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제2절 (3) 명훈가피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외우는 예불문 끝 부분에는 “유원 무진삼보 대자대비 수아정례 명훈가피력(唯願無盡三寶 大慈大悲 受我頂禮 冥勳加被力)……”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 뜻은 “오직 원하옵건대 다함없는 삼보께서는 대자대비로써 저의 정성스런 절을 받아들여 은근히 가피력을 내려 주옵소서!” 하는 것이다.

옛 말씀에 ‘노는 입에 염불하랬다’고, 가거나 오거나 빨래를 하거나 무슨 일을 하든지 관세음보살을 불러서 염염관세음(念念觀世音), 생각 생각에 관세음보살이 함께 하게 되면 가는 곳마다 머무르는 곳마다 편안한 세상, 곧 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으로 바뀌어 버린다.

바로 이것이 명훈가피이다. 언제나 불보살의 보호를 받고 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난이 저절로 피해 가고 항상 기쁘고 편안하고 즐거움이 가득하게 되며, 입가에는 미소를, 가슴에는 태양을 안고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명훈가피에 대해서는 나의 큰 제자인 혜인(慧印)스님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혜인스님이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5.16 직후라서 군대가 요즘처럼 편안하지 못하고 아주 고될 때였다. 기합도 심하여 걸핏하면 ‘군기가 빠졌다’고 하면서 방망이나 곡괭이로 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엉덩이를 맞았다. 사소한 실수라도 용납하지 않고 인정사정없이 두들겨 팼던 것이다.

혜인 스님은 군복무를 하면서 늘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훈련을 받을 때에도 ‘하나-둘-셋-넷’, 할 때에 ‘관-세음-보-살’ 하면서 구령을 붙였고,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곧바로 관세음보살보문품을 한 번씩 외웠다.

어느 날 혜인스님은 그 당시의 군대에서 볼 때 크게 군기가 빠진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연탄불을 갈기 위해 이글이글 타오르는 연탄을 내무반밖에 둔 채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그만 잊어버리고 갖다 넣지 않은 것이었다. 그것을 중대장이 발견한 것이다.

“어떤 놈이 불붙은 연탄을 이곳에 두었어?”

‘나 때문에 우리 소대원 전체가 기합을 받겠구나.’

혜인스님이 조바심에 떨며 자백을 하려고 하는데, 때마침 대대장이 그 중대장을 찾았다.

정말 뜻하지 않게 기합을 모면한 것이다.

또 한 번은 난폭하기로 이름난 하사에게 소대 전체가 기합을 받게 되었다. 그 하사는 ‘손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잘 되었다’고 하더니, 야구 방망이를 들고 한 명씩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백정같이 생긴 하사가 힘을 다해 때리니 맞은 사람들은 모두 쓰러지고 뒹굴고 난리가 났다. 쭉 차례대로 맞아 오다가 혜인스님의 차례가 되었다. 혜인스님의 눈에는 그가 염라대왕의 사자처럼 보였다. 바로 그때, 내무반 문이 활짝 열리더니 장교가 나타났다.

“너 이 자식! 또 아이들 패는구나.” 하더니만 그 하사를 혼내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쓰러진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면서 ‘안 맞았다’고 우물우물 넘어가는 바람에 기합이 중단되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혜인스님 앞까지 와서 기합이 중단되는 일이 생기곤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관세음보살과 화엄성중을 부르다가 잠이 든 혜인스님은 꿈을 꾸었다. 자기가 수백 명의 병사와 함께 연병장에 서 있었고, 주위에서는 총소리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장교 한 사람이 나타나 자기를 불러내더니 어디론가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그 이튿날 아침, 부대 전체가 연병장에 모여 서 있는데, 어디서 지프차가 하나 오더니 혜인스님을 불러내는 것이었다. ‘어쩐 일인가’하여 가 보았더니, 육군본부에 가서 상장 쓰는 일을 맡아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에 오십 장씩, 백 장씩 글씨 쓰는 연습을 하였다. 사실 그전까지는 붓글씨를 잘 쓰지 못했는데, 그때 붓글씨 연습을 실컷 하여 한글 글씨가 크게 향상되기까지 하였다.

이처럼 혜인스님은 그 힘든 시절에 붓글씨를 쓰면서 편안하게 군복무를 마쳤으니, 항상 기도하면 불보살의 은근한 가피가 언제나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명훈가피를 입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종일 기도하지 않아도 좋다. 하루에 108배 또는 10분 동안의 관세음보살 염불 기도라도 꾸준히 해보라. 틀림없이 명훈가피를 입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평화로움이 깃들게 된다. 하물며 언제나 불보살을 생각하고 기도한다면, 어찌 마음이 태양처럼 밝아지지 않으리.

거듭 강조하건대 “기도 성취의 비결”은 ‘간절(切)’에 있고, ‘간절 切’은 삼매로 통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간절히 기도하여 잠깐이라도 삼매(三昧)를 이루게 되면 불보살(佛菩薩)의 가피(加被)는 저절로 찾아 들게 되어 있는 것이다.

모든 불자들이여, 형편 따라 능력 따라 내 마음을 내가 모으는 기도를 하자.

흐트러진 정신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서 불보살과 한 몸을 이루는 기도를 하자.

이렇게만 하면 불보살께서 은근히, 그리고 현실 속에서 우리를 보호함은 물론, ‘나’에게 갖추어져 있는 영원 생명, 무한 능력이 개발되고, ‘내’가 서 있는 이곳 또한 사바세계가 아닌 불국토로 바뀌게 된다.

부디 올바른 기도법에 의해 참된 기도를 하는 불자가 되기를 당부 드린다.

日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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