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4장 참선에 대한 경책
- 파도가 곧 물이로다
삼월 초엿새 좌선 중에 바로 ‘무’ 자를 들고 있는데, 어떤 수좌가 선실에 들어와 향을 사르다가 향합을 건드려 소리가 났다. 이 소리를 듣고 ‘악!’ 하고 외마디 소리를 치니, 드디어 자기 면목을 깨달아 마침내 조주를 깨뜨렸던 것이다.
그때 게송을 지었다.
어느덧 갈 길 다하였네 밟아 뒤집으니 파도가 곧 물이로다 천하를 뛰어넘는 늙은 조주여 그대 면목 다만 이것뿐인가. 그해 가을 임안에서 설암 퇴경 석범 허주 등 여러 장로를 뵈었다. 허주 장로가 완산 장로께 가 뵙기를 권하시어 완산 장로를 찾아뵈었다.
그때 장로가 물으셨다.
“ ‘광명이 고요히 비춰 온 법계에 두루 했네’ 라고 한 게송은 어찌 장졸 수재가 지은 것이 아니냐?”
내가 대답하려 하자 벽력같은 할로 쫓아내셨다.
이때부터 앉으나 서나 음식을 먹으나 아무 생각이 없더니 여섯 달이 지난 다음 해 봄, 하루는 성밖에서 돌아오는 길에 돌층계를 올라가다가 문득 가슴속에 뭉쳤던 의심덩어리가 눈 녹듯 풀렸다. 이 몸이 길을 걷고있는 줄도 알지 못했다. 곧 완산 장로를 찾았다. 또 먼저 번 말을 하시는 것을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상을 들어 엎었고, 다시 종전부터 극히 까다로운 공안을 들어 대시는 것을 거침없이 알았던 것이다. 참선은 모름지기 자세히 해야 한다. 산 승이 만약 중경에서 병들지 않았던들 아마 평생을 헛되이 마쳤을 것이다. 참선에 요긴한 일을 말한다면, 먼저 바른 지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옛 사람들은 조석으로 찾아가 심신을 결택하고, 쉬지 않고 간절히 이 일을 구명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