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2장 유마힐의 설법
- 보살의 자비
문수보살이 다시 물었다.
“만약 중생을 그와 같이 관찰한다면, 보살은 어떻게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겠습니까?”
유마힐이 대답했다.
“보살은 중생을 위해 그와 같은 가르침을 설하는 것이 진실한 자비라고 생각합니다. 보살은 생멸하는 일이 없으므로 깨달음의 경지에서 자비를 행하며, 번뇌가 없으므로 번뇌에 타지 않는 자비를 행하며, 과거 현재 미래가 평등하므로 평등한 자비를 행하며, 대립된 다툼이 없으므로 다툼이 없는 자비를 행합니다. 보살의 마음은 부서지지 않으므로 견고한 자비를 행하며, 모든 사물의 본성은 청정하므로 보살도 청정한 자비를 행하며, 보살의 마음은 허공처럼 끝이 없으므로 끝없는 자비를 행합니다.
또 보살은 번뇌의 도둑을 쫓아버리므로 아라한의 자비를 베풀며,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므로 보살의 자비를 베풀며, 존재의 실상을 알았으므로 여래의 자비를 베풀며, 중생을 깨닫게 하므로 부처의 자비를 베풀며, 인연 밖에서 깨달았으므로 자연 그대로의 자비를 베풀며, 평등하여 한맛이기 때문에 보리의 자비를 베풀며, 온갖 애욕을 끊었으므로 일체를 초월한 자비를 베풀며, 대승으로써 중생을 교화하므로 가엾이 여기는 자비를 베풀며, 공과 무아를 깨달았으므로 권태를 모르는 자비를 행합니다.
주는 것을 아끼지 않으므로 설법으로 자비를 행하며, 계율을 범한 자를 교화하므로 계율을 지니는 것으로써 자비를 행하며, 나와 남을 함께 보살피므로 인욕으로써 자비를 행하며, 중생이란 짐을 지기 때문에 정진으로 자비를 행하며, 감각적인 기쁨을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선정으로 자비를 행하며, 교화할 때를 잘 알므로 지혜로써 자비를 행합니다. 모든 것에 나타나므로 방편의 자비를 행하며, 진실한 마음은 청정하므로 떳떳한 자비를 행하며, 나쁜 행이 없으므로 깊은 마음의 자비를 행하며, 부처의 즐거움을 얻게 하므로 안락한 자비를 행합니다. 보살의 자비는 참으로 이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