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제05장 01. 반야(般若)

제5편 조사어록

제5장 육조의 법문

  1. 반야

보리와 반야의 성품은 사람마다 본래 가지고 있지만, 마음이 어두워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그러므로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아 자성을 보아야 할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이나 지혜로운 사람의 불성은 본래 차별이 없으나 다만 막히고 트임이 같지 않으므로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이 있게 된 것이다. 내 이제 마하반야바라밀 법을 말해 그대들에게 각기 지혜를 얻게 할 것이니 정신차려 잘 들어라. 세상 사람들이 입으로는 종일 반야를 말하면서도 자성 반야는 알지 못하니, 마치 먹는 이야기를 아무리 해봐도 배부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일이다. 입으로만 공을 말한다면 만 겁을 지나더라도 견성할 수 없다.

마하반야바라밀은 ‘큰 지혜로 피안에 이른다’ 는 뜻이다. 이것은 마음으로 행할 것이요 입으로 말하는 데 있지 않다. 입으로만 외우고 마음으로 행하지 않는다면 허깨비와 같이 허망한 것이다. 그러나 입으로 외우고 마음을 행한다면 곧 마음과 입이 서로 응하는 것이다. 본 성품이 부처요 성품을 떠나서는 부처가 없다. 마하란 크다는 뜻이니, 심량의 광대함이 허공과 같아 끝이 없다는 말이다. 모나거나 둥글지도 않으며, 크거나 작지도 않다. 또한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빛깔과 상관없으며, 위아래와 길고 짧음도 없고, 성내고 기뻐할 것도 없으며, 옳고 그름과 선하고 악함도 없다. 머리도 꼬리도 없는 것이어서, 모든 부처님의 세계가 다 허공과 같다. 사람들의 미묘한 성품이 본래 공해서 한 법도 얻을 것이 없으므로, 자성의 진공도 그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공에 걸리지 말아라. 무엇보다 공에 걸리지 말 것이니, 만약 아무 생각도 없이 멍청히 앉아만 있으면 곧 무기공에 떨어질 것이다. 허공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해와 달과 별, 산과 풀과 나무, 악인. 선인. 천당. 지옥, 그리고 큰 바다나 수미산도 다 허공 안에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성품이 공한 것도 이와 같다. 자성이 모든 법을 포함하기 때문에 크다고 하는 것이다. 만 법은 사람들의 성품 속에 있다. 만약 남의 선악을 보더라도 취하고 버리는 분별이 없이 거기 물들지 않으면 마음이 허공과 같을 것이다. 이것이 큰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입으로만 말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으로 행한다. 어리석은 사람이 마음을 비우고 아무 생각도 없이 고요히 앉아 스스로 크다고 일컫는다면, 이런 사람과는 더불어 말할 것이 못된다. 왜냐하면 그는 그릇된 소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은 넓고 커서 법계에 두루해 있다. 쓰면 아주 분명하고, 응용에 따라 일체를 알아서 일체가 곧 하나요 하나가 곧 일체이며, 가고 옴에 자유로워 마음에 걸림이 없으니 이것이 곧 반야다.

모든 반야지가 다 자성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밖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다. 마음을 쓸 때 잘못이 없으면 이것이 진성의 자용이다. 하나가 참될 때 모든 것이 참된 것이다. 반야는 지혜이니 언제 어디에서나 생각생각이 어리석지 않아, 항상 지혜롭게 행동하면 이것이 공 반야행이다. 한 생각이 어리석으면 반야가 끊어지고, 한 생각이 슬기로우면 반야가 일어난다. 사람들이 대개 어리석어 반야를 보지 못하고 입으로만 곧잘 말하는데 마음은 노상 어리석다. 반야는 형상이 없으니 슬기로운 마음이 곧 그것이다. 바라밀은 피안에 이른다는 말로서 생멸을 떠난다는 뜻이다.

대상에 집착하면 생멸이 일어나 물에 잇는 물결과 같으니 이것이 차안이요, 대상에 걸림이 없으면 생멸이 없어 물이 자유롭게 흐르는 것과 같으니 이것이 피안이다. 그러므로 범부가 곧 부처이며, 번뇌가 곧 보리다. 앞생각이 어두웠을 때는 범부였지만, 뒷생각을 깨달으면 곧 부처다. 앞생각이 대상에 집착했을 때는 번뇌이지만, 뒷생각이 대상을 떠나면 곧 보리인 것이다. 마하반야바라밀은 가장 높고 귀해 으뜸가는 경지이다. 가는 것도 오는 것도 또한 머무는 것도 아니지만,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여기서 나오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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