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처럼 서로 감싸줍시다 ***
…
일선스님
…
숲은 이맘 때가 예쁩니다.
비가 개이고 나니 더욱 싱그럽습니다.
바람이 불면 까르르 웃는 것이 마치 선잠에서 깨어난 동자승의 미소처럼 해맑아 보입니다.
떡잎의 색깔은 나무들마다 다르고 풀잎마다 다르지만 점점 연록빛 일색으로 번져서 산꼭대기에 오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모두가 초록빛 바다와 만날 것입니다.
보조국사님의 (수심결)에서는 수행하는 사람이 각고의 정진 끝에 문득 나의 성품이 위로는 부처님과 더불어 역대 조사와 둘이 아님을 깨달았지만 아직 갓 태어난 어린 아이와 같아서 어른과 같은 공력은 쓸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끝없이 돌이키고 살펴서 무거운 업력을 녹이고 보살행을 실천하여 복과 지혜가 원만히 구족해야 어른과 같은 공력을 쓸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하지만 요즈음 우울한 소식 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학교 가기가 두렵다고 합니다.
마치 광활한 정글에 떨어진 것 같아서 두렵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모두가 보살피기를 부처님처럼 해야 할 것입니다.
누구나 청소년기를 보낸다는 것은 힘이 들고 고통이 많을 것입니다.
각자 방황의 색깔과 모습은 다르지만 알을 깨고 나오려는 몸부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린 숲은 강풍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쳐야 뿌리가 깊어지고 잎이 무성해집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천진한 성품은 부처님과 차이가 없지만 수행이라는 철저한 단련을 통하지 않으면 지혜와 복덕이 원만한 불공덕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을 통해서 마침내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용광로에서 쇠가 거듭 단련되어 가지가지 도구의 모양을 나투는 것과 같습니다.
수행자의 안목으로 보면 어른도 철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데 끝없이 따라가서 울고 웃으며 생사의 고통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사를 뛰어넘는 대장부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은 한 생각 번뇌가 일어나면 바로 알아 차리지 못하고 욕망을 따라가 자기의 성품을 등져버려서 고통을 받습니다.
그러나 알아차리고 안아주면 바로 천진한 부처가 나타납니다.
이 작업이 쉽지 않고 지난한 것은 중생심이라는 업력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끝없이 칭얼대고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고통을 이야기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합니다.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평소에 어른들이 번뇌가 일어나면 눌러버리거나 싸우면서 자기의 성품으로 돌이키는 수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들이 고통을 호소하면 즉각 알아차려서 자기의 천진 성품으로 안아주어야 합니다.
또한 번뇌도 이와같이 돌이키면 고통은 바로 사라지고 평화롭습니다.
가정의 달 오월을 맞이하여 가족들끼리 서로서로 감싸주기를 부처님 처럼 해야 합니다.
수행은 가정과 일상사를 등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에는 고사리가 여른 주먹을 쥐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옵니다.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