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죽은 소에게 풀을 먹인다

그 옛날 보살은 땅이 많은 한 지주의 집에 태어나 수자타 동자(童子)라고 불리었다. 그가 성년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의 아버지는 부친이 돌아가시자 슬픔에 잠겨 화장터에서 뼈를 가져다 정원에 흙탑을 세우고 그 안에 모셔 두었다. 밖에 나갈 때면 그 탑에 꽃을 올려 놓고 부친 생각을 하면서 통곡을 했다. 그는 목욕도 하지 않고 향유도 바르지 않으며 음식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이것을 본 수자타 동자는 아버지의 슬픔을 달래드리기 위해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곰곰이 생각했다. 어느 날 그는 들길에서 죽은 소 한 마리를 보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죽은 소 앞에 풀과 물을 갖다 놓고 ‘먹어 어서 먹어’하고 말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수군거렸다.
“수자타는 정신이 돌았나봐. 죽은 소에게 물을 주다니.”
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죽은 소에게 먹으라고만 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수자타의 아버지에게 전했다.
“당신 아들은 미쳤나 봅니다. 죽은 소에게 풀과 물을 갖다 놓고 자꾸 먹으라고 합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지주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슬픔이 어느 새 아들에게로 돌려져 곧 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어떻게 된 노릇이냐? 목숨이 끊어진 소에게 풀을 먹으라고 하다니. 아무리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어보아도 한 번 죽은 소는 다시 일어날 수 없다. 이 어리석은 아들아.”
수자타가 말했다.
“소의 머리는 그대로 있고 발과 꼬리도 그대로 있으니 소는 틀림없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 할아버지는 머리도 없고 손발도 없습니다. 흙탑 앞에서 울어대는 아버지야말로 어리석지 않습니까?”
이 말을 듣자 지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아들은 지혜롭구나. 이 세상 일도 저 세상 일도 환히 알고 있다. 나를 깨우쳐 주기 위해 그와 같은 일을 했구나.’
이런 일이 있은 뒤부터는 아버지의 죽음을 두고 더 이상 슬퍼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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