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묵스님─금강경은 인류 교과서

금강경은 인류 교과서… 독송하면 뇌세포 안정

송광사 금강산림대법회 현묵 스님 (송광사 유나)

금강경은 해탈의 가르침 전해

하루에 한번씩 읽으며 수행 권해

정진 잘하면 선정이 생기고

선정이 생기면 지혜가 생긴다

누군가 나를 비난·험담 하더라도

마음 텅 비우는 여유 가져라

▲ 현묵 스님은 … 현묵 스님은 1971년 구산 스님을 은사로 송광사로 출가, 1972년과 1976년에 사미계와 비구계를 각각 수지했다.

1975년 겨울 송광사 선원에서 수선안거 이래, 전국제방선원에서 현재까지 79안거를 성만했다.

1983년부터 지리산 칠불사선원에서 10년간 산문(山門)을 나오지 않고 참선수행하며 7년간 묵언정진했고, 대중과 함께 3년결사 정진을 회향했다.

그후 무문관선원과 제방선원에서 정진하다가 1998년부터 송광사선원에서 정진하며 조계총림 유나 소임을 맡고 있다.

금강경은 한국 불자들에게 가장 널리 읽히는 경전 중 하나다.

금강경의 가장 큰 가르침은 바로 무주상 보시일 것이다.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기꺼이 내어 주는 것.

어려운 길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을 좀더 풍성하게 해주는 지혜의 방편임을 절감하게 된다면 이 또한 큰 삶의 지침이 될 것이다.

읽고 또 읽으며 스스로의 마음을 비우는 길.

그래서 텅빈 마음 가운데에서 불법의 꽃을 피우는 진정한 도의 길을 안내해주는 금강경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무주상 보시 강조하는 금강경

지금부터 금강경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금강경의 경전 구성은 발심, 수행,성불 이렇게 세단계로 나눠져 있습니다.

발심이라는 것은 내가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 큰 원을 세우고 발원하면서 수행에 들어가는 겁니다.

또 수행이라는 것은 지혜와 자비를 구하기 위해서 열심히 정진해 그 힘으로 금강경에 무수히 나오는 무주상보시를 행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원성불 도중생’ 원컨대 성불을 이루고 난 뒤에는 많은 이웃들, 많은 중생들을 구제하는 그런 인연을 맺어야 합니다.

그것이 불교의 근본 목적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금강경에는 약본 금강경이 있고, 광본 금강경이 있습니다.

약본 금강경은 1분~5분까지가 발심, 수행, 성불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이 속에서도 금강경의 핵심이 다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발심하고 어떻게 수행해야 될 것인가 묻고, 나중에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들려줍니다.

‘무릇 모든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닌 줄 알면 즉견여래 곧 부처를 보리라’ 하셨습니다.

광본 금강경은 제1분에서 32분 전체를 말합니다.

그 속에서 중요한 부분은 또 반복해서 자꾸 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설법하시다 중요한 부분은 반복해서 여러번 강조하신 것이 있고, 또 게송으로서 요약해서 들려주신 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금강경은 정말 모든 종파와 사상을 초월해서 해탈의 가르침을 들려주신 겁니다.

이런 이유로 금강경은 인류의 교과서라 하기도 하고, 또 행복의 열쇠라 하기도 합니다.

금강경의 대의는 무엇이냐? 파이집 현삼공(破二執 現三空) ‘두 가지를 깨뜨리고 세 가지를 드러낸다’ 이런 뜻이 담겨 있습니다.

파이집은 아집, 법집을 깨뜨린다는 뜻이고 현삼공은 아공, 법공, 구공을 말합니다.

아공은 내가 공하다는 것을 깨닫고, 법공은 나 외에 모든 사물이 다 공하다는 것을 깨닫고, 공하다는 것을 깨닫고 거기에 빠지면 안됩니다.

그래서 공하다는 생각도 함께 구자를 써서 그것도 비워져야 한다 해서 구 ‘공’을 쓴 겁니다.

전체 흐름의 내용을 보면 항상 무주상 보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주상 보시는 또 육바라밀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래서 조계종에서는 소의경전을 금강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소의경전이라 하면 수행의 지침서, 생활의 지침서 이런 뜻이 담겨져 있죠.

용수보살은 반야 600부의서 주석서를 달았습니다.

대지도론이 백여권이나 됩니다.

여기에서 보시는 재보시, 무외시, 법보시 세 가지가 있다 했습니다.

재보시는 재물보시를 말합니다.

어른이 되면 입은 지퍼로 잠그고, 주머니는 자꾸 오픈해 베풀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보면 주머니는 딱 닫아놓고, 입은 열어서 잔소리로 보시 하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겠어요? 오늘 이 강의 들으신 분은 입은 딱 지퍼로 잠그고, 주머니는 자꾸 열어서 베풀어야 합니다.

그것이 부처님 가르침이고, 금강경 내용하고 통하는 겁니다.

주어도 주었다는 생각까지도 없어야 무주상보시가 되는 것입니다.

무외시, 육바라밀중 지계와 인욕

무외시란 뭐냐? 무외시는 육바라밀 중에서 지계와 인욕을 가리킵니다.

오계를 잘 지키면 어떻습니까? 남을 해치지도 않고, 남의 것을 훔치지도 않고, 삿된 행동도 하지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자비스런 모습이 됩니다.

또 인욕바라밀도 무외시에 들어갑니다.

요즘 청년들 불교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직장생활하고 사회생활하면서 너무 많은 상처를 받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힐링을 하기 위해서 절에 왔다고 합니다.

근데 참을 때도 마음을 텅 비우고 참을 줄 알아야지 끙끙 앓으면 안 됩니다.

어떤 스님 법문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어요.

남이 나를 비난하고 험담하더라도 비바람 지나가는 것처럼 생각하라는 거예요.

그냥 듣고 흘리면 돼요.

내가 남에게 비난을 듣고 험담을 듣는다고 해서 내 지갑의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누가 나를 비난할 때마다 돈이 오만원씩 빠져나간다면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되겠지만, 내 지갑은 그대로야.

남이 나를 비난해도 내 주머니 지갑은 그대로 남아 있고 칭찬을 해도 더 들어오는 것도 없어요.

내 주머니는 그대로예요.

칭찬을 하든, 비난을 하든 마음을 텅 비우고 “오늘은 뭐 일진이 별로 안 좋구나.

구름, 안개가 지나가는 구나” 이렇게 마음을 비우라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이 세상에 영원한 칭찬도 없고, 영원한 비난도 없다 하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고 그렇게 믿고, 오히려 그 사람을 위해서 마음속으로 기도해 줘야합니다.

나를 위해서 구업을 지으니 내가 그 사람을 대신해서 마음속으로 대신 참회합니다.

부처님 그 사람 용서해주시고, 나로 인해 구업을 지었으니 제가 참회합니다.

이렇게 마음을 돌려 버리면 그게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렇게 한 생각 돌리면 지옥이 극락이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어떤 말을 들어도 스트레스 받지 마십시오.

스트레스 받아 마음이 우울하면 그게 다 화병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법보시라는 것은 책을 찍어서 공양하는 것도 법보시지만, 진정한 법보시는 그게 아니고 육바라밀 중에서 정진을 잘하면 선정이 생기고, 선정이 생기면 거기서 또 지혜가 나옵니다.

지혜가 나올 때 법문도 해주고, 상담도 해주면 그게 법보시예요.

정진, 선정, 지혜 이 세 가지 바라밀이 법보시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금강경 전체의 흐름입니다.

내 마음 양보하면 만복이 온다

재미있는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시골에 아들 삼형제를 키운 집인데, 행정고시 패스한 자식도 있고 아무튼 자식들이 다 잘되었습니다.

아들 셋은 장가를 가서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시골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어떻게 모실 것인지 며느리 세 사람이 의논을 하게 되었어요.

제일 큰 동서가 어머니가 한 군데 오래 계시면 지루하니 돌아가면서 석 달씩 모시자 제안을 했어요.

어머니가 눈치 보며 말씀이 없자 그렇게 결정이 됐고 돌아가면서 석 달씩 모셨어요.

그러다 나중에 석 달도 지루하니 한 달씩 모시자해서 한 달씩 모셨어요.

어머니는 힘도 없고 얻어먹는 처지에 잔소리하면 며느리들이 또 불편해할까 싶어 참았다고 해요.

근데 둘째가 가만 생각해보니 열불이 나는 거예요.

맏이가 살림도 많이 받고 하는데 한 달씩 모시자니 화가 난거죠.

고민고민하다 며느리가 스님께 상의를 했대요.

스님이 며느리 얘기를 가만히 듣고는 “보살님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화병이 생긴 건데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일년 내내 어머니를 모셔 버리세요.

보살님이 한 생각 돌이켜서 시어머니다 생각지 말고 전생에 내 어머니다 생각하고 모셔버리세요.

그러면 보살님 집에 좋은 일도 많이 생길 것이고, 보살님 병도 깨끗이 나을 겁니다”라고 했대요.

이 얘기를 듣고 어리둥절해하며 나와서 길을 가다 보니 평소에 이용하던 은행앞까지 와 있더래요.

스님 말씀 들어서 손해날 것 있겠냐 하고 은행에 들어가서 돈을 찾았답니다.

그 돈으로 제일 좋은 이불 한 채를 사서 큰방에다 펴놓았어요.

그리고 먼저 차를 몰고 가서 어머니를 직접 집으로 모시고 왔대요.

시어머니도 의아해 했겠죠.

그날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보니 평소 같으면 링겔 맞고 드러누워있거나 기분이 저기압일 아내가 시어머니하고 정답게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본거예요.

남편이 신기하다 생각하고 직장 나가있는 동안도 수시로 전화하고, 집에도 일찍 들어오는 거예요.

그러기를 한 달 두 달이 지났어요.

그리고 다른 며느리들이 어머니를 뵈러 와서 용돈을 주고 가면 그 돈을 둘째 며느리한테 주니 차곡차곡 돈이 쌓이겠죠.

그리고 명절이 되어서 시골에 내려가니.

동네사람들이 둘째 며느리 칭찬을 엄청하는 거예요.

한 마음 돌이키면 바로 그 자리가 극락이고,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그것이 만복을 부릅니다.

내 마음을 양보하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금강경의 공덕을 얘기하는 부분을 보면 이 경전을 지니고 있으면 부처님 사리탑을 모시고 있는 것 같아서 모든 천신과 인간과 아수라들이 예배하고 공경하면서 그 주위를 돌면서 꽃과 향을 뿌리고 찬탄한다했습니다.

이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사구게만이라도 받아지니고, 남을 위해 설해주면 저 강가에 수많은 모래알보다도 더 많은 세상에 그 모래알보다 많은 칠보를 채워 남에게 보시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복덕을 받게 된다고 했습니다.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는 사람에게 만약 어떤 사람이 험담하고 비난하고 시비한다면 그 사람은 전생에 지은 죄업으로 악도에 떨어질 것인데, 남에게 험담 받고 또 비난받은 그런 말을 들은 그 인연으로 그 업은 소멸 될 것이고 오는 세상에는 무궁무진한 공덕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강경 1천일 기도… 뇌파 바꿀 수 있어

금강경을 수지독송하면 모든 불보살님들이 다 아시고, 그 사람을 항상 지켜주고 이끌어 준다했습니다.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이렇게 다이아몬드 같은 소중한 금강경을 우리 불자들이 하루에 한 번씩 읽어보겠다는 원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 뇌세포가 바뀌는데는 삼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뇌세포는 매일 생성되고 소멸되는데, 뇌세포가 완전히 교체 되려면 삼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 스님들도 천일기도를 그렇게 원을 세우고 하곤 했습니다.

천일은 삼년이잖습니까? 3년을 한가지 원을 세워서 꾸준히 하면 우리의 뇌세포가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겁니다.

그렇게 수행한 사람은 절대 치매가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몸도 마음도 항상 부처님 말씀대로 건강하고 훤한 빛을 띠는 그런 광명이 비칠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도 금강산림법회에 와서 이런 인연으로 공부를 하겠다는 원을 세워 보세요.

그럼 독경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자꾸 읽다 보면 이해가 가는데 이렇게 되면 뇌파가 안정이 됩니다.

뇌파가 안정이 되면 더 좋은 에너지가 나와서 심신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내가 건강하면 내 주변의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부처님 말씀대로 모든 형상들은 다 허망하게 소멸되어 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저 뜰 앞에 피어있는 국화도 언젠가는 시들게 되어있습니다.

항상 원을 세우고, 발심해서 수행하고, 성불해가는 마음으로 늘 정진해 가세요.

그러면 여러분들도 점점 뇌파가 안정되고 좋아져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될 것입니다.

2014.

11.

28 현대불교

혜양스님─ 정토를 얻으려면 마음을 깨끗히 하세요

정토를 얻으려면 마음을 깨끗히 하세요***

-혜양스님-

우리는 ‘도(道)를 닦는다’ 또 ‘도를 얻겠다’고 흔히 말합니다.

과연 그것은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도를 얻겠다고 출가한 스님들은 물론이고 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불자라면 한번쯤 이 문제로 고민해 보았을 것입니다.

내가 한번 묻겠습니다.

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했나요.

만약 그 진리를 알고자 하면 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마음을 모으고 그 마음자리를 깨닫는 것입니다.

이리 모으나 저리 모으나 마음만 알면 되는 것입니다.

하늘천 따지를 하든지, 하나 둘을 세든지, 염불을 외든지, 일념으로 마음만 모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옴마니반메훔’을 해서라도 마음을 한데 모아야 합니다.

옛날 스님들은 스스로 도를 통하지 못하면 어느 누가 와서 참선법을 물어도 ‘나는 모른다’고 끝까지 가르쳐주지 않았지요.

꼭 도를 통한 사람만이 그 도리를 가르쳐 주는 법입니다.

도통한 스님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저 사람이 지난 생애 참선하던 습관이 있어서 이 생에도 저렇게 참선을 하려는구나.

그러면 저 사람이 전생에 공부하던 화두는 무엇이었을까’하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화두를 주시지요.

도를 통했으니까 모든 이치를 확연히 알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옳다.

이 화두였구나’하고 화두를 찾아 주시는 셈이지요.

그러니 이 화두를 받은 사람은 지난생부터 자기가 공부하던 화두를 아니까 용맹정진할 수가 있고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출가승이 정진을 잘하려면 반드시 깨우치고 말겠다는 금강과 같은 발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잘 이끌어 줄 스승이 있어야 합니다.

화두란 전생에 공부하던 것을 그대로 이어서 공부하는 것입니다.

화두를 제대로 찾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화두가 제대로 안 맞으면 시간만 낭비하는 것입니다.

만약 자신의 근기에 맞는 화두를 만나기 어려운 사람은 주력을 일심으로 하면 됩니다.

수월큰스님도 천수대비주(千手大悲呪)로 득도했습니다.

수월스님은 천수관음의 삼매를 표시하는 이 다라니를 수지 독송하면 온갖 죄업이 소멸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관법 하나로 도를 이루셨지만 말법중생은 제대로 못하는 것입니다.

참선과 주력 모두 해야 합니다.

또 아미타불을 많이 부르십시오.

아미타부처님은 저 멀리 서쪽 하늘에 계신분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속에 있다고 믿으십시오.

바로 마음속에 있는 아미타불을 일심으로 부르면 세상 보는 눈도 달라지고 이승살이가 즐겁게 생각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속에서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빛을 볼 수 있게 되는 법이지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 희미한 등불하나를 의지해 목적지까지 순탄하게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같은 땅, 같은 하늘 아래에 사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라도 생활환경이나 정서와 감정에 따라 이 빛을 볼 수도 있고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말은 마음이 모든 법을 만들고 마음에 의해 결과를 초래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정토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땅히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합니다.

마음이 깨끗해짐으로써 이 땅은 깨끗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는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13살 때 하동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권유로 한학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신학문을 배우고 싶어 아버지 몰래 집을 나와 대구에서 고학으로 계성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로 올라와 배재학당을 다니다가 외국에 나가 신학문을 공부하고 싶어 찾아간 곳이 바로 서울 봉익동 대각사입니다.

이때 대각사에서 만난 분이 용성큰스님이셨지요.

용성스님은 신학문을 배우려면 원력을 세워 3년간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고 유학을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용성스님으로부터 독립사상과 불교를 배우게 됐습니다.

대각사에서 3년기도를 마치고 용성스님의 허락으로 3·1운동이 일어난 이듬해인 1920년 초 일본으로 건너가 입명관(立命館)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두고 온 조국의 현실을 생각하니 공부에만 전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 유학중인 23명의 학생들을 모아 ‘한국학생사상동지회’를 만들어 조국독립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독립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대각사에 있을 때 대각사 용성스님으로 부터 배운 대각·독립사상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태극기를 그리고 기회를 보아 만세운동을 벌이려고 비밀결사를 하던 중 졸업시험을 앞두고 발각돼 일부는 일본경찰에 끌려가기도 하고 일부는 피신을 했습니다.

당시 가장 친한 일본친구의 삼촌이 경찰서장이었는데 그 친구의 귀띔으로 나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숨어있는 내가 어찌나 비겁하고 초라하게 생각되던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대한독립만세’나 실컷 부르고 죽고 싶은 생각뿐 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를 도와주던 주변사람들이 너무 고통을 받을 것 같아 상해로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결국 1923년 부산을 거쳐 압록강을 건너 북만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후 중국 절강성 항주대학원에서 정치학공부를 하던 중 배재학당시절 애국상호회와 애국상친회 등을 조직하여 애국운동에 앞장섰던 서한기, 서기호, 서한수, 진호영 등이 찾아와 독립 운동을 하자고 권했습니다.

모든 희망을 다 버리고 일본에서 못다한 독립운동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동참했습니다.

그 때의 결심은 대단했지요.

독립운동은 화합과 힘이 결집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 신조였습니다.

그래서 북만주, 몽고, 소련, 중국 지역에 있던 독립단체인 애국중진협회, 한국독립단, 독립동지회, 여성애국협력단, 소년회 등을 한데모아 ‘배달독립협회’를 조직했습니다.

그 외에도 필요한 단체들을 조직하여 독립을 위한 화합을 견고히 했습니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한국인 마을을 방문해 독립사상 고취를 위한 모임을 갖고 연설을 했습니다.

또 ‘배달신보’라는 주간지를 발간, 한국인들의 애국심과 단합을 키워주었습니다.

이렇게 1년여가 지나자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심지어 싸움까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일본의 앞잡이들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내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후 애국단체대표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명예와 안락, 권세를 모두 버리고 애국심으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온것인데 서로 세력을 차지하려고 같은 동포들끼리 싸운단 말입니까.

독립운동을 앞장세워 허세를 부림은 우리 애국동지들의 가장 큰 적입니다.

이제부터 과거의 모든 잘못을 청산하고 참된 애국정신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합시다”고 호소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일체의 명리야말로 헛된 것이니 미혹하지 말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탐욕의 잔가지, 어리석음의 잔가지를 비롯하여 온갖 악의 잔가지들을 잘라버릴 때 성불할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눈앞의 명예에 안주하는 것은 눈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잠든채 죽게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싸움은 계속되었지요.

이같은 싸움으로 인해 결국 나는 요즘말로 테러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습니다.

하도 분해서 몇몇동지들과 함께 동포들에게 독립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마을을 찾아다니며 연설을 했습니다.

결국 태평촌이라는 마을에서 또다시 테러를 당했고 몸도 많이 다쳤습니다.

그때 ‘이제는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한 상황에 이르니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부처님이셨습니다.

아마 내 마음자리어디엔가 불심이 자리잡고 있었나 봅니다.

그 당시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불리우는 수월큰스님이 생각나 마지막으로 스님 뵙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대각사에서 부터 불교 공부를 해 오던 터라 나도 모르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하고 염불을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수월스님이 계신 화엄사스님과 신도 몇 분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이 인연으로 수월스님을 만나게 되었고 불교에 심취하게 됐습니다.

당시 화엄사에서 열흘간 있었는데 스님들은 독립운동은 그만두고 출가할 것을 은근히 권했고 수월스님은 제자들에게 “자네들이 이 독립군의 출가를 권하지 않아도 불법에 인연이 있어서 반드시 승려가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그후 몽고에서 온 마루오사대 고승을 만났습니다.

스님은 “그대들이 원하는 독립은 꼭 올것이네.

출가수행자가 되어 한나라 민족을 구하는 일과 함께 천하중생을 제도하는 원력을 세워보는 것이 어떤가”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독립운동 단체간의 파벌이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그때 나는 조국을 위한다는 대의 명분앞에서 세력다툼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동족의 다툼을 보고 환멸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천하중생을 제도하자는 대원력을 세워보라는 마루오사대 스님의 법문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곧바로 몽고로 들어가 모루웨나 사원의 마루오사대화상를 은사로 득도했습니다.

득도이후 약 10여년간 몽고에서 호마루 불교전수대학과 우루무치의 메이오 불교대학원을 졸업하고 신강의 히브롯다 종립 원각사내 브로늬오조사 문하에서 선학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불교공부를 하면서 독립운동을 하다보니 해방이 되더군요.

해방이 되면서 곧바로 조국으로 돌아와 오대산 월정사에서 본격적인 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여기저기 선방에서 오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거절했습니다.

중이란 모름지기 이런저런 명리에 끄달리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후 내 가고 싶은 대로 제방선원을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선방 다니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지요.

불교공부 한답시고 출가해 부처님 밥을 먹고 사는데 성불 못하면 대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곳 도화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50여년간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공양시간만 되면 무섭습니다.

공양물들이 어떤 음식입니까.

여러 선남선녀들이 스님들 뒷바라지 한다고 온갖 정성을 기울여 모아온 양식인데 허투로 받아먹어서야 되겠습니까.

가기 전에 밥값을 해야 하는데 큰일입니다.

아마 내가 이제 갈 때가 되었나 봅니다.

이런 생각을 다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제방에서 수행중인 스님들은 쌀 한 톨, 김치 한 조각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스님들은 선방의 좌복이 가시방석일겝니다.

그러나 문제는 공양의 의미조차 모르고 포식하며 수행을 게을리 하는 사람들입니다.

남의 공양을 받을 때에는 오직 그 배고픔의 괴로움을 겨우 없앨 정도로 먹어야 합니다.

함부로 많은 음식을 취하면 착한 마음을 헐게 돼 잡념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업이 쌓이면 그림자가 사람을 따라가듯 수행의 장애는 결코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때는 떨어지는 폭포처럼 막을 수도 없고 대신 받을 자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 당나라의 고승 백장회해스님도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이란 다름 아닌 불작수행(佛作修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진리와 지혜를 기르는 가장 쉽고도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불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삶, 바르고 옳은 삶을 위해 펼치는 행위, 이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진정한 목적입니다.

정리=김중근 기자 혜양큰스님 약력 ·1900년 경남 하동 生 ·23년 일본 경도 입명관대학 수료 ·25년 몽고 모르웨나사원 마루오사스님을 은사로 득도 ·27년 몽고 호마루불교전수대학 卒 ·46년 귀국 지암스님 은법사로 재득도 ·48년 대전 대흥사 대광선원 창건 .2000년 세수 101세로 원적

지관스님─나와 세상의 화해 이루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 신년사

나와 세상의 화해 이루자

기사등록일 [2006년 12월 27일 수요일]

어느덧 병술년이 지나가고 정해년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정해년 새해에도 변함없이 동포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일이 이어지고 온 겨레가 한마음으로 화합과 상생의 노래를 힘차게 부르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병술년은 우리에게 기꺼움 보다 어려움이 더 많았습니다.

겨레의 통일로 향하는 순항로에 ‘북한 핵’ 문제라는 장애가 나타나 긴장이 고조되기도 하였으며, 집값의 상승으로 어려운 국민들의 우울함도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런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희망의 싹을 키워왔습니다.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여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열어가고 있으며, 대외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하여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전 세계 문제의 해결을 책임지고 지휘하는 국제연합 사무총장에 우리 국민이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을 뿐만 아니라, 남북한과 해외 동포 모두 자긍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빈부의 격차와 ‘진보와 보수’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라 밖 세상에서도 종족과 종교를 둘러싼 대립과 분쟁이 더욱 심화되어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그칠 줄 모르고 커져만 가는 인간의 무자제, 무분별한 욕망으로 지구의 생태가 몸살을 앓고,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일어나 히말라야와 알프스의 설산이 녹아내리고 대양의 섬이 사라지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국민 여러분!밝은 희망과 상극의 어두움이 교차했던 지난 병술년을 보내고 새롭게 맞이하는 정해년 새해에는 온 세상에 모든 계층의 국민이 화합과 상생의 잔치 마당이 펼쳐지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올해에는 새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가 있습니다.

이 선거가 갈등과 분열의 증폭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어울려 신명을 펼치는 축제가 되고, 나라와 겨레의 미래를 밝게 설계하는 희망을 키우게 되기를 바랍니다.

악은 또 다른 악을 낳고, 선은 또 다른 선을 낳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남아있는 분노와 증오의 싹을 끊어버리고 깨끗한 마음을 가꾸어 ‘나’와 ‘세상’이 화해하는 지복을 누립시다.

사랑과 연민, 자비의 마음을 온 세상에 펼치도록 노력합시다.

나를 위하는 일이 곧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일이고, 세상을 위하는 일은 곧 나 자신을 행복케 하는 일입니다.

‘내’가 곧 ‘세상’이며, ‘세상’속에 ‘내’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와 같은 ‘자타불이’와 ‘만물일체’의 진리를 깨달으면 이 세상에서 극단적 대립이 사라지고 서로 협력하고 감싸주는 정토가 열릴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희망의 밝은 빛이 여러분의 가정과 온 누리를 밝게 비추어 활기가 넘치는 세상을 이룩하도록 모두 함께 노력합시다.

불기 2551(2007)년 1월 1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기도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