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광스님─자비는 병든 영혼 치료하는 부처님 묘약

자비는 병든 영혼 치료하는 부처님 묘약

-지광스님-

“내가 이렇게 들었다(如是我聞)”라고 말하라.

경전마다 첫머리에 등장하는 가르침이다.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 중에는 발음이 똑같은 단어들 철자가 같은 단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말뿐만이 아니다.

영어 등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말은 참으로 불완전한 전달 수단이어서 남이 한 말을 내가 정확히 이해했다고 가정하거나 그 가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대단히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같은 행동은 값비싼 대가를 치를지도 모른다.

내가 한 말이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인간사회의 상당수의 문제들이 언어사용상의 오해로 일어나는 예가 다반사다.

사용한 낱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리지 않을 경우 모호한 지시가 큰 화를 부르는 예가 우리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그때 얼마나 안타까운가? 숱한 비극들은 많은 의사소통의 실패가 쌓여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잘못된, 그러나 치명적인 의사소통의 실패에서 초래되는 수가 많다.

모파상의 ‘목걸이’에 등장하는 마틸드의 예를 들어보자.

가난한 공무원의 아내였던 마틸드가 남편과 함께 무도회에 초대를 받는다.

말단 공무원의 아내 마틸드는 무도회에 입고 갈 드레스가 없었다.

가난한 공무원 남편은 그녀에게 드레스를 사줄 형편이 못되었다.

마틸드는 부자 동창생에게 드레스와 몸에 걸칠 보석목걸이를 빌렸다.

무도회가 끝난 다음 살펴보니 그 보석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백방으로 찾았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마틸드는 그와 유사한 보석목걸이를 사기 위해 고액을 지불해야 했고 고율의 이자를 붙여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산더미 같은 부채를 갚는데 10년 세월이 흘렀다.

고난과 궁핍의 세월이었다.

10년 뒤 우연히 그 친구를 만나게 됐다.

상할 대로 상한 마틸드의 외모를 친구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마틸드는 지난 10년 세월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불쌍한 마틸드.

그것은 모조품이었어.

싸구려였다고”라는 말을 한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사소한 의사소통의 실패가 커다란 비극을 부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웅변해 주지 않는가? 요즘 소통의 부재시대라는 말을 많이 쓴다.

소통과 화합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서로간의 소통 부재와 오해가 커다란 재앙과 원한을 부르는 예가 다반사다.

왜 그럴까? 그대는 남의 말을 어떻게 듣는가? 또 남에게 어떻게 말을 하는가? 부처님께서는 사섭법에 보시, 애어, 이행, 동사의 네 가지 원칙을 말씀하셨다.

항상 상대방을 대할 때마다 사랑의 말을 하라 하셨다.

사랑의 말은 상대와 나를 하나로 만든다.

사랑이 없으면 하나로 통할 수 없다.

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왜 우리의 삶은 이다지 고통스러운가? 왜 소통의 부재시대인가? 사랑의 부재 때문이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가 된 마음 가운데 소통의 부재가 초래한 고통이 녹아내린다.

자비는 사랑을 잊은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데 쓰는 부처님의 묘약이다.

우리는 이기심에 가득 차 사랑의 마음을 잊어버리고 고통의 바다 속을 헤맨다.

우리들의 삶이 사랑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알겠는가? 연습이 대가를 만들 듯 자비와 사랑을 하나하나 연습하다가 결국 자비와 사랑 그 자체가 되는 것이 성불이다.

자비와 사랑이 없는 곳에는 소통의 문제가 생기고 불행이 싹트고 고통이 가속화된다.

진정 사랑과 자비가 우리의 삶 속에 자리할 때 소통의 부재는 녹아지고 부처님의 가피는 그 자리에 함께 하신다.

자비보살이라 하듯 불자의 삶은 사랑과 자비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랑과 자비가 떠난 곳에 재앙의 바다가 열린다.

우리가 사는 중생세계가 고통의 바다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이 땅을 살며 진정으로 키워야 될 것은 사랑과 자비 이외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사랑과 자비는 부처님 마음 그 자체이고 무량한 가피의 원천이기도 하다.

우주법계의 일체 불보살이 바라시는 바를 실천하는데 그 곳에 무량가피가 어찌 함께 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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