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행원품 (12) – 상수불학원

<경문>

선남자여, 항상 부처님을 따라 배운다고 하는 것은 이 사바세계의 비로자나여래께서 처음 발심하고부터 정진하여 물러나지 아니하고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몸과 목숨을 보시하시되, 살갗을 벗겨 종이를 삼고, 뼈를 쪼개 붓을 삼고, 피를 뽑아먹물을 삼아 경전을 써, 수미산처럼 쌓더라도 법을 존중하기 때문에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거늘, 어찌 하물며 왕위나 성읍이나 촌락, 궁전, 정원, 산림의 일체 소유와 가지가지 난행고행일 것이며, 나아가 보리수 아래에 큰 깨달음을 이루시고 가지가지 신통을 보이여 온갖 변화를 일으키시던 일이나, 가지가지 부처님 몸을 나타내시고 여러 모임에 처하시되, 혹은 여러 대보살의 모인 도량에 처하시고 혹은 성문과 벽지불 등이 모인 도량에 처하시며 혹은 전륜성왕, 소왕권속들이 모인 도량에 처하시고 혹은 찰제리나 바라문, 장자, 거사가 모인 도량에 처하시며 나아가 천룡팔부와 사람인 듯 하나 아닌 이 등이 모인 도량에 처하시면서 온갖 모임에서 원만하신 음성을 마치 큰 우레 소리와 같게 하여,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중생을 성숙시키던 일이나, 열반에 드시는 것을 나타내는 이와 같은 일체를 모두 내가 다 따라 배우기를 지금의 세존이신 비로자나불께 하는 것과 같이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이 온 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일체 부처님 국토의 작은 티끌 속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께서도 다 이렇게 하시거든 생각마다 내가 모두 따라 배우리라 하는 것이니라.

이렇게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이 따라 배우는 것은 다함이 없어,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에 조금도 지치거나 싫증을 내지 않느니라

<풀이>

부처님을 따라 배운다는 것은 부처님의 수행과 원력이 내 자신의 수행과 원력이 되도록 함이다. 다시 말하면 내 삶의 방식을 부처님 방식대로 하여 부처님이 중생에게 보인 모범처럼 나도 남에게 그러한 모범을 보이면서 살겠다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의 모델을 부처님에서 찾는다. 부처, 그 탁월한 인격과 최고의 격조 높은 삶의 모습이 모든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영원한 푯대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걸 수 있는 최대의 희망은 부처를 지향하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를 제도하고 남을 제도하는 인간 최고의 정신이다.

‘살갗을 벗겨 종이를 만들고 뼈를 쪼개 붓을 만들며 피를 뽑아 먹물을 만들어 경전을 써서 수미산같이 쌓는다’고 한 말은 구도의 정신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용맹과 정진의 근면을 상징적으로 서술한 말이다. 이러한 용맹 정진하는 마음에는 오로지 부처를 본받으려는 것 외엔 다른 일이 없다. 이미 목숨마저 돌보지 않거늘 명예나 지위 재산, 게다가 소소한 고행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오직 부처의 행을 따를 뿐이다.

불교에서 수행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 깨달음이 ‘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행’이 없이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깨달음이 지식에서 나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도는 아는 것에 속하지 아니하고, 모르는 것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말이 선가의 유명한 격언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진리를 직접 체험하는 데는 유식이나 무식이나 모두 상관없다. 그렇기 때문에 행을 선도하여 깨달음으로 가게 하는 것이 보현행원이다. 또한 인간이 배움에 있어서 사표(師表)를 가져야 함은 당연한 일이며 바로 부처님이 만 인류의 영원한 사표이다. 맹물에 설탕을 타면 단맛이 나고 소금을 타면 짠맛이 나듯 부처님을 마음속에서 생각하고 따라 배우려 할 때 우리는 어느 사이 부처님 마음을 감응하여 자신의 수행을 성취하게 된다. 또한 인생을 배우려는 자세로 산다는 것은 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배움 그 자체가 인생의 참된 가치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구도의 정열로 사는 수행자에게 있어서는 비본질적인 세상잡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나고 죽는 생사의 미망은 헛된 것이다. 본질적 의미를 회복한 열반의 삶, 해탈의 삶이라야 참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항상 발심을 가로막는 업장 속에서 질곡의 삶을 살기가 일쑤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사바세계가 수행하고 정진하는 최적의 환경을 가진 세상이라고 한다. 제불 가운데서도 사바교주 석가모니불이 가장 용맹정진 하는 제일의 부처님이라 고 한다. 세상의 부귀영예가 수도에는 마장이라 하여 옛날부터 인간이면 누구나 누리기를 원하는 복을 삼생의 원수라고 했다. 첫 생에 복을 짓느라고 수행을 못하고, 두 번째 생에 복을 누리느라고 수행을 못 하고, 세 번째 생에 다시 복이 감해져 빈궁에 시달리느라고 수행을 못하니, 결국 복이 삼생 동안 수행을 방해하는 결과가 되어 이 복이 원수이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5년 4월 제53호

2015년 11월 30일 불교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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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불교 알리려면, 삶에서 쉽게 풀어줘야”
  35. 성인 가르침의 핵심은 ‘중도’
    경전·고전서 찾은 행복의 길
  36. 대불청, 조계사 공원력 투입 기류에 강한 반발
  37. 삶은 무엇인가…결국 불교의 마음공부가 답이다
  38. 365일 부단히 정진하는 ‘전통’ 복원
  39. 전법학술상 대상
    김응철 교수 선정
  40. “신흥사 극락보전·희귀 경판 보물급”
  41. 초의 다법 계승한 응송스님
    다승(茶僧)·지식인으로 재조명
  42. ‘조선후기 불교동향사 연구’ 발간
  43. 내포문화숲길 걷기축제
  44. 마곡사 주지배 탁구대회
  45. “‘떳다방 포교당’ 영업 중단 촉구한다”
  46. “지혜와 자비 겸비한 수승한 불자되길”
  47. 대전 자비실천운동본부 자비나눔
  48. 성주사지서 수계법회
  49. 광주 광제사, 가을음악회
  50. 4대강 사업으로 폐사 위기 처한 전통사찰

불교저널

  1. 삽 영단 앞에서 “무분별한 개발 삽질 참회”
  2.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제9회 학술상 시상 및 발표회
  3. 미산 스님 동조 단식…동국대 이사직도 사퇴
  4. 문재인 대표 “종교계 사람벽 환영…평화시위 지지”
  5. 인터넷 SNS 시대 ‘대한불교사이버전법단’ 출범
  6. 반도체 기업 임직원 참여한 ‘사랑의 김장나눔’
  7. 푸드뱅크 기부된 물품을 지역 어르신에게
  8. 도심 속 ‘목우가풍’ 실천 위한 천일기도 입재

불교포커스

  1. 지혜로운 해결 당부? 보광스님의 ‘유체이탈’ 화법
  2. [전문] 어린 생명을 벼랑 아래로 내몰지 마십시오_법인ㆍ금강스님
  3. 금강ㆍ법인스님도 단식…“어린 생명 벼랑 끝 몰지 말라”
  4. 경기청년불자 108인 “일면ㆍ성월스님 사퇴하라”
  5. “마음 맑혀 산악개발 광풍 멈추자”
  6. “대중공사를 공사(公事)하다” 좌담회
  7. 민주노총 관계자, 조계사서 퇴거
  8. “목숨 걸고 호소한다. 일면ㆍ보광스님 해임하라”
  9. 47주년 군승의날 “군불교 전기 마련”
  10. 불교문예작품상에 장석원 시인
  11. 대불청 “조계사 경찰침탈은 법난”
  12. 미산스님 “생명보다 소중한 것 없다” 단식 돌입
  13. 용주사비대위 “법원 결정 환영…거취 결정하라”
  14. [인사] BBS불교방송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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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플러스

  1. 연화회, 수화사랑음악회 및 후원의 밤 개최
  2. 경기지역 대불청, 대불련 출신 활동가 108인 선언 발표
  3. 법인, 금강 스님, 단식 동조 “외면, 도피, 위선 같아 견딜 수 없다”
  4. 미산 스님, 동국대 이사 사퇴와 단식 돌입

한국불교

  1. 제 14대 중앙종회 12월 15일 개원한다

현대불교

  1. 종교인 과세, 2018년 시행되나
  2. 생명 살리기 위해 스님들도 단식 정진
  3. 생명나눔실천본부, 백사마을에 솜이불 200채
  4. “정부, 사태 원인과 문제 직시하라”
  5. “승가청규, 수지독송 가능토록 간결해야”
  6. 민노총 “한상균 개인 아닌 노동자들 운명이다”
  7. 조계사 신도회, 한상균 강제 퇴거 시도
  8. 본지 기획, 불교언론문화상 신문 최우수상 수상
  9. 법인ㆍ금강 스님 “어린 생명, 벼랑 끝에 내몰지 마라”
  10. “난개발 광풍서 국립공원 자유롭게 하라!”
  11. 동국대 실ㆍ팀장 “이사들이 정상화에 나서 달라”
  12. 미산 스님 “동국대 정상화 중재, 단식으로”
  13. 동국대 단식, 미산·금강·법인 스님 동참
  14. 동안거 결제 스님 명법문, 이제 안방에서
  15. 중림복지관, ‘희망마차 식품나눔’
  16. “복지관 텃밭서 수확한 농작물 경로당에”

최종업데이트 : 2015-11-30, 11:13:25 오후

보현행원품 (11) – 청불주세원

<경문>

선남자여, 또한 부처님께 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한다는 것은 온 법계, 허공계, 시방삼세의 부처님 국토에 있는 작은 티끌 수만큼의 모든 부처님께서 장차 열반에 드시려 할 때와 또한 모든 보살과 성문 연각들, 유학 무학과 나아가 일체 모든 선지식들에게 두루 권하여 청하되, ‘열반에 드시지 말고 일체 부처님 국토의 작은 티끌 수만큼의 많은 겁을 지니도록 중생을 이롭게 하여 주소서’ 하는 것이니라.

이렇게 하여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며,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이 권하여 청하는 것은 다함이 없어 생각마다 계속하고 끊임이 없이 하여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에 조금도 지치거나 싫증을 내지 않느니라.

<풀이>

중생이 사는 세계를 불국토화하려는 것이 불교의 지상 과제다. 일체중생 모두가 불국토의 염원으로 세상을 사려면 우선 부처님이 계시는 세상을 동경하면서 부처님이 이 세상에 항상 머물러 계셔 주기를 청해야 한다고 하였다. 태양이 없으면 이 세상이 어둠뿐이듯, 부처님이 계시지 않으면 세상은 빛을 잃는다. 언제나 부처님은 중생에게 있어서 빛과 같은 존재이다. 무명의 밤바다에 빠져 밝음을 잃고 산다는 건 더없는 불행이요, 고통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은혜를 중생에게 두루 입혀 주시기를 청함은 스스로를 구하고 남을 구제하는 자비원력인 것이다. 또 부처님은 중생을 깨우치는 법을 설해 주는 주인공이므로, 법주로서 부처님이 우리 세상에 계시게 하여 법의 은혜를 아울러 입고자 함이다 . 뿐만 아니라 성문이나 연각, 그리고 아직 배움의 단계에 있는 유학들과 이미 배움의 단계를 거쳐 마친 무학 등 일체 선지식들이 열반에 들지 말고 영원무궁토록 이 세상에 계시면서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기를 기원한다. 이것은 바로 정법을 받들려는 서원이기도 하다. 중생의 세계에서는 반드시 법을 바로 펴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도자가 없는 사회를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구성원이 속한 공동의 사회는 지도편달에 의해서 사회적 기능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길을 잃은 사람을 인도하는 것이 교화의 의무이므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 진리의 안내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부처님의 법 광명 속으로 안내 받아 인도되어지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행복이요, 안락이다.

열반에 드시지 말라고 청함은, 여기서는 부처님이 이 세상을 떠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부처님을 법신을 통하여 파악할 때는 부처님은 열반에 든다고 하여도 중생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다만 부처님이 내 곁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위해서 부처님을 원하는 지극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열반이라는 말이 때로는 죽음을 뜻하지만 원래는 일체 고통이 소멸된 진정한 평화를 뜻하는 말이다. 다만 여기 ‘보현행원품’의 경문은 부처님이 사바 인연을 끝내고 중생의 현실을 떠난다는 뜻으로 쓰여졌다. 말하자면 부처님이 항상 중생들을 보살펴 주시는 존재로 중생의 곁을 지켜주시면서 우매하고 불쌍한 중생을 버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나무가 있어야 나무 그늘이 생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이 계셔야 부처님의 음덕이 중생에게 입혀진다. 이리하여 부처님의 법의 은혜가 중생에게 미쳐지면 중생들이 부처님의 법을 호지할 수 있는 것이다.《열반경 금강신품》에 서는 부처님의 정법을 호지하는 공덕을 밝혀 놓았다.

“가섭아, 나는 옛적에 정법을 호지한 인연으로 이 부수어지지 않는 금강신을 성취할 수 있었느니라. 이 금강신은 허물어지지 않는 몸이며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는 몸이며 부처의 본래 몸인 법신이니라.”

결국 부처님이 세상에 머무시기를 청하는 행원은 부처님의 금강신 곧 법신을 얻겠다는 서원으로 귀착되는 것이다. 법신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선지식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며, 여기에 불교의 참된 가치가 있다.

‘선지식’은 ‘좋은 벗’이라는 뜻인 ‘선우’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현대적인 의미로 해석한다면 ‘올바른 지도자’라는 뜻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는 선재 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가서 해탈법문을 듣는 내용이 있다. 선지식은 능숙한 교화를 통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를 화목하게 하고 사회의 평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소위 지도력을 발휘하여 너와 나를 이상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영향을 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부처님을 향하는 마음 자기 법신을 찾는 마음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지안스님 글. 월간반야 2005년 3월 제5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