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스님─참회는 왜 하는가

참회는 왜 하는가

고산스님

법문 우리 불자들이 생각생각마다에 공부할 생각을 지니지만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허송세월만을 보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중생사인 것이다.

이렇게 한 해 한 해 지나가고 점점 죽음의 문에 다다르게 되니 곧 죽음에 이르게 된다.

마치 도살장으로 향하는 축생들처럼 한걸음 한걸음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거늘 모두가 이를 바로 깨닫지 못하고 있기에 어리석은 중생인 것이다.

매일매일 자신의 지나간 행적을 참회하고 살펴본다면, 우리는 많은 시간들을 벌 수 있다.

참회는 왜 하는가 하면 모든 중생들이 본인도 알게 모르게 십악죄를 짓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죄 지은 일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참회를 하는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불효를 했거나 남편 봉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 등은 양심 때문에 참회를 잘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고 뚜렷이 죄지은 일이 없는 사람은 참회하는데 인색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중생들이 왜 참회를 해야 하는지 살펴 보자.

정초 참회 7일 기도를 할 때 10가지 죄악 중 첫째가 산 목숨 죽인 죄를 참회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살생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무의식 중에 산 미물을 살생한 경우가 허다하며 몸에 이롭다고 닭이나 소, 돼지, 개 등을 마구 잡아 먹는 것이 중생들인 것이다.

그 다음에는 도둑질한 죄를 참회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도둑질 한 번 하지 않은 사람도 없다.

양심에 손을 얹고, 잘 반조해 보면 누구나 도둑질 한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세번째는 사음한 죄를 참회하는 것인데 정한 부부 이외에 다른 사람 생각만 내도 사음한 것이 된다.

네번째는 거짓말한 죄를 참회하는 것인데 세 살까지만 해도 거짓 말을 하지 않다가 네 살만 넘어 분별심이 생기면 벌써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렇게 중생들이 무의식 중에도 죄를 짓기에 참회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 부처님께서 사바 세계에 출현하신 것은 바로 이러한 중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시기 위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의지, 수행하면 밝은 세계가 되고 사람이 착하고 어질게 된다.

사람은 사람으로서 각자의 길이 있다.

남자의 길, 여자의 길, 농부의 길, 상인의 길, 이 길이 바로 도(道)이다.

이 길데로 점차적으로 수행하면 되는데…, 중생들은 신(身), 구(口), 의(意), 삼업(三業)을 끊임없이 지어 죄를 짓게 된다.

부처님께서 하신 마지막 법문 중에…, 입을 봉하여 꼭 한 마디 할 때 열 번 이상 생각하고서 하라 하셨다.

간단하면서도 여기에 모든 도리가 다 들어 있다.

또한 뜻도 함부로 일으켜서는 안 된다.

자기도 모르게 중생들이 수시로 업장을 일으키고 계속 십악(十惡)을 지을뿐 아니라 팔만 사천 번뇌 망상이 쉴 사이 없이 일어나고 있는데 입을 모으고 생각을 가다듬으며 행동을 함부로 옮기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씻겨지게 되고 하루하루가 행복하게 될 것이다.

내 양심대로 살려고 하는 것이 바로 참회다.

우리 손가락 하나하나에도 전부 이름이 있다.

손가락 하나하나는 따로따로 힘을 쓰지 못하지만 합치면 힘을 쓰고 사용할 수 있다.

우리 불자들도 분열하지 말고 화합, 단결하면 안락국토가 되는 것인데 분열된 생각이 서구에서부터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불자들은 서구의 개인주의 정신을 본받지 말고 우선 이웃부터 화합하여 불행한 일, 즐거운 일을 함께 하는 보살행을 실천해 나가야 하겠다.

불교의 대자대비 정신으로 화합하여 민족정신을 통일시키고 동강난 우리 민족도 통일시켜야 한다.

우리 세상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흔히 복을 말하고 있다.

복 중에서 제일은 오복(五福)이다.

경전에서 오복은 세 가지로 나오는데…

그 한 가지는 수명장수, 부귀, 강령(편안한 생활을 하는 것), 호덕(好德), 임종을 잘 하는 것이고 두번째 오복은 수명장수, 부자로서 넉넉하게 사는 것, 몸에 병이 없는 것, 재앙이 없는 것, 도덕군자이며 세번째 부류는 오래 사는 것, 부귀, 기(氣)가 있는 것, 강령, 아들 많은 것이라 했다.

이 세 가지 오복의 분류 중에서 요즘은 세번째 것을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오복을 말해도 이에 해당하는 자가 없어서 자나깨나 걱정이 많은 것이다.

재산이 많으면 수명이 짧다든가 수명이 길면 재산이 없다든가 한다.

이러한 이치를 알면 한 가지 성취되면 다른 것은 성취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세상이 전부 이와 같다고 하셨다.

즉 장단이 있다고 하신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갖출 수는 없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좋은 일을 잘 하지 않으려 하고 나쁜 일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하기 쉽다.

그러니 우리 불자들은 나쁜 일 하기를 멀리 하고 좋은 일, 하기 어려운 일을 자꾸 실천해야 보살이 되고 성불도 할 수 있다.

이 점을 명심하고 부처님 말씀대로 선업을 쌓아 늘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도록 하자.

그리움

내 비로소 사랑한다는 말을 하오.

아껴서 아껴서 하는 말

심중을 다 드러낸 말

이 말을 빼면 가슴이

텅 빈다오

모질스레 참았던 말을 하오

입 안에 빙빙 돌던

가슴을 방망이 치던

아까워 아까워서

못내 숨겼던 그 말을 하오

이제 더 이상 참을 길이 없소

태산을 내 가슴에 얹어

진정시키려 해도

이 그리움

수습 길이 없구려

안 보고

안 생각하고

안 떠올리고

밉게 보려고

지난 시간 지워보려고

이렇게 심정을 태우는데

그리움은 더 확성시켜

나를 짓이긴다.

이순항 (경남불교신도회 회장)글. 월간반야 2008년 9월 제 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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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은 저렇게 고고한데” / 이현도 (언어학박사/반야거사회)

경남불교신도회 이순항 회장(사진)이 시집 <해질녘의 사색>을 냈다. 이 회장은 지금의 경남신문 전신인 경남매일신문에서 편집국장과 기획실장을 했고, 경남매일신문사 사장, 경남도민일보 초대사장을 했다. 또 마산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경남불교신도회 회장직은 지난해부터 맡아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언론인으로서 내가 매우 존경하는 어른이다. 나만 아니라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시로 ‘청송(靑松)은 저렇게 고고한데 / 춘하추동 사시사철 유구한데 / 오진의 티끌 하나 경계하는데 / 아 – 청송처럼 살고 싶다’고 노래한 것처럼 나에게는 청송과 같은 인물로 각인되어 있다.

나는 경남도민일보 기자를 할 때 잠시 그를 모셨다. 내가 우여곡절 끝에 신문사를 나오고 한동안 멀리 떨어져 보이지 않는 곳에 머물고 있는데도, 이 회장은 자주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지금도 내 일을 걱정하며 배려 해 주고 있어 나는 마음속에 늘 청송(靑松)을 드리우고 산다.

이 회장은 큰스님과도 맑은 인연을 맺고 있다. 반야거사회 김형춘 회장과도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그런 인연때문인지 두 분의 글이 실린 <월간반야>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반야>의 편집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하고 금일봉을 보시하기도 해서, 내 입장에서는 어른한테 보은해야할 짐이 참으로 많다.

이 회장은 시집을 내긴 했지만 전술한대로 시인이 아니다. 시집의 책머리에서 그는 “시 읽기를 좋아하고 시가 아름다워 시를 쓰고자 내 소리를 한 소절 한 소절 시의 형식을 빌려 흉내 내 보았다”면서 “내가 시인이 아닌 줄 아는 가까운 분들과 또 나 혼자서 존경하는 분들께 심심파적(深深破寂)거리를 드리기 위해 이렇게 미련을 부려보았다” 고 고백하고 있다.

시집은 2000년부터 8년간 쓴 시편을 모은 것이다. 시의 행간에는 종교적인 믿음, 삶을 바라보는 관조적 색깔이 짙게 배여 있다. 이를 두고 시집제목을 <해질녘의 사색>이라고 붙인 것 같다. 그는 이 시집을 가리켜 “나 자신을 청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도서출판 경남, 104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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