線路縈紆接翠微(선로영우접취미) 길은 실낱 같이 구부러져 푸른 산으로 닿았는데
不煩問寺逐僧歸(불번문사축승귀) 절간이 어디냐고 묻기도 귀찮아 스님 가는대로 따라왔네.
到山才聽淸溪響(도산재청청계향) 산에 도착하자마자 맑은 시냇물 소리를 들으니
舂破人間百是非(둉파인간백시비) 인간 세상 온갖 시비 찧어 부수어 버리는구나.
고려 때 문신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절을 소재로 한 몇 편의 시를 남겼다.
위의 시는 산사를 찾아간 이야기가 풍경화처럼 묘사되어 있다. 그의 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은 전‧후집 합하여 53권이나 되는 방대한 량으로 시문뿐만 아니라 수록된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
벼슬도 재상을 역임하기까지 한 그였지만 문인으로의 명성과 명예를 더 중히 여기고 살았다 한다. 백운거사(白雲居士)라는 호를 쓰면서 자주 절을 찾으며 마음을 쉬었던 흔적이 가끔 발견된다. 마지막 구절의 인간의 온갖 시비를 절구통에 방아를 찧듯이 부수어 버린다는 말의 뉘앙스가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