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근본교리 (1)

부처님이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정각을 이룬 후 열반에 드실 때까지의 설법하신 내용을 이론적으로 요약한 것을 말합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역사적으로 여러 시대를 지나오면서 불교의 교리도 발달되어 왔습니다.

부파불교 시대를 거쳐 대승불교가 일어나면서 교리와 사상이 폭넓게 연구되고 발전되어 교리전개가 다양해 졌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재세시의 설법을 중심으로 가장 원형적이고 불교사상의 기초이자 근본이 되는 것을 근본교리라 합니다. 근본교리는 삼법인, 사성제, 팔정도, 십이인연, 업사상, 연기설, 윤회설 등입니다. 삼법인(三法印)에 대해서 우선 말씀드리겠습니다.

삼법인은 불교의 진리를 세 가지로 함축하여 말한 것입니다. 법인(法印)이란 법의 도장이라는 말로 도장을 찍어 결제를 하듯이 참된 이치를 가리켜, 이것은 진리다 하고 결정·확인하여 간주한다는 뜻입니다.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 그리고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이 바로 삼법인입니다..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

제행이란 우주 만유의 모든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인연에 의하여 형성된 모든 존재를 통칭하는 말로 유위(有爲)라는 말과 뜻을 같이 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물리적인 현상과 정신적인 현상 전체가 제행인데 이 모든 것이 항시 변해 가는 진행 속에 있는 것이라 어느 것도 머무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곧 만물은 유전(流轉)한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변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열반경>에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이라는 경문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덧없어 생겨났다가 소멸하는 법이다. 생겼다 없어지는 생멸이 없어지면 고요한 열반이 곧 즐거움이 되느니라”는 뜻입니다.

있다가 없어지고 없는 데서 생겨나는 것, 생멸이란 이렇게 인연따라 변천(變遷)하는 현상적 실태를 표현한 말입니다. 이 생멸하는 무상을 불교에서는 괴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 합니다. 무상이란 우리말의 덧없다는 뜻이지만 그 어원은 범어(梵語Sanskrit) 아니티야(anitya)를 번역한 말로 일정하게 변하지 않고 머무르는 것이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찰나무상(刹那無常)과 상속무상(相續無常)이 있습니다. 찰나 속에 변해 가는 생(生)·주(住)·이(異)·멸(滅)이 일어나는 것과 일정한 기간 속에 생·주·이·멸이 있는 것을 구별한 것입니다. 생·주·이·멸은 생겼다 없어지는 과정을 네 단계로 설명하는 말입니다.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

제법이란 모든 존재를 뜻하는 말입니다. 삼라만상 두두물물(頭頭物物)이 모두 제법 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인연에 의해서 존재하고 있지만 어느 것도 그 실체가 없습니다. 무아(無我)란 <나>가 없다는 말로 존재의 실체가 없다고 부정하는 말입니다. 개체적인 하나의 사물이 여러 가지 인연이 모여져 나타났을 뿐 영원히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본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무아이론(無我理論)은 불교 교리의 독특한 것으로 불교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입니다. 재래의 인도 힌두사상에는 아뜨만(atman)이라는 고정 불변하는 실체적인 <나>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우주 최고 원리인 브라만과 동일한 것이라 하여 범아일여(梵我一如)를 주장하는 사상이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이를 부정하여 존재의 근원은 아무 것도 없는 비워진 상태라고 합니다. 이 무아설은 나중에 대승불교에서 공사상(空思想)으로 발전하는데 불교철학의 심오함을 설명합니다. 가령 인간을 설명할 때 오온설(五蘊說)이 있습니다.

오온이란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의 다섯 가지를 말하는데 이는 곧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다섯 가지 요소입니다. 색은 육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4대(四大)라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요소가 화합된 것입니다. 곧 지(地)·수(水)·화(火)·풍(風) 네 가지 요소에 의하여 형성되는 육체가 색온(色蘊)입니다. 온(蘊)이란 쌓여 있는 무더기라는 뜻이고 지대(地大)는 뼈, 손톱, 발톱, 머리카락, 치아, 살갗 등으로 질소(N)성분인 것이며, 수대(水大)는 수소(H)성분으로 피, 땀, 침, 소변 등으로 우리 몸에 있는 액체수분입니다. 화대(火大)는 체온을 말하며 이는 탄소(C)에 해당됩니다. 풍대(風大)는 산소(O)인데 움직이는 성분과 체내에 있는 가스등의 기체입니다.

수온(受蘊)은 우리 몸의 감각기관이 외계의 사물을 받아들이는 감수(感受)의 작용을 말하는 것입니다. 시각(視覺이나 청각(聽覺) 등의 감각이 처음 일어나는 상태가 수온인데 이때 괴롭고 즐거운 감수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세 가지 갈래로 나누어지는 고수(苦t受), 낙수(樂受) 그리고 사수(捨受)의 삼수(三受)가 있습니다.

상온(想蘊)은 받아들인 객관 경계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여 그것을 표상(表象)하는 작용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 송이 꽃을 보았을 때 시각에 와 닿은 꽃을 꽃이라 인식하고 또 그 꽃의 색깔이 붉다거나 노랗다는 등의 색감을 인식하는 것이 상온입니다.

행온(行蘊)은 생각과 생각이 움직여 연결되는 힘으로 사람의 의지가 일어날 때 행온의 작용에 의해서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식온(識온)은 분별하고 인식하는 작용을 일으키는 바탕이 되는 주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식(識)은 대승불교의 한 사상체계인 유식설(唯識說)에서 여러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상의 오온설은 인간이란 존재가 일시적인 오온이 결합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라는 것은 오온이 합해진 것을 편의상 이름 붙여 말하는 것일 뿐, <나>라는 실체는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마치 집을 지을 때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걸치며 바닥, 벽, 지붕 등의 집을 구성하는 여러 부분이 모여 그 구성 요소들에 의하여 집이 성립되는 것처럼 인간이라는 존재도 오온의 구성 요소에 의하여 성립되므로 인간 자체의 존재가 따로 없다는 것입니다.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

열반이란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또한 소멸되어 없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원래 범어 니르바나(nirvana)를 음역한 말로 ‘불어 끄다 (吹消)’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활활 타고 있는 불길을 꺼버렸다는 이 뜻은 모든 번뇌와 욕망에서 벗어난 것을 의미합니다.

부처님의 제자 사리불이 어느 날 어떤 사람으로부터 열반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때 사리불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사라진 것을 열반이라 한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는 인간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것들이 제거된 것을 말한 대답입니다. 적정(寂靜)이라는 말도 열반과 같은 뜻인데 열반이 음역(音譯)한 말이라면 적정은 의역(意譯)한 말입니다. 불교의 최고 이상이 열반이며 현대적 개념으로 말하면 최고로 행복해진 상태라는 뜻입니다.

이상의 삼법인은 이 세상을 보는 불교의 관점을 현상계의 분석을 통해서 밝히고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이상을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입각해서 밝혀 놓은 것입니다.

지안스님강의. 월간반야 2001년 2월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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