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공부 염불정진
-고산스님-
경(經)은 부처님이 되는 길로 인도하는 구도의 지침서요, 온갖 번뇌망상을 제거하는 방법을 적어놓은 책입니다.
자연, 경을 읽고 탐구하는 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지식으로 쌓아두기 위함이 아니라, 실천 수행을 하기 위함에 있습니다.
현존하는 경전을 크게 나누어 보면 참선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은 경전, 공부에 좋은 경전, 중생교화에 효력이 큰 경전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나는 불자들이 ‘어떤 경전을 보는 것이 좋은가’를 물어보면, 자기성불을 위해 정진하는 사람에게는 선가구감.선문촬요.육조단경.금강경오가해 등을 지송하라고 합니다.
경전 공부를 하는 이는 초발심자경문부터 시작하여 철학적인 능엄경.금강경.
원각경.법화경.화엄경.유마경.해심밀경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중생을 포교하는 데 있어서는 여러 경전을 가르치는 것보다 천수경.반야심경.
관음경.금강경.법화경을 깨우쳐 주는 것이 적당한데, 이 경전들은 성불에도 좋지만 특히 염송을 하거나 사경을 하는 복덕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돌이키지 않으면 경을 봐도 아무런 소득이 없습니다.
경을 읽는 목적은 그것을 수행의 지침으로 삼아 일념으로 정진하여 열반의 길로 나아감에 있습니다.
마음을 반성하지 않은 채 경전을 본다는 것은 곧 더러운 걸레로 깨끗한 방을 다시 닦는 것과 같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세월만 허비할 뿐입니다.
선(禪)을 안(內)이라고 한다면 교(敎)는 그 안 을 감싸고 북돋워주는 밖(外) 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겉과 속이 일치할 때 진정한 공부가 됩니다.
흔히들 불교를 알고 싶어도 한문 경전을 가까이 할 수가 없고 어렵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팔만대장경이 모두 한글로 번역되어 있고, 옛 고승들의 어록도 한글로 되어 있습니다.
또 불교서점에 가면 부처님 일대기를 비롯하여 알기 쉬운 불교 상식 책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사서 마음을 모아 정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읽다가 모른 것이 있으면 가까운 절에 계신 스님을 찾아가서 여쭈어 보기도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기도 하십시오.
그렇게 하다보면 자연히 깊게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평소에 염불을 하는 불자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꾸준히 해야 합니다.
염불을 하는 그 순간에는 자신이 희구하는 그 일을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염하는 부처님만을 관(觀)하면서 부처님의 명호를 불러야 진짜 염불입니다.
그러므로 염불을 할 때는 부처님만 생각하십시오.
흔히들 조상천도를 위해서는 지장보살이나 아미타불을 염하고, 자기 성불을 위해서는 석가모니불을, 학생들 학업성취를 위해서는 문수보살, 세상살이에 어려움이 많을때는 관세음보살이 최고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자기 형편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부처님 명호를 불러야 하는가를 많이 질문합니다만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평소에 아미타불을 했으면 어떠한 경우에 처하든 아미타불을, 관세음보살을 했으면 어떠한 경우에 처하든 계속 관세음보살을 하면 다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모름지기 불교의 목표, 불교수행의 목표는 성불이요 열반입니다.
성불, 열반의 경계는 본래 청정한 본심자리입니다.
따라서 그 자리를 찾으면 성불합니다.
또 그 자리를 찾으면 열반에 들지 말라고 하여도 열반에 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열반의 경지는 어떠한 것인가? 열반에 들면 열반의 4덕인 상락아정(常樂我淨)에 머물게 됩니다.
늘 변함이 없으며, 괴로움이 없고 즐거움만 있으며, 가아(假我)가 아닌 진아(眞我)만 있으며, 더러운 것 없이 깨끗함만 있는 상태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러한 열반의 경계에 들려고 하면 일체 생각을 다 쉬어버리고, 쉬었다는 생각도 쉬어버려야 합니다.
쉬고 쉬고 또 쉬어 쉬었다는 생각마저도 쉬어버려야 합니다.
그 자리는 깨달음도 없고, 깨달았다는 생각도 없습니다.
하나도 얻을 것이 없는 것을 이름 하여 열반락(涅槃樂) 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무슨 공부를 하든지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행하여 열반의 경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여래의 방에서 여래의 옷을 입고 여래의 자리에 앉아 열반묘락(涅槃妙樂)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