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스님─부처님처럼 서로 감싸줍시다

***부처님처럼 서로 감싸줍시다 ***

일선스님

숲은 이맘 때가 예쁩니다.

비가 개이고 나니 더욱 싱그럽습니다.

바람이 불면 까르르 웃는 것이 마치 선잠에서 깨어난 동자승의 미소처럼 해맑아 보입니다.

떡잎의 색깔은 나무들마다 다르고 풀잎마다 다르지만 점점 연록빛 일색으로 번져서 산꼭대기에 오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모두가 초록빛 바다와 만날 것입니다.

보조국사님의 (수심결)에서는 수행하는 사람이 각고의 정진 끝에 문득 나의 성품이 위로는 부처님과 더불어 역대 조사와 둘이 아님을 깨달았지만 아직 갓 태어난 어린 아이와 같아서 어른과 같은 공력은 쓸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끝없이 돌이키고 살펴서 무거운 업력을 녹이고 보살행을 실천하여 복과 지혜가 원만히 구족해야 어른과 같은 공력을 쓸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하지만 요즈음 우울한 소식 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학교 가기가 두렵다고 합니다.

마치 광활한 정글에 떨어진 것 같아서 두렵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모두가 보살피기를 부처님처럼 해야 할 것입니다.

누구나 청소년기를 보낸다는 것은 힘이 들고 고통이 많을 것입니다.

각자 방황의 색깔과 모습은 다르지만 알을 깨고 나오려는 몸부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린 숲은 강풍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쳐야 뿌리가 깊어지고 잎이 무성해집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천진한 성품은 부처님과 차이가 없지만 수행이라는 철저한 단련을 통하지 않으면 지혜와 복덕이 원만한 불공덕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통해서 마침내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용광로에서 쇠가 거듭 단련되어 가지가지 도구의 모양을 나투는 것과 같습니다.

수행자의 안목으로 보면 어른도 철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데 끝없이 따라가서 울고 웃으며 생사의 고통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사를 뛰어넘는 대장부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은 한 생각 번뇌가 일어나면 바로 알아 차리지 못하고 욕망을 따라가 자기의 성품을 등져버려서 고통을 받습니다.

그러나 알아차리고 안아주면 바로 천진한 부처가 나타납니다.

이 작업이 쉽지 않고 지난한 것은 중생심이라는 업력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끝없이 칭얼대고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고통을 이야기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합니다.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평소에 어른들이 번뇌가 일어나면 눌러버리거나 싸우면서 자기의 성품으로 돌이키는 수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들이 고통을 호소하면 즉각 알아차려서 자기의 천진 성품으로 안아주어야 합니다.

또한 번뇌도 이와같이 돌이키면 고통은 바로 사라지고 평화롭습니다.

가정의 달 오월을 맞이하여 가족들끼리 서로서로 감싸주기를 부처님 처럼 해야 합니다.

수행은 가정과 일상사를 등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에는 고사리가 여른 주먹을 쥐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옵니다.

[불교신문]

2016년 04월 30일 불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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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업데이트 : 2016-04-30, 11:25:05 오후

설우스님─거짓 ‘나’ 버리고 본래 부처를 보라

거짓 ‘나’ 버리고 본래 부처를 보라

-설우스님-

인연따라 생기고 인연따라 사라지니세상엔 고정불변한 영원한 실체는 없다

허공은 허공일 뿐 어둠이 오면 어둡고밝음이 오면 밝아진다.

자성자리도 그러하다

오늘 법문의 주제는 ‘법을 바로 보는 안목을 가지자’입니다.

여러분, 법을 바로 보는 지혜가 무엇일까요.

법을 바로 보는 안목을 부처님 말씀에서 찾는다면 정견(正見)이 될 것입니다.

바로 본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깁니다.

무엇을 바로 봐야 할까요.

바로 보는 그 의지처는 또 어디일까요.

부처님은 삼라만상, 일체현상이 한 순간도 머물지 않고 변해 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상(無常)이라는 것입니다.

영원하지 못하다는 뜻이지요.

제법(諸法)은 연생연멸(緣生緣滅)이라.

인연 따라 생기고 인연 따라 사라집니다.

이처럼 인연 따라 생기고 멸하기 때문에 나라는, 자기라는 고정불변하고 영원한 실체 또한 없습니다.

이것을 무아(無我)라고 합니다.

이러한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이치를 알면 바로 안락을 얻게 됩니다.

이 도리가 바로 삼법인(三法印)입니다.

이런 까닭에 팔만사천법문을 하나로 줄이면 바로 삼법인이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은 삼법인에 바탕을 두고 그것을 주춧돌로 해서 모든 것이 거기에서 이루어 진 것입니다.

그러면 삼법인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귀결처는 또 무엇일까요.

역대 조사와 선사들은 한 소식 깨치고 보니 우리 모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완전한 불성을 갖춘 부처였다고 말합니다.

‘본래부처’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또 막막해 집니다.

지금 내가 과연 부처인가.

우리 모두는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잡니다.

이런 이치는 부처님도 똑 같습니다.

이것을 불성으로 설명하면 불성의 자리는 부처나 중생이나 기능적으로 동일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중생과 부처의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요.

효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일체 중생 모두를 당신과 같은 부처로 봅니다.

불성으로 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중생들의 마음속에는 불성 대신 중생심이라는 아주 ‘잘난 놈’이 하나 들어앉아 분별하고 사량하면서 주인노릇을 합니다.

이 잘난 놈 때문에 나를 괴롭히고 남에게 상처를 줍니다.

그런데 요상한 것은 이 잘난 놈이 실체가 없습니다.

우리가 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여기 한 예가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화가가 하루는 장난삼아 귀신 그림을 그립니다.

머리는 산발을 하고 눈에는 살기가 가득하며 입에서는 선혈이 뚝뚝 떨어집니다.

이후 화가는 멀리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이 길어지다 보니, 자신이 그려놨던 귀신 그림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이윽고 여행을 마친 화가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방 한 쪽에 선혈을 머금은 무서운 귀신이 서 있습니다.

너무나 놀란 화가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습니다.

여러분 그 귀신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화가 자신이 만든 것입니다.

이것을『금강경』에서는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놈도 아닌 바로 내가 아상도 만들고, 인상도 만들고, 중생상도 만들고, 수자상도 만들고, 탐·진·치도 만들고, 잘하는 것도 만들고, 어기는 것도 만들고, 오만심도 만들고, 별의 별 것을 다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만들어 놓고 세월이 지나다 보니까 바로 그놈이 내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일부가 된 것이 아니라 전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마음자리는 허공과 같습니다.

허공은 밤이 온다고 해서 밤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밤과 더불어서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태양이 들어오면 함께 밝아집니다.

허공 자체는 어두움도 아니고 밝음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 허공은 우리의 본래 본성, 불성입니다.

허공은 오염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성 자리는 ‘본래 청정하다’, ‘본래 부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그렇다면 정견만 갖추면 되는 것일까요.

불교는 종교입니다.

신앙 또한 중요합니다.

다른 말로 믿음, 또는 신심이 되겠지요.

『화엄경』은 믿음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遍正覺)이라.

내가 처음 부처가 되겠다고 한 생각 일으키는 바로 그 순간, 정각을 이룬다는 말입니다.

믿음으로 성불한 사례가 대승불교에서는 대단히 많습니다.『열반경』을 보면 도살업을 전문으로 하는 백정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백정은 우리가 본래 부처고 불성이 다 갖춰져 있다는 부처님의 법문을 듣는 순간, 믿음이 너무나도 충만해져 스스로 들고 있는 칼을 던져 버리고 “일천 부처 가운데 나도 또한 부처다” 라고 외치며 성불해 버렸습니다.

생명을 죽이는 백정에게 칼은 중요한 물건입니다.

칼에 의해서 살아가고 칼에 의지해서 모든 일을 해왔던 사람인데, 그 칼에 집착하지 않고 버려 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중생심이라는 잘난 놈이 본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 곳에서 자성이 바로 드러납니다.

이렇게 바로 정견과 믿음을 갖게 되면 이제는 발심을 하게 됩니다.

발심 단계에 들어가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왜 달라지느냐.

이 세상은 생명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모두가 인연 속에서 일어나고 사라진다는 진리를 확신하기 때문이지요.

그 단계가 되면 중생심으로 살아 온 지난날에 대해 분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입니다.

발심하게 되면 생활 패턴이 바뀝니다.

일상생활 그대로가 수행이 되고 인격이 됩니다.

참된 인격과 수행의 가풍으로서 세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 치우지면 또 안 됩니다.

일상적인 삶을 열심히 영위하는 것도 수행이 돼야 합니다.

물론 내가 힘이 약하니, 모임에 와서 공부도 하고 기초도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가피를 입어야 하니까요.

도반, 장소, 스승 전부가 가피입니다.

근기가 약한데 주변 사람들이 격려해주고 스승의 가르침을 받게 되면 할 수 있다는 힘이 생기고 원력도 커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것에만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일상적인 삶을 천시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삶이, 생활이 바로 수행이 되도록 푹 익어야 합니다.

발심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원력입니다.

정견과 믿음과 발심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원력 또한 있어야 합니다.

원력이라고 해서 크고 웅대한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일원력도 좋습니다.

오늘 하루 거짓말 하지 않겠다.

화를 내지 않겠다.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

이렇게 매일 원력을 세워 지켜보십시오.

비록 일일원력이 미약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또한 힘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힘이 커지면 세세생생의 원을 세우게 됩니다.

그것은 대자비의 원력입니다.

부처님이 바로 그런 분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원력에 따라서 사람 몸도 받고 짐승 몸도 받았습니다.

염불, 참선, 참회 모두 본래 부처임을 경험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길들입니다.

그 중에서 참선을 하면 화두를 드는 그 순간에 과거 생의 모든 업장도 공한 이치에 들어갈 수 있는 공덕이 생기고 현재의 업이 굳어지지 않습니다.

화두 들고 있는 그 자체가 업을 해체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봉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을 위하는 것이 자기를 위하는 것이고 자기를 위하는 것이 남을 위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봉사의 근본입니다.

자, 이제 정리를 하겠습니다.『아함경』을 보면 이런 비유가 나옵니다.

어느 형제가 각기 다른 공부를 합니다.

형님은 심산유곡에서 수행을 해 지혜만을 증장시켰습니다.

반대로 동생은 도심 속에서 자선을 베풀고 봉사를 하고 선근공덕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생에 보니까 동생은 아마 잘난 놈을 가지고 중생심으로 베풀었던 모양입니다.

코끼리 몸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옛 전쟁에서 코끼리의 역할은 지대합니다.

앞장서서 전쟁을 주도하거든요.

동생 코끼리가 전쟁터에서 큰 공을 세웠나 봅니다.

왕이 보물로 코끼리를 치장하고 갖은 음식을 갖다 줍니다.

말 그대로 호의호식을 합니다.

형님은 사람 몸을 받아서 스님이 되었는데 탁발을 나가면 일곱 집을 거쳤는데도 밥 한술 얻기가 힘이 듭니다.

이러니, 굶는 날이 태일반이라.

복을 못 지어서 그렇습니다.

어느 날 형님이 길을 가다 동생 코끼리를 만납니다.

한 눈에 동생임을 알아 본 형은 코끼리 귀에 대고 이렇게 말합니다.

“자네나 나나 전생에 공부 잘못 했네 그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생활도 수행도 공부도 보시도 처처에서 ‘답게’ 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