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7장 선가의 거울
- 한 물건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하여 일찍이 나지도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름 지을 길 없고 모양 그릴 수 없다.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
옛 어른은 이렇게 노래했다. 한 부처 나기 전에 의젓한 둥그러미 석가도 알지 못한다 했는데 어찌 가섭이 전하랴. 이것이 한 물건의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이름 지을 길도 모양 그릴 수도 없는 연유다. 육조스님이 대중에게 물었다. “내게 한 물건이 있는데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다. 너희들은 알겠느냐?” 신회 선사가 곧 대답하기를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요 신회의 불성입니다.”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서자가 된 연유다. 회향 선사가 숭산으로부터 와서 뵙자 육조스님이 묻기를 “무슨 물건이 이렇게 왔는고?” 할 때에 회양은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다가 팔 년만에야 깨치고 나서 말하기를 “가령 한 물건이라 하여도 맞지 않습니다.” 하였으니, 이것이 육조의 맏아들이 된 연유다.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출현하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격이다. 세상에 출현한다는 것은 대비심으로 근본을 삼아 중생을 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한 물건으로써 따진다면, 사람마다 본래 면목이 저절로 갖추어졌는데 어찌 남이 연지 찍고 분 발라 주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러므로 부처님이 중생을 건진다는 것도 공연한 짓인 것이다. 억지로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마음이라 부처라 혹은 중생이라 하지만, 이름에 얽매여 분별을 낼 것이 아니다. 다 그대로 옳은 것은 아니다. 한 생각이라도 움직이면 곧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