
밝은 마음속에 나타난 것인데, 어찌하여 너희들은 본래부터 오묘하고,
원만하고, 밝은 마음과 보배롭고, 밝고, 오묘한 성품을 잃어 버리고,
깨달음 속에 혼미한 것만 알려하느냐?
어두워서 허공이 되어서, 허공과 어둠속에 어두움이 뭉쳐져 어둠이
되나니, 어둠이 허망한 생각과 뒤섞여, 생각과 모양을 지닌 것은 몸이
되고, 연(緣)이 모여 안에서 흔들리며, 밖으로 달려가는 혼미하고
어지러운 모양을 심성(心性)이라고 하니, 혼미한 것을 마음이라 생각함은
결국 그것에 현혹되어, 그것이 이 몸둥이 속에 있다고 여기고, 색신과
밖에 있는 산과 강, 허공과 대지(大地)에 이르기까지 모두 오묘하고,
밝고 참된 마음속의 것임을 알지 못하나니, 비유하면 맑고 깨끗한 백천
(百千)의 넓은 바다는 버리고, 하나의 뜬거품을 바다 전체인 것으로
인식하여 눈앞의 파도를 전부라 하며, 바다를 다 안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 너희들은 미혹한 속에서도 몇배나 더 미혹한 사람이니, 내가
손을 드리운 것과 같으니라.
그래서, 여래께서는 가엾은 사람이라 말씀하나니라.” top
아난이 부처님께서 자비로 구원해 주시는 깊은 가르침을 받자옵고,
눈물을 흘리며 합장하고, 부처님에게 아뢰기를,
“제가 비록 부처님의 오묘한 음성을 듣자옵고, 오묘하고 밝은 마음이
본래 원만하게 항상 머무는 마음 자리를 깨달았으나, 제가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것을 깨달은 것도 현재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음이며,
우러러보는 것도 마음에서 생긴 것이기에 본래의 마음 자리라 할 수
없으니, 원하노니, 가엾게 여기시여, 원만한 법음을 베푸시어, 의혹의
뿌리를 없게 하시고, 위없는 보리도에 돌아가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기를,
“너희들이 아직까지 반연으로 생긴 마음으로 법을 듣나니, 그 법도
반연일뿐, 법성(法性)을 얻은 것이 아니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손으로 달을 가리키며 다른 사람에게 보일 경우,
그 사람이 손가락으로 달을 보아야 마땅할 것인데, 손가락을 보고
달이라고 한다면, 이 사람은 달을 잃어 버렸을 뿐만 아니라, 손가락까지
잃어버릴 것이니, 이는 가리키는 손가락을 가지고 밝은 달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손가락 뿐이 겠느냐, 밝은 것과 어두운 것도 알지 못하리니,
이는 손가락을 달의 밝은 성품이라 생각하여, 밝고 어두운 두 성품에서
깨달을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 너 또한 그러하니라.
만약, 나의 설법을 분별하는 것을 네 마음이라 한다면, 그 마음이 음성을
분별하는 것을 떠나서 또 다른분별하는 성품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나그네가 여정(旅亭)에 기숙하기 위하여 잠시 머물렀다
떠나 버리면 항상, 머무는 것이 아니지만, 여정을 맡은 사람은 갈곳이
없으므로, 여정의 주인이라 하는 것과 같으니,
만약, 진실한 너의 마음이라면, 갈곳이 없을 터이니, 어찌 소리를 여의었다
해서 분별하는 성품이 없겠느냐?
어찌, 소리로 분별하는 마음 뿐이리요. 내 얼굴을 분별하는 것 또한, 물질의
모양을 여의고는 분별하는 성품이 없으리니, 분별함이 없는 곳까지 이르러면,
물질도 아니고 허공도 아니므로, 구사리(拘舍離)등이 어두워 알지 못하니
명제(冥諦)라 하나리라.
반연을 떠나 분별하는 성품이 없다면, 너의 심성(心性)이 각각 돌아갈 곳이
있을 것이니,
어찌, 지금 너의 마음이 주인이라 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