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2장 유마힐의 설법
- 중생 그대로가 진여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유마힐을 찾아가 병문안을 하도록 하시오.”
“부처님, 저는 적임자가 아닙니다. 그 옛날 도솔천의 왕과 그 일족을 위해 깨달음을 얻는 수행에 관해 설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때 유마힐이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미륵보살님, 부처님께서는 보살님이 반드시 최상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수기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생에 수기가 이루어질 것입니까? 과거, 미래, 아니면 현재입니까? 만약 과거의 생이라고 한다면 그 과거의 생은 이미 지나간 것입니다. 미래의 생이라면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현재의 생이라 해도 그 현재는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너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동시에 태어나고 늙으며 죽어가고 있다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생멸하는 미혹의 세계를 초월하는 것이 수기를 이루는 것이라면, 생멸을 초월하는 것은 깨달음을 얻는 경지이므로 여기에는 수기를 받는 일도 없고 깨달음을 얻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 보살님은 여래가 되리라는 수기를 받았습니까? 보살님, 진여가 생하는 것을 수기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까, 아니면 멸하는 것을 수기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합니까? 설사 진여가 생하는 것이 수기를 이루는 것이라 해도 거기에는 생이 없으며, 멸하는 것이라 해도 거기에 멸은 없습니다. 중생 그 자체가 진여이며 모든 존재가 그대로 진여입니다. 따라서 보살님도 진여입니다. 만약 보살님이 수기를 받았다고 하면 모든 중생도 수기를 받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진여 그 자체는 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별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보살님이 최상의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면 모든 중생도 얻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중생 그대로가 깨달음의 실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기를 받았다고 설하여 천신을 유혹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는 최상의 깨달음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자도 없고 또 물러서는 자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천신들로 하여금 깨달음에 대한 분별을 버리게 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