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깨닫고 난 뒤에는 다시 깨달을 것이 없다, 깨닫고 나니 한 물건도 없는데 어찌 무엇이 있으랴 하는 그런 말씀과 깨닫고 난 뒤에라도 보임을 잘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생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공부하는 이에겐 큰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르침 바랍니다.
大行) 깨닫고 나서 보임을 잘해야 한다는 것도 맞고 깨닫고 나면 아무 건덕지가 없다는 말씀도 맞습니다. 깨달음이란 자성의 부와 자성의 자가 딱 상봉하여 계합하는 것입니다. 참나를 발견했다, 견성했다 하는 말이지요. 그런데 부자가 계합이 됐다 하는 것은 첫째 일체의 내 경계가 바로 거기서 나온 줄을, 거기로 드는 줄을 알았다는 것이고 둘째 나와 너, 주객이 둘이 아닌 도리를 알았다는 것이고 셋째 일체만법의 나투는 도리를 알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합쳐지기는 합쳐졌는데 싹이 났을뿐 다 자란게 아니라면, 즉 일체 경계가 다 내 탓인줄 투철히 알아 행 속에서 여여하지 않다면, 또는 둘 아닌 도리, 만법이 나투는 도리를 여실히 꿰뚫어 보지 못한 바가 아직도 있다면 더 닦을 바가 있다고 하겠지요. 그걸 보임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육조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자성이 본래 청정하고, 본래 여여하고, 찰나찰나 만법이 들고나며 자유자재한줄 알았다면 돈오돈수라해도 맞겠지요. 공부하는 이에게 중요한 것은 돈오돈수가 맞다, 돈오점수가 맞다는 시비에 있지 않습니다. 이론이야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이론이 깨닫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중요한 것은 일체를 항복받아 하나도 버릴게 없다는 도리가 나올 때까지 수행하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