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傳偈 – 게송을 전함
대중스님들은 다 듣고 대사의 뜻을 알았으며, 다시는 감히 다투지 아니하고 법을 의지하여 수행하였다. 대중이 일시에 예배하니, 곧 대사께서 세상에 오래 머무시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상좌인 법해가 앞으로 나와 여쭈었다.
“큰스님이시여, 큰스님께서 가신 뒤에 가사와 법을 마땅히 누구에게 부촉하시겠습니까?”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법은 전하여 마쳤으니 너희는 모름지기 묻지 말라. 내가 떠난 뒤 이십여 년에 삿된 법이 요란하여 나의 종지(宗旨)를 혼란케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나와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불교의 옳고 그름을 결정하여 종지를 세우리니, 이것이 곧 나의 바른 법이다.
그러므로 가사를 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너희가 믿지 않을진대는 내가 선대의 다섯 분 조사께서 가사를 전하고 법을 부촉하신 게송들을 외어 주리라.
만약 제일조 달마조사의 게송의 뜻에 의거하면 곧 가사를 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잘 들어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외리라.”
게송에 말씀하셨다.
“제일조 달마화상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내 본시 당나라에 와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여 미혹한 중생을 구하노니
한 꽃에 다섯 잎이 열리어
그 결과가 자연히 이루어지리라.
제이조 혜가스님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본래 땅이 있는 까닭에
땅으로부터 씨앗 꽃 피나니
만약 본래로 땅이 없다면
꽃이 어느 곳으로부터 피어나리오.
제삼조 승찬스님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꽃씨가 비록 땅을 인연하여
땅 위에 씨앗 꽃을 피우나
꽃씨는 나는 성품이 없나니
땅에도 또한 남이 없도다.
제사조 도신스님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꽃씨에 나는 성품 있어
땅을 인연하여 씨앗 꽃이 피나
앞의 인연이 화합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나지 않는도다.
제오조 홍인스님의 게송에 말씀하셨다.
유정(有情)이 와서 씨 뿌리니
무정(無情)이 꽃을 피우고
정도 없고(無情) 씨앗도 없나니(無種)
마음 땅에 또한 남이 없도다.
제육조 혜능의 게송에 말한다.
마음의 땅이 뜻의 씨앗을 머금으니
법의 비가 꽃을 피운다.
스스로 꽃 뜻의 씨앗을 깨달으니,
보리의 열매가 스스로 이루는도다.”
혜능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내가 지은 두 게송을 들어라. 달마스님의 게송의 뜻을 취하였으니 너희 미혹한 사람들은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라. 그러면 반드시 자성을 보리라.”
첫째 게송에 말씀하셨다.
마음 땅(心地)에 삿된 꽃이 피니
다섯 잎(五葉)이 뿌리를 좇아 따르고
함께 무명의 업을 지어
업의 바람에 나부낌을 보는도다.
둘째 게송에 말씀하셨다.
마음 땅에 바른 꽃이 피니
다섯 잎이 뿌리를 좇아 따르고
함께 반야의 지혜를 닦으니
장차 오실 부처님의 깨달음이로다.
육조스님께서 게송을 말씀하여 마치시고 대중을 해산시켰다. 밖으로 나온 문인들은 생각하였으니, 대사께서 세상에 오래 머물지 않으실 것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