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을 탈종한 송담 스님이 조계종단과 우리 사회 현실을 타개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참회’와 ‘수행’ 뿐이라고 강조했다. 송담 스님은 이날 스스로 “새로 태어난 사람으로 살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불교 법통으로 추앙되는 송담 스님은 ‘늘 지금 자리에서 살고 있는 깨어있는 선승’으로 더 유명하다. 송담 스님은 조계종 탈종 이후 처음으로 대중에게 법을 설했다. 지난 6일 인천 용화선원에서 열린 ‘갑오년 동안거 결제 및 화두·불명·십선계 수여법회’에서다.
송담 스님은 매년 동안거와 하안거 결제와 해제 때 법문했다. 올해 법문은 예년과 달리 결제 법어와 함께 화두와 불명(법명), 그리고 십선계를 설하는 융합 법문을 했다. 용화선원은 결제법회 때 수계법회 등을 함께 열지 않았다.
결제법회와 십선계 수계법회 함께 연 이유는?
용화선원 관계자는 “수계법회를 결제법회와 함께 열기는 처음이다”며 “아마도 조계종 탈종 이후 원장 스님의 뜻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수계법회를 함께 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송담 스님이 제적원을 제출하면서 “재단법인 법보선원의 수행전통과 현 대한불교조계종의 수행환경의 차이로 조계종 승려로서의 의무를 내려놓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현재 조계종단의 풍토가 수행전통과 달라 조계종 승려가 아닌 ‘참선객’으로 살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송담 스님 탈종 이유에 의견이 분분했다. 총무원은 송담 스님의 탈종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말로 의미를 축소했고, 총무부장 정만 스님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의에서 “송담 스님은 분한 신고를 하시지 않아 현재는 승적이 없으므로 제적원 처리조차 할 수 없다”고 공식발언을 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송담 스님 탈종이유를 법인 사유화와 재산 탓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우희종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종단자정을 위한 불자모임은 ‘큰 할‘로 여겨왔다. 송담 스님의 탈종은 조계종을 멸빈하고, 경책을 준 것인데도 이를 이해하지 않고 있다는 게 불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송담 스님은 탈종과 제적원 제출 과정에서 입을 열지 않았지만, 동안거 결제법문을 통해 ‘법보선원의 수행전통과 조계종 수행환경이 다른 이유’를 드러냈다.
“칠보탑도 언제가는 무너져 사라진다”
송담 스님은 이날 법문을 네 가지 게송을 읊고, 뜻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이어갔고, 수계의식에서는 십선계의 뜻을 일일이 해설하면서 현실인식도 간간히 드러냈다.
첫 게송은 보조지눌(普照知訥) 스님의 <진심직설(眞心直說)> 진심공덕(眞心功德) 장(章)에 나오는 구절이지만, 송담 스님은 게송의 한 글자를 바꿔 읊었다.
지눌 스님 게송의 원문은 “若人靜坐一須臾(약인정좌일수유)하면 勝造恒沙七寶塔(승조항사칠보탑)이니라 寶塔畢竟碎微塵(보탑필경쇄미진)이나 一念淨心成正覺(일념정심성정각)이니라”이지만, 송담 스님은 ‘보탑필경쇄미진’ 구정에서 ‘미진微塵’을 ‘위진爲塵’으로 바꿨다.
원 게송의 뜻은 “만약 사람이 잠깐이라도 고요히 앉아 있어도 갠지스강의 모래만큼 많은 칠보탑을 만드는 것보다도 낫다. 칠보탑은 끝내 부서져 티끌이 되거니와 한 생각 맑은 마음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이지만, ‘위진爲塵’으로 게송을 바꾸면서 세 번째 구절은 “아무리 좋은 칠보탑도 언젠가는 무너져 먼지처럼 사라진다”로 변하면서 뜻은 더욱 확연해 졌다.
송담 스님이 지눌 스님의 게송에서 ‘미진’을 ‘위진’으로 바꾼 것은 부귀와 권력의 무상함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려는 것으로 읽힌다. 정치 세력화된 사판승들이 가진 권력의 헛됨을 ‘칠보탑이 티끌이 되는 것’이라는 게송을 ‘칠보탑도 먼지처럼 사라진다’로 바꿔 현재 조계종단의 기득권 세력의 꿈이 헛된 것임을 비유했다.
“염라대왕이 고개 숙여 참선객을 맞이할 것”
두 번째 게송은 서산 대사의 <청허당집>의 “活句留心客(활구유심객) 何人作得雙(하인작득쌍) 報緣遷謝日(보연천사일) 閻老自歸降(염노자귀항)”에서 ‘유심객’을 ‘참선객’으로, ‘염노자’를 ‘염왕자’로 바꿔 읊었다.
원 뜻은 “활구를 마음에 간직한 선객(禪客) 어느 누가 그와 짝하랴 인연을 갚고 세상을 떠날 때에는 늙은 염라대왕이 스스로 항복하리라”는 것이지만, ‘참선객’과 ‘염왕자’로 글자를 바꾸면서 뜻이 “활구참선을 하는 사람을 어느 누구와 견줄 것인가”와 “염라대왕이 스스로 고개를 숙여 참선객을 맞을 것이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이 게송에서 ‘유심객’을 ‘참선객’으로 바꾼 것은 이판승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서산 대사는 ‘활구를 마음에 둔 선객’이란 표현을 썼지만, 송담 스님은 ‘참선’이란 단어를 써 ‘참선객’이 불조혜명을 잇는 자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선원에서 정진하는 수좌 스님들을 경시하는 종단 풍토를 힐난했다.
특히 송담 스님은 ‘염노자귀항’ 구절을 ‘염왕자귀항’으로 바꿨다. ‘늙은 염라대왕’을 ‘염라대왕’으로 바꾼 것은 힘이 빠지거나 권력이 다한 사람들의 항복이 아닌 현재 권력과 힘을 가진 사람들조차 수행자에게는 항복해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사판승이 항복해야 할 때가 ‘늙은 후’가 아닌 현재 시점이라고 밝힌 것으로 해석도 가능하다. 또 전국 수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송담 스님은 우리 사회와 조계종단의 현실을 ‘삼계화택’으로 인식한 듯하다.
게송은 “사대성고취(四大成苦聚) 삼계진화택(三界盡火宅) 여아구출몰(汝我舊出沒) 겁해종난식(劫海終難息)”으로 “사대가 고통이 모여 이루어졌으니 삼계가 다 화택이니라. 너와 나, 나고 죽음을 계속하기를 겁의 바다가 다하도록 쉬기 어렵구나”라는 뜻이다.
송담 스님은 이 게송을 “삼계진화택(三界眞火宅)이요 사대성고취(四大誠苦聚)로다. 여아구출몰(汝我俱出沒)하니 겁해종난측(劫海終難測)이로다”로 바꿔 읊었다. 뜻은 “삼계는 참으로 불난 집과 같고, 사대는 진실로 괴로움으로 가득하다. 너와 나는 항상 함께 나고 죽으니 끝없는 그 세월은 헤아리기도 어렵구나”고 해석된다.
우선 ‘사대성고취 삼계진화택’을 ‘삼계진화택 사대성고취’로 순서를 바꿨다. 또 ‘삼계진화택’에서 ‘진(盡)’을 ‘진(眞)’자로 바꿨다. ‘모두’라는 의미를 ‘정말로’라는 의미로 바꿔 뜻을 명료하게 했다. 또 ‘사대성고취’에서 ‘이루어졌다’는 뜻의 ‘성(成)’을 ‘진실로 또는 참으로’라는 뜻을 가진 ‘성(誠)’로 바꿨다. 이어 ‘여아구출몰’에서 평소 또는 일상의 의미를 지닌 ‘구(舊)’를 함께라는 의미의 ‘구(俱)’로 바꿨다. ‘겁해종난식’ 구절에서는 ‘쉬다’는 뜻의 ‘식(息)’을 헤아리다는 의미의 ‘측(測)’으로 바꿔 뜻을 전했다.
“계를 깨뜨린 파계승도 부끄러워 한다면…”
송담 스님은 마지막 게송에서 자신의 뜻을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온포사아귀(溫飽思餓鬼) 신안염지옥(身安念地獄) 수생참괴심(須生慙愧心) 염기근즉각(念起勤卽覺)”이라는 게송을 대중에게 읊었다. 이 게송은 “등 따습고 배부를 때에는 아귀의 고통을 생각하고 몸이 편안할 때에는 지옥고를 생각할지어다. 모름지기 부끄러운 마음을 내서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부지런히 곧 깨달을지어다”란 뜻이다.
송담 스님은 이 게송을 “등 따습고 배부를 때는 아귀 중생을 생각하고 몸이 편안할 때는 지옥 중생들을 생각할지어다. 모름지기 무참괴승도 부끄러운 마음을 낸다면 그 한 생각 일어나는 그 자리가 바로 깨달음의 자리가 될 것이다”로 해석했다. 눈에 띠는 부분은 ‘수생참괴심’에 대한 해석을 “모름지기 ‘무참괴승’도 부끄러운 마음을 낸다면”으로 한 부분이다. ‘무참괴승’은 계를 깨뜨린 파계승을 지칭한다.
이 게송은 범계 등 허물이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참회하지 않는다면 어찌 수행자라고 할 수 있겠냐는 경책이자 출가수행자들이 범계 사실을 스스로 감추고 드러나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오늘의 조계종단의 풍토를 비토한 말로 읽힌다.
조계종 선학원 등 종파 초월해 결제법회 참석
용화사 동안거 결제법회에는 조계종 2교구본사 용주사 중앙선원 18명을 비롯해 선학원 분원의 수행승까지 종파를 초월한 스님 250여명이 참석했다.
송담 스님은 “용화사 법보선원 19명, 인제 용화선원 16명, 광주 용화선원 12명, 용주사 중앙선원 18명, 망월사 천중선원 24명, 약사암 12명, 위봉사 선원 24명, 성년사 선원 13명, 원효사 송라선원 15명, 회룡사 선원 11명, 세등선원 14명, 복전암 15명, 보덕사 6명의 스님들이 동안거 결제에 참석하셨다”고 소개했다. 용화선원 관계자는 “이날 참석한 스님들은 미리 결제에 참석의사를 보내온 분들을 원장 스님이 말씀하셨고, 이밖에도 전국에서 수좌 50여명이 동참했다”고 했다.
이날 법회에는 출가자 외에도 용화유아학교, 용화학생회, 복천선원, 위봉사 등 전국에서 1,800여 명이 참석했다. 용화사는 선원 공사로 인해 방부를 받지는 않았지만 결제법회에 누구나 참여하도록 예년처럼 문을 열어 두었다.
송담 스님은 첫 게송을 읊은 이후 불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점을 설명했다.
송담 스님은 “일반적인 종교는 교주를 신봉하고 천상을 가기 위해 기도를 하거나 부귀영화를 목적으로 ‘신앙’하지만, 불교는 최상승법을 실천하는 수행이기에 지식의 유무와 관계없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화두를 참구하면 윤회의 쇠사슬을 끊고 해탈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활구참선하는 사람을 누구와 견줄 것인가”
이는 수행의 종교인 불교는 ‘자력’으로 깨달음을 찾지만 ‘신앙’의 종교는 ‘타력’에 의지해 부귀영화를 목적으로 해 불교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종단 현실과 비교해 볼 때 승려의 타락화를 경계하고 세속화와 권력화를 우려하면서 부귀영화를 위한 행위는 불교의 가르침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수행종교의 정체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송담 스님은 이 부분에서 “활구참선하는 사람을 어느 누구와 견줄 것인가, 인연을 다해 세상을 떠나도 염라대왕이 스스로 고개를 숙여 참선객을 맞이할 것이다”고 했다.
송담 스님은 “염라대왕은 살아서 천자를 했거나, 대통령을 했거나, 만석꾼 부자였거나, 장군을 했거나 누구든 무서워 하지 않는다”며 “염라대왕은 어떤 무서운 권리를 가진 사람이 와도 무서워하지 않고 큰 소리 치고 업을 심판한다”고 했다.
이어 “활구참선한 사람은 확철대오해 견성성불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염라대왕도 합장 배례 할 수 밖에 없다”며 참선객들을 격려했다.
송담 스님은 세상 모든 말이 법문이고 모든 사람이 부처라고 했다.
스님은 “활구참선하는 사람에게는 세상이 수도장이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법문이며,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나로 하여금 자성불로 돌아오게 하는 선지식이요 부처님이다”고 했다.
이어 송담 스님은 십선계를 설했다. 십선계는 △불살생(不殺生):살아 있는 것을 죽여서는 안 된다 △불투도(不偸盜):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불사음(不邪淫):남녀의 도를 문란케 해서는 안 된다 △불망어(不妄語):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불기어(不綺語):현란스러운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불악구(不惡口):험담을 해서는 안 된다 △불양설(不兩舌):이간질을 해서는 안 된다 △불탐욕(不貪欲):탐욕스러운 짓을 해서는 안 된다 △부진에(不瞋恚):화를 내서는 안 된다 △불사견(不邪見):그릇된 견해를 가져서는 안 된다 는 것이다.
송담 스님은 불살생계를 어기면 “누구나 가진 자비 종자(慈悲 種子)가 손상된다”고 했고, 불투도계를 어기면 “복덕 종자가 상한다”고 했다. 또 불사음계를 어기면 “집안의 평화가 깨진다”고 했고, 불망어계를 어기면 “진실 종자가 상한다”고 했다. 불기어계를 어기면 “수행자의 인격이 상하고 존경을 잃는다”고 했고, 불양설계를 어기면 “남을 욕하는 것이 나를 욕하는 것”이라 했다. 불악구계를 어기면 “자기 인격을 손상한다”고 했고, 불탐욕계를 어기면 “부당한 방법으로 착취하면 청정한 마음이 더렵혀진다”고 했다. 부진에계를 어기면 “화를 내면 가장 먼저 자신이 해를 당한다”고 했고, 불사견계를 어기면 “사견을 내는 사람은 인과법을 믿지 않기 때문에 자기 인격을 손상하고 남을 언짢게 만든다”고 했다.
십선계 법문에 이어 연비의식이 진행됐다. 송담 스님은 연비가 진행되는 동안 법상에서 참회 게송을 염하면서 전체 대중과 함께 했다.
“계로써 스승을 삼으라”
연비의식이 끝나자 송담 스님은 계정혜 삼학으로 법문을 이어갔다. 송담 스님은 계정혜 삼학의 으뜸을 ‘계’로 보았다. 범계가 판치는 불교계에 대한 꾸지람이다.
송담 스님은 “불도수행을 성취코자하면 계(戒)·정(定)·혜(慧) 삼학(三學)을 닦아야 하나니 계의 그릇이 온당해야 선정의 물이 담기고 선정의 물이 맑고 고요해야 지혜의 달이 나타날세”라며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계(戒)로써 스승을 삼으라’ 하셨느니라”라고 했다.
송담 스님은 이어 참회를 강조했다. 스님은 “모름지기 무참괴승도 부끄러운 마음을 낸다면 그 한 생각 일어나는 그 자리가 바로 깨달음의 자리가 될 것이니라”라는 게송을 대중에게 읊었다.
또 “지옥 중생이 어떻게 지옥에 갔는지 생각해봐라”며 “배부르고 뜨시고 몸 편안한데 빠져서 ‘참 나’를 찾는 수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옥에 가 있는 것이다”고 했다.
산승 낮춰 부르며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살겠다”
송담 스님은 이날 자신을 ‘산승(山僧)’이라고 낮춰 부르고, 조계종단 복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송담 스님은 “산승은 여러분이 진실한 마음으로 참회하고 열심히 최상승법에 의해서 ‘이뭣고?’를 잘 하겠다고 맹세하신 것을 믿습니다”라며 “비록 내가 늙었지만 저도 오늘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라고 했다.
송담 스님은 이 말을 끝으로 대중들의 박수에 말문을 잇지 못하고 잠시 묵언으로 법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