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고향래 君自故鄕來 그대가 고향에서 왔다니
응지고향사 應知故鄕事 응당 고향의 일을 알겠군요.
래일기창전 來日綺窓前 오던 날 우리 집 비단 창가에
한매착화미 寒梅着花未 매화 꽃 핀 것 보았는지요?
왕유(王維 : 701~761)의 이 시를 읽으면 봄 햇살 같은 온화함 속에 고향의 따사로움이 느껴진다. 고향을 떠나 멀리 객지에서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고향에서 온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 고향 소식이 궁금하여 이것저것 물어 볼 것도 많았으리라. 그러나 이 시에서는 자기가 살던 고향의 집 비단 커튼을 쳐 놓은 창가에 서 있던 매화나무 가지에 꽃이 피었던가 하고 묻기만 했다. 사실 이것이 고향에 대한 모든 것 전부를 물어 본 것이다.
수도자들은 고향의 의미를 깨달음의 세계로 전향시킨다. 깨달음의 경계에 들어선 것을 고향 길을 밟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3가지 고향이 있다. 보통 우리가 태어난 마을을 고향이라고 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고향의 그리움은 내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살던 곳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 고향이 부모가 있었기에 정해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부모를 고향이라 한다. 또 하나의 고향이 있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있는 자기 자신의 마음자리이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영혼의 고향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의 세계가 우리에게 영혼의 고향인 셈이다.
요산 지안 큰스님 글. 월간반야 2007년 4월 제7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