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초기경전
제11장 동서의 대화
- 무아사상과 윤회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다시 태어난 자와 사멸한 자는 같습니까. 다릅니까?”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하여 주십시오.”
“대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찍이 갓난아이였던 대왕과 어른이 된 대왕은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어릴 적 나와 지금의 나는 다릅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대왕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또 스승도 없었다는 말이 됩니다. 따라서 학문이나 계율이나 지혜도 배울 수 없었다는 것이 됩니다. 어릴 적 어머니와 어른이 되었을 적 어머니가 다릅니까? 지금 배우고 있는 자와 이미 배움을 마친 자가 다릅니까? 죄를 범한 자와 죄를 범하여 손발이 잘린 처벌을 받은 자가 다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무슨 까닭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현재의 나를 보더라도 어릴 적 나와 어른이 된 나는 같습니다. 이 몸에 의존하여 어릴 적 나와 어른이 된 나는 한 몸입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주십시오,”
“여기 어떤 사람이 등불을 켠다고 합시다. 그 등불은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저녁에 타는 불꽃과 밤중에 타는 불꽃이 같겠습니까?”
“아닙니다. 같지 않습니다.”
“또 밤중에 타는 불꽃과 새벽에 타는 불꽃이 같겠습니까?”
“같지 않습니다.”
“그러면 초저녁의 불꽃과 밤중의 불꽃과 새벽의 불꽃은 전혀 다른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불꽃은 똑같은 등불에 의하여 밤새도록 탈 것입니다. ”인간이나 사물도 꼭 그와 같이 지속되는 것입니다. 생겨나는 것과 없어지는 것은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지 않고 동시에 계속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우유가 변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짜낸 우유는 얼마후 엉기게 되고 다시 기름으로 변합니다. 만일 우유를 엉긴 우유나 기름과 똑같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왕은 그 말이 옳다고 하겠습니까?”
“스님, 그 말은 옳지 않습니다. 엉긴 우유와 그 기름은 우유를 바탕으로 변한 것입니다.”
“인간이나 사물의 지속도 이와 같습니다. 생겨나는 것과 없어지는 것이 별개의 것이지만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면서 지속되는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