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2장 유마힐의 설법
- 절대 평등의 경지
유마힐은 보살들을 향해 말했다.
“여러분, 보살은 어떻게 해서 차별을 떠난 절대 평등의 경지(불이법문) 에 듭니까? 생각한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법자재 보살이 말했다.
“생과 멸은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리는 본래 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멸하는 일도 없습니다. 깨달음을 얻는 것이 곧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덕수보살이 말했다.
“나와 내 것은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내가 있기 때문에 내 것이 있습니다. 만약 내가 없다면 내 것도 없습니다. 이것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드는 것입니다.”
묘비보살이 말했다.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보살의 마음과 자기의 깨달음만을 구하는 성문의 마음은 서로 대립해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공하고 꼭두각시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때, 보살의 마음도 성문의 마음도 없습니다. 이것은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드는 것입니다.”
사자보살이 말했다.
“죄악과 복덕은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만약 죄악의 본성이 복덕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아 알고, 금강석과 같은 지혜로써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깨달으며, 거기에 속박을 받거나 해방되는 일이 없으면, 이것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드는 것입니다.”
나라연보살이 말했다.
“세간과 출세간은 서로 대립해 있습니다. 그러나 세간의 본성이 공하다는 것을 알면 이는 곧 출세간입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는 들고 나는 일이 없으며, 넘치고 흩어지는 일도 없습니다. 이것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드는 것입니다.”
선의보살이 말했다.
“생사와 열반은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생사의 본성을 이해하면 생사는 이미 없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결박하는 일도 없으며, 그로부터 벗어날 필요도 없고 생멸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아는 것을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보수보살이 말했다.
“아와 무아는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도 알 수 없는 것인데 어떻게 무아를 알 수 있겠습니까? 자기 본성을 보는 사람은 이 두 가지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드는 것입니다.”
뇌천보살이 말했다.
“지혜와 무명은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명의 본성은 곧 지혜입니다. 그렇다고 이 지혜에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무명을 떠나 평등하고 상대되는 것이 없으면 이것을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적근보살이 말했다.
“부처님과 교법과 승단은 서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곧 교법이고, 교법은 곧 승단입니다. 이 삼보는 어느 것이나 변함이 없는 진실이 나타난 것으로서 허공과 같습니다. 모든 것도 이와 같아서 이것을 잘 행하는 것을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복전보살이 말했다.
“선행과 악행과 보다 뛰어난 선행은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행위의 본성은 공이며, 선행도 없고 악행도 없으며 보다 뛰어난 선행도 없습니다. 이 세 가지 행위에 있어서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 것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드는 것입니다.”
화엄보살이 말했다.
“자기를 고집하기 때문에 나와 남을 구별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기의 본성을 보는 자는 나와 남을 구별하는 일이 없습니다. 만약 이 두 가지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 식별하는 것도 식별되는 것도 없습니다. 이것을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덕장보살이 말했다.
“집착한 마음으로 취하고 버리면 두 가지 것이 서로 대립합니다. 그러나 집착하지 않으면 곧 취사가 없습니다. 취사가 없으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월상보살이 말했다.
“어둠과 밝음은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어둠과 밝음이 없으면 곧 대립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마음의 작용이 다해 적정한 경지에 들면 어둠도 없고 밝음도 없는 것과 같이 모든 존재의 현상도 그와 같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고 평등할 수 있으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보인수 보살이 말했다.
“열반을 바라는 것과 세간을 싫어하는 것은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만약 열반을 바라지 않고, 세간도 싫어하지 않는다면 대립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박이 있으면 해탈이 있지만 본래부터 결박이 없다면 해탈도 없기 때문입니다. 결박도 해탈도 없으면 바라는 일도 싫어할 일도 없습니다. 이것을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주정왕보살이 말했다.
“정도와 사도는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정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이것은 그릇되고 저것은 바른 것이라고 분별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를 떠나는 것을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요실보살이 말했다.
“진실과 허위는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보는 사람은 진실조차도 보지 않는데 어찌 허위를 보겠습니까? 왜냐하면 진실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혜의 눈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지혜의 눈에는 본다고 하는 것도 보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없습니다. 이것을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든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여러 보살이 설한 다음 문수보살이 말했다.
“내 생각으로는 모든 것에 대해서 말도 없고 말할 것도 없으며, 가리킬 것도 식별할 것도 없으며, 일체의 질문과 대답을 떠난 것, 이것이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드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유마힐에게 물었다.
“우리들은 각기 생각한 바를 말했습니다. 이제는 거사님의 차례입니다. 어떻게 하여 보살은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들어갑니까?”
이때 유마힐은 침묵한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이것을 본 문수보살은 감탄하여 말했다.
“훌륭합니다! 참으로 훌륭합니다! 문자나 말 한마디 없는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절대 평등의 경지에 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