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초기경전
제5장 진리의 여울
- 잠 못드는 사람에게
원망으로써 원망을 갚으면 끝내 원망은 쉬어지지 않는다. 오직 참음으로써만 원망은 사라지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으리. 마음에 모진 생각 버리지 못하고 욕심을 따라 치달리면서 스스로 자기를 다스리지 못하면 그에게는 법의가 알맞지 않다. 진실을 거짓으로 생각하고 거짓을 진실로 생각하면 이것은 끝내 그릇된 소견 그에게는 부질없는 망상만 따른다. 그러나 진실을 진실인 줄 알고 거짓을 보고 거짓인 줄 알면 이것은 떳떳하고 올바른 이해 그는 반드시 진리에 도달하리. 지붕을 성글게 이어 놓으면 비가 내릴 때 빗물이 새듯이 마음을 조심해 간직하지 않으면 탐욕은 곧 이것을 뚫고 만다. 경전을 아무리 많이 외워도 실행하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은 남의 소를 세는 목동과 같아 사문의 보람을 얻기 어렵다. 마음은 고요히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여 그침이 없다. 이것을 어진 이는 바로 깨달아 악을 돌이켜 복을 만든다. 아아, 이 몸은 오래지 않아 다시 흙으로 돌아가리라. 정신이 한번 몸을 떠나면 해골만이 땅 위에 버려지리라. 원수가 하는 일이 어떻다 해도 적들이 하는 일이 어떻다 해도 거짓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이 내게 짓는 해독보다는 못한 것이다. 부모 형제가 어떻다 해도 친척들이 하는 일이 어떻다 해도 정직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이 내게 짓는 행복보다는 못한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따서 모으기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그 사람을 죽음은 삽시간에 잡아가리라. 홍수가 잠든 마을 휩쓸어가듯. 보기에는 예쁘고 사랑스런 꽃이 빛깔만 곱고 향기가 없듯 아무리 훌륭하고 아름다운 말도 행하지 않으면 그 보람없네. 여러 가지 고운 꽃을 한데 모아서 보기 좋은 꽃다발을 만들어내듯 사람도 착한 일을 모아 쌓으면 다음 세상 좋은 과보 복을 받는다. 계율을 빈틈없이 갖추어 이루고 행실이 방일하지 않은 곳에서 바르게 알고 해탈한 사람에게 악마는 그 틈을 타지 못한다. 잠 못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나그네에게 길이 멀듯이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에겐 생사의 밤길은 싫고 멀어라. 나보다 나을 것 없고 내게 알맞는 길동무 없거든 차라리 혼자서 갈지언정 어리석은 사람과 길동무 되지 마라. 내 아들이다 내 재산이다 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괴로워 허덕인다 나의 ‘나’ 가 이미 없거니 누구의 아들이며 누구의 재산인가. 어리석은 사람이 어리석다고 스스로 생각하면 벌써 어진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어질다 생각하면 그야말로 어리석은 바보일 뿐. 어리석은 사람은 한평생 다하도록 어진 사람을 가까이 섬기어도 참다운 진리를 알지 못한다. 숟가락이 국맛을 모르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잠깐만이라도 어진 사람을 가까이 섬기면 곧 참된 진리를 바로 안다. 마치 혀가 국맛을 알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